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흔히 발생하는 감기의 대표적인 증상은 고열, 심한 두통 등이다. 하지만 뇌를 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뇌수막염 역시 비슷한 증상을 보여 감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뇌수막염 환자는 8,51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5,836명보다 2,675명(약 43%) 증가한 수치다. 원인균에 따라 각종 후유증을 남기는 뇌수막염. 발생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정성우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병하는 뇌수막염
인간의 뇌를 보호하는 구조물에는 두개골과 그 안쪽에서 뇌를 싸고 있는 세 개의 막이 있다. 뇌수막염은 그 원인에 따라 증세와 예후가 무척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뇌를 감싸고 있는 연질막과 뇌척수액 공간을 포함하는 거미막 사이인 거미막밑 공간(Subarachnoid space)에서 발생한다.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심한 두통이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38℃ 이상의 고열, 구토, 고개를 숙일 때 통증이 나타나는 경부강직 등의 증상도 생긴다. 뇌수막염은 원인에 따라 흔히 세균성 뇌수막염, 바이러스성(무균성) 뇌수막염, 결핵성 뇌수막염 등으로 나뉜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한 살 이전의 연령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연령에 따라 그 원인균 역시 다르다.
증상으로는 신생아의 경우 황달, 청색증, 구토, 발열, 의식 저하 등이 주로 나타난다. 성인에서는 며칠에 걸쳐 점차 심해지는 두통, 고열, 오한, 구토, 경련 등이 발생한다. 진행 속도가 가장 빨라 치료가 늦어지면 생명이 위험하기도 하고 치료를 하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바이러스성(무균성) 뇌수막염은 바이러스가 뇌척수액과 뇌수막 공간에 침범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위장에 있는 장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이 가장 흔한 원인이다. 두통, 열, 구역, 경부강직 등의 증상이 며칠에 걸쳐 발생한다.
결핵성 뇌수막염은 폐나 기관지, 임파선 등에 생긴 결핵병소가 뇌, 척수 등으로 퍼져 생긴다. 처음에는 미열, 권태감, 오한을 느끼다가 몇주에 걸쳐 점차 두통이 심해지고 구토를 동반한다. 우리나라처럼 결핵이 흔한 나라에서는 결핵성 뇌수막염 환자의 발생률이 높다. 특히 이를 적절히 치료하지 않아 신경계통의 후유증이 남는 경우도 많다.
◆뇌수막염 어떻게 진단할까
뇌수막염 진단은 뇌척수액 검사를 통해 뇌척수액의 염증세포(백혈구) 증가, 단백증가, 당 수치 변화 등을 확인해 이뤄진다. 두개골 내 압력 상승을 초래하는 국소뇌병변을 구별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시행하기도 한다.
검사 결과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판단되면 즉시 항생제를 투여하게 된다. 가능하면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한 후 항생제를 투여하지만 증상의 진행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먼저 투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균성 뇌수막염은 적절한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이 평균 10~15% 정도 된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 다른 질환을 동반한 사람들의 경우 사망률이 더 높다. 세균의 종류에 따라 사망률이 80%에 이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에 의한 뇌수막염 사망률은 10% 미만, 수막구균에 의한 뇌수막염은 10~15%, 폐렴구균성 뇌수막염은 약 25%이다. 그람음성 간균에 의한 뇌수막염은 사망률이 40~80%에 이른다.
반면,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뇌수막염 발생율의 80~90%를 차지할 만큼 가장 흔하게 발병한다. 다행히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열, 두통, 탈수증세 등에 대한 완화요법만으로도 자연적인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수막뇌염으로 발전해 치명적인 경과를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증상이 보이면 즉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여름철에는 음식을 익혀 먹고 물을 끓여 마시는 것이 좋다. 외출 후에는 손을 꼭 씻어야 한다. 또한 체력이나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나 피서지 등의 접근을 피하는 것이 좋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정성우 교수는 "당뇨나 면역력이 약할 경우 뇌수막염이 뇌염이나 다른 합병증으로 진행 가능성이 높아진다."라며 "또한 의사표현이 서툰 영유아의 경우 열이 38℃ 이상 지속되거나 발진이 생긴다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 진료 및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원진재 매경헬스 기자 [ wjj12@mkhealth.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