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우울증 증가율 22.2%, 세대 중 가장 높아
진료받은 비율은 10명 중 1명도 못 미쳐
↑ 우울증 /사진=MBN |
최근 20대들의 우울증이 한계점에 달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2년 5만2793명에서 2016년 6만4497명으로 22.2% 늘었다. 60대 이상 증가율(20%)보다 높다. 같은 기간 10대, 40~50대는 줄었고 30대(1.6%)는 약간 늘었다. 더불어 20대 중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우울증 진료를 받은 비율은 10명 중 1명에도 못 미쳤다. 20대 환자 대부분이 치료도 못 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유행어가 괜한 말이 아니었다.
청년들이 정신과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1) 진료기록
2) 상담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진료기록과 ‘부담스러운 상담비’가 가장 주요한 원인일 것이다. 진료기록이 취업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풍문에 취업전선에 있는 20대들이 정신과 방문을 꺼린다. 뚜렷한 소득이 없는 청년들에게 평균 10만 원 선의 상담비도 한몫한다. 그렇다면, 정신과의 대안은 없을까.
국가기관의 도움을 받자! 전국 167곳, 정신건강증진센터
↑ 용산구 정신건강복지센터 /사진=MBN |
국가에서 제공하는 심리상담기관은 정신건강증진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지역사회복지관이다. 이 중 가장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은 ‘정신건강증진센터‘다.
△전국 11개 시도에서 운영
△인터넷으로 기관 번호, 장소 검색 가능
△해당 구 ’주민‘이 아니어도 상담 가능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담의 질’. 이에 ‘20대 후반’인 필자가 직접 상담을 체험해봤다. 예약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번호로 쉽게 할 수 있었다. 네이버 지도를 보고 장소 또한 쉽게 찾아갔다. 정신보건자격증을 가진 상담사가 상주하기에 예약 없이도 상담 받을 수 있다.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는 OO구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실제 받은 상담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방문 이유가 무엇인가요?"
전반적인 심리에 대해 알고 싶다. 내가 판단하기에 우울증까진 아닌 것 같은데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는 느낌이다
"스스로 문제라고 느끼는 부분이 있나요?"
걱정이 많은 편이다.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인터넷에서 소극적 완벽주의라는 걸 본 적이 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데 행동을 별로 안 하는 것을 일컫는데 비슷한 것 같다.
"사람마다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좌절감을 느끼는 정도가 다릅니다. 생각만 하지 말고 손으로 써보는 것도 또 다릅니다. 원하는 것을 쭉 써보고 큰 줄기를 잡는 거예요. 제일 중요한 것은 A 그다음은 B 그다음은 C인거죠. 이 순서대로 해나간다면 그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당장 안 하면 안 되는 것부터 하면 다음이 보일 겁니다. 막상 정리해보면 제외되는 부분도 많아요. 또 이때의 목표는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걱정이 너무 많다“이라는 내 고민에 상담사는 자신의 치료하는 내담자들의 사례를 들며 여러 방향을 제시했다.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의 사례를 듣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다. 상담사가 직접 만난 사람들을 예시로 했기에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힘내“라는 쓸데 없는 말 대신 ”어떻게 하면 힘낼 수 있을지“를 같이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해요
1)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 사람
2) 자신의 문제를 객관화하고 싶은 사람
3) 문제가 있는 건 알겠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문제인지 모르겠는 사람
뜨끔했다면 한 번쯤 방문해볼 것을 권한다.
학문적인 솔루션은? 대학 상담센터
↑ 홍익대학교 학생 상담센터 /사진=홍익대학교 상담센터 홈페이지 캡처 |
학교 안엔 언제나 ‘생각보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항상 졸업 후에 알게 되는 게 문제다.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울권 대학은 약 6개.
1) 연세대학교 상담 코칭 센터
2) 성균관대학교 카운슬링 센터
3) 한양대학교 ERICA 한양 상담센터
4) 건국대학교 학생 상담센터
5) 숙명여대 학생 생활상담소
6) 홍익대학교 학생 상담센터
횟수의 제한이 없으며 비용도 무료다. (대학마다 일정 상담 횟수를 넘기면 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상담학을 전공한 교수, 박사, 소속직원이 상담을 진행한다.
”해당 학교 학생만 되는 거 아냐?“
△일반인 상담도 가능
△전화 예약 혹은 홈페이지 신청
△정신건강증진센터와는 달리 배정에 일주일 정도 시간이 필요
△일주일 뒤 상담사가 직접 전화를 해 예약시간 배정
직접 상담을 받아본 결과 정신건강증진센터보다는 학문적인 느낌이 강했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 상담기관을 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상담 경험을 풀어보자면, 내 경우 상담자는 교수님이었고, 꿈-직업-직장에 대해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생각을 써오라는 숙제를 받았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기에 제대로 가고 있는지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었다.
일주일 한 번 만나고, 5회쯤
‘정신과’가 아니라도 학교에서, 지역에서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할 수 있는 장소들도 있다. 정신과처럼 진료기록이 남지 않을뿐더러 비용도 전혀 들지 않는다. 혹시 내가 우울증이 아닐까? 의심된다면, 부담 없이 문을 두드려보자.
[MBN 뉴스센터 송서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