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과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으로 허리디스크 치료를 받아 왔으나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전문병원을 찾은 이완호(66세, 남)씨는 뜻밖에도 목디스크라는 판정을 받았다. 정밀검사 결과 이 씨는 파열된 목디스크가 척추 내 주요 신경을 눌러 염증을 일으키는 척수병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척수병증은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거나 목이 뻣뻣한 정도의 느낌만 있지만 병이 진행되면 자칫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또 척수병증은 손발에 마비가 와 뇌졸중으로도 오인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척수병증은 초기 단계를 지나 허리와 팔다리까지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로 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잠만 잘못 자도 사지마비가 올 수 있다.
따라서 목이나 어깨에 통증은 별로 없지만 걸음걸이가 불안정하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며, 고관절까지 저릿한 통증이 내려온다면 허리디스크가 아닌 척수병증을 동반한 목디스크를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한상호 청담튼튼병원장은 “목 쪽 척추인 경추는 온몸으로 뻗어 나가는 신경 다발이 있는 중요한 부위다. 삐져나온 목디스크가 신경관을 눌러 팔다리로 이어지는 신경을 손상하면 팔이 아닌 다리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척수병증은 신경이 눌려서 손발에 마비가 온다는 점에서 뇌졸중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그러나 척수병증은 인지기능이 거의 정상인 경추질환이기 때문에 뇌질환인 뇌졸중과는 차이가 있다.
뇌졸중은 대게 뇌 기능의 이상을 동반해 얼굴이나, 눈,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판단이 흐려지며, 대부분 한쪽 팔과 다리에 기능 이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척수병증은 목 아래의 기관에만 이상이 초래되고, 양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걸음걸이가 이상하더라도 사물을 판단하거나, 말을 하는 데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목디스크로 인한 척수병증이 확인되면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한 원장은 “같은 목디스크라 해도 경추 양쪽의 신경가지가 눌리는 신경병증은 물리치료와 신경주사치료와 등 비수술치료만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반면 경추 중앙에 있는 중추 신경이 눌려 나타나는 척수병증은 수술을 통해서만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척추가 심하게 압박을 받으면 척수로의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신경의 기능상실과 신경세포의 괴사가 올 수 있다”며 “한번 죽은 신경은 재생되지 않으므로 발병 1년 이내에 수술을 받아야만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수술 부위를 10~20배 정도 확대해주는 미세현미경을 이용한 디스크 제거술과 감압술(UBF) 등 절개 부위가 작고 수술 시간이 1시간 이내로 짧은 디스크 수술법이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어 수술 치료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목의 굴곡을 심화시키는 엎드려서 책보기, 높은 베개 이용, 소파에 장시간 누워서 텔레비전 보기 같은 자세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머리에 무거움 짐을 지거나 목 부위에 무리가 가는 과도한 운동은 삼가고, 머리를 좌우, 전후로 가볍게 움직여 주는 운동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석영 매경헬스 [hansy@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