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움츠린 어깨, 꽁꽁 싸멘 목도리, 종종 거리는 발걸음. 영하 10도를 밑도는 차가운 날씨는 모든 이들을 겨울 바닷바람에 쩍쩍 늘러붙은 명태처럼 얼려버린다. 출근길에 나선 아버지도, 장바구니를 든 어머니도, 등굣길에 오른 아이도 “한 줌의 바람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라도 다지는듯 싸메기에 여념이 없다. 외투를 여미고 목도리를 둘러도 파고드는 싸늘한 기운. 요즘처럼 차가운 날이 계속될 때에는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경증 저체온엔 담요를, 중증 저체온엔 데운 혈액을
저체온은 사람의 중심 체온이 35℃ 이하로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추울 때 혈류는 피부와 사지에서 단락이 생겨 중심 체온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이러한 조절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중심 체온이 하강해 저체온에 빠지게 된다.
특히 우발성 저체온은 추위에 노출된 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패혈증, 갑상선 기능저하증, 뇌하수체 기능부전, 저혈당, 뇌혈관 질환, 베르니케 뇌병증, 심근경색, 간경화, 췌장염, 약제복용, 특히 알코올과 관련이 있다. 알코올은 말초혈관을 확장시키고 떨림을 억제하며 열 발생을 방해함으로써 열 소실을 증가시킨다.
우발성 저체온 환자들은 대부분 대개 차고 창백하며 근육 경직 소견이 관찰된다. 체온이 26.7℃ 이하인 환자는 흔히 의식이 없다. 동공은 수축되어 있고 호흡은 얕고 느리며 심박수는 느리다. 대부분의 환자는 저혈압과 전신 부종이 관찰된다.
저체온의 치료는 먼저 기도를 확보하고 유지하며 환자에게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야 한다. 동맥혈 가스검사를 시행하고 따뜻한 포도당 식염수를 정맥 주사해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백경란 삼성서울벼원 감염내과 교수는 “경증의 저체온 환자에게는 담요를 덮게 하거나 따뜻한 방에 두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심한 저체온 환자는 적극적인 중심 재가온(active core rewarming)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중심 재가온은 인공 호흡기를 통해 습도가 높고 따뜻한 공기를 공급하며 따뜻한 복막 투석액을 사용하고 위세척을 시행함으로써 체외순환을 통해 외부에서 데운 혈액을 공급하는 것을 뜻한다.
추위에 노출된 경력이 없이 울혈성 심부전, 요독증, 당뇨, 약물중독, 급성 호흡부전, 저혈당 등과 관련돼 중등도의 저체온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 환자들은 대게 고령이며 입원 중에 발생하고 체온은 33.3~34.4℃이다. 이런 환자의 발생은 정상 기온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데, 체온조절의 급성 부전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환자는 수시간 내에 다시
문애경 매경헬스 [moon902@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