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흉통과 호흡곤란 '기흉' 의심해야!
↑ 사진=연합뉴스 |
최근 방송된 한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외상성 기흉'이라는 질환으로 쓰러지자 남자 주인공이 볼펜을 가슴에 꽂는 응급조치로 살려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이 방송을 탄 이후 포털사이트에는 '기흉'이 한동안 검색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습니다.
기흉은 폐를 둘러싼 흉막에서 발생한 공기주머니(기포)가 터져 흉막 공간 안으로 공기가 새어 들어가면서 그 압력으로 폐의 일부분이 쭈그러드는 질환입니다.
기흉에는 폐 표면에 비정상적으로 생겨난 공기주머니가 어느 순간 저절로 터져서 발생하는 '자발성 기흉'과 외상에 의해 폐가 직접적인 손상을 받아 발생하는 '외상성 기흉'으로 나뉩니다. 기흉이 심하면 공기가 폐뿐만 아니라 심장까지 압박해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전체 기흉 환자 중 자발성 기흉이 52%(1만2천740명)에 달했는데 이 중 88%(1만1천242명)가 남자였습니다. 또 남자 환자의 절반 이상인 63%가 10∼20대 환자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10∼20대 사이에 기흉이 빈발하는 이유로 점점 서구화되고 있는 체형을 꼽습니다. 서구형 식습관으로 빠른 외형 성장과 함께 폐도 길어졌지만, 상대적으로 얇아진 흉막이 외부 압력에 약해지면서 기흉이 잘 생긴다는 분석입니다.
기흉은 흉부 X-선 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를 하면 기포의 크기, 위치, 개수 등을 더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치료는 간단한 편입니다. 흉강에 찬 공기의 양이 적으면 충분한 휴식만으로도 호전되지만, 양이 많은 경우에도 새끼손가락 굵기의 관을 갈비뼈 사이에 삽입해 공기를 제거하면 퇴원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외상성 기흉 환자가 심장을 압박하는 응급상황이 되자 볼펜을 삽입해 공기를 제거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소독되지 않은 볼펜 등의 도구가 자칫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CT 검사에서 기흉의 원인이 되는 기포가 발견됐다면 흉부 내시경을 이용한 기포절제술을 시행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 수술은 절개하지 않고 내시경만으로 기포를 없애기 때문에 30분이면 가능하다. 또 수술 후 보통 2∼4일 후면 바로 일상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기흉은 재발률이 높은 것도 특징 중 하나입니다.
만약 기흉 진단을 받았거나 재발 우려가 있는 사람이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한다면 미리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해야 합니다. 높은 고도에서는 폐의 공기주머니가 쉽게 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는 행위, 격렬한 운동 후 숨을 가쁘게 쉬는 행위 등도 복압 상승과 함께 흉부압을 올리고, 이런 압력은 얇은 흉막에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기포를 쉽게 터지게 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김대현 교수는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이 나타난다면 기흉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간을 미루지 말고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오태윤 교수는 "특히 키가 크고 마른 10~20대 젊은 남성이 장시간 비행기 여행을 앞두고 흉통이나 가슴의 불편감,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다면 출발 전에 X-선 검사와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권고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