오는 3월 2일은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원대보름(음력 1월 15일)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정월대보름에 풍년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뜻으로 오곡밥을 지어 먹고 쥐불놀이, 지신밟기, 부럼깨기 등 다양한 세시풍속을 즐겨왔습니다. 이 중에서도 밤, 호두, 은행, 잣, 땅콩 등을 깨무는 부럼깨기는 요즘도 많은 가정에서 행해지는 풍속 중 하나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부럼은 '정월 대보름날 새벽에 깨물어 먹는 딱딱한 열매류'의 의미와 함께 '부스럼'의 방언으로 피부에 생기는 종기를 일컫습니다. 부스럼을 막아주는 영양소가 많은 견과류를 먹으며 피부병에 걸리지 않기를 기원한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 단단한 견과류를 새벽에 하나씩 깨물면 이가 튼튼해진다고 믿기도 했습니다.
견과류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몸속의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HDL 콜레스테롤)을 높여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꼽힙니다.
실제로 땅콩의 경우 자주 먹으면 고지방 식사에 의한 중성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효과는 물론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
미국심장학회가 발행하는 '내과학'(Internal Medicine) 저널(2015년)에 따르면 미국 밴더빌트 의대 연구팀은 미국인 남녀 7만1천764명과 중국 상하이(上海) 시민 13만4천265명을 대상으로 최장 12.2년에 걸쳐 땅콩 하루 섭취량(최저 0.95g∼최고 18.45g)에 따라 5그룹으로 나눠 사망률을 분석했습니다.
이 결과 땅콩 섭취량이 가장 많은 그룹은 가장 적은 그룹에 비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total mortality)이 17∼21% 낮았습니다. 특히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23∼38%나 낮았습니다.
연구팀은 땅콩에 풍부한 각종 비타민, 불포화지방산, 섬유소, 아르기닌, 항산화물질 등의 성분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미국심장학회(AHA)는 기름으로 튀기지 않고 염분이 첨가되지 않은 땅콩을 일주일에 4번(1회 한 줌 정도) 먹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두뇌 발달에 필요한 'DHA 전구체'가 풍부한 호두는 2형(성인) 당뇨병을 막는 데 도움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여성 간호사 13만7천893명(35~77세)을 대상으로 10년에 걸쳐 호두 등 견과류 섭취량과 당뇨병 발생을 추적 조사한 결과입니다. 이 연구에서 호두 한 봉지(28g)를 1주일에 최소한 2번씩 먹는 여성은 호두를 거의 먹지 않거나 전혀 먹지 않는 여성보다 당뇨병 발생률이 평균 24%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호두에 들어있는 불포화지방산이 염증을 억제함으로써 관절염, 심장병 등의 예방 효과를 낸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습니다.
이와 함께 밤과 잣 등에도 비타민 B1, C 등이 많아 다이어트는 물론 면역력 강화, 혈관 및 심장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견과류에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견과류는 아이들이 잘 씹지 않고 삼키는 과정에서 질식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만 36개월 이하, 특히 만 24개월 이하 유아에게 견과류를 먹일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급적 아이에게는 견과류를 덩어리째 주지 말고, 가루 형태로 갈아서 우유나 요거트 등과 섞여 먹이는 게 좋습니다.
견과류의 곰팡이독소도 문제입니다. 견과류에는 지방 성분이 많아 산소와 접촉하면 쉽게 산화·변질되거나 곰팡이가 생기기 쉽습니다. 견과류에서 발견되는 곰팡이 중 일부는 '아플라톡신(Aflatoxin)'이라는 독을 만드는데, 이 독소들은 열에 매우 강해 가열해도 없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일단 곰팡이가 생긴 견과류는 열처리했더라도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보관시에도 곰팡이독소를 막기 위해 외부 공기, 습기를 차단할 수 있는 밀폐용기나 지퍼백에 보관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또 견과류 알레르기를 지닌 사람들은 공기 중의 견과류 먼지만으로 심각한 알레르기를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땅콩은 만 3세 이전 유아에게 알레르기 발병률이 높은 만큼 각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견과류를 씹을 때도 이가 상할
몸에 좋다고 해서 견과류를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열량 증가로 체중이 늘어 되레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