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암을 맹추격하는 강적이 나타났다. 바로 이름도 생소한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오랜 기간 폐를 못살게 구는 병으로, 담배가 가장 큰 주범이다. 노년기가 무한대로 늘어난 고령화 시대, 팔팔한 40대부터 병상을 차지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담배를 끊는 것이 좋다.
사실 천식 같은 호흡기질환은 현대인에게 흔한 질병이다.
감기가 오래되면서 기침이 잘 낫지 않아 병원을 찾은 경험은 흔하게 있다. 그때 진료기록부를 꼼꼼히 살폈다면 기관지염이란 병명을 목격했을 것이다. 기관지염은 보통 급성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생제 치료가 가능하지만 만성인 경우 이미 조직이 손상돼 위험하다. 한 번 나빠진 폐는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박정범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동부지부 건강증진의원 원장은 “우리 몸에서 호흡을 담당하고 있는 폐는 기관지와 폐포(허파꽈리)로 구성돼 있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폐기종, 만성 기관지염, 기관지 천식 등의 질환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천식은 음식물, 애완동물의 털 등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기관지를 자극해서 생기는 알레르기성 질환으로 생활환경에서 원인물질을 제거하면 어느정도 회복이 가능하다. 또 평상시 괜찮다가 증상이 있을 때만 숨이 차고 기침이 난다. 이에 반해 폐기종이나 만성 기관지염은 거의 항상 숨이 차거나 기침, 가래가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폐기종과 만성 기관지염을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이라 부른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현재 미국에서 연간 사망 원인 4위를 차지하한다. 사망률 또한 증가하고 있다. 대한결핵학회 및 호흡기학회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45세 이상 성인 약 18%가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사망률이 높은 것은 고령화 영향이 크다. 노인층에게 많이 발생하며 연령대가 높을수록 유병률이 높기 때문이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점도 한 이유다. 폐 기능은 75% 이하로 떨어져도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이 없다. 걷거나 움직일 때 숨이 차기 시작하면 이미 50%까지 손상됐다고 보면 된다.
원인은 흡연이 가장 대표적이다. 대기오염이나 세균감염 등이 단독으로 만성 기관지염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좀처럼 만성 기관지염에 걸리지 않는다.
흡연은 기도 점막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허파꽈리의 세균 저항능력을 감퇴시켜 염증을 유발한다. 만성 기관지염이 진행되면 기관지가 매우 예민해져 기온이나 습도가 조금만 떨어져도 발작하듯 기침을 하고 그 때문에 염증이 더 심해진다.
현재 조기 검진을 통해 만성 폐쇄성 폐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는 전체 환자의 5%에 불과하다. 암과 다른 점은 조기에 발견해도 완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 한 번 떨어진 폐기능을 다시 회복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치료는 더 나빠지지 않게 증상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김수진 매경헬스 [sujinpen@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