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은 흔히 특별한 사전 증상 없이 갑작스럽게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으므로 소리 없이 찾아오는 '침묵의 살인자' 라고도 불린다. 흡연, 당뇨, 비만 및 고지혈증 등을 동반하면서 장기간 고혈압 상태에 노출될 경우에는 동맥경화 및 죽상경화를 일으켜 다양한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갑작스런 혈압 상승은 급성심근경색, 돌연사, 대동맥박리 및 뇌출혈 등을 야기하여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어 적정 수준의 혈압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추운 겨울이 되면 몸이 떨리고 움츠러드는 것처럼 혈관도 우리 몸의 36.5℃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수축되어 좁아지기 때문에 혈압이 증가할 수 있으며, 이와 함께 맥박이 빨리지는 등 심장 및 혈관이 받는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실제 고혈압 환자의 혈압은 계절 변화에 민감해서 온도가 1℃ 내려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1.3mmHg 정도, 확장기 혈압은 0.6mmHg 정도 올라간다. 특히 겨울철 아침에는 평상시보다 더 강력하게 말초혈관이 수축되어 심장에 커다란 부담을 주므로 노인, 고혈압 환자, 흡연자 등의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들은 협심증,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선 고혈압 환자는 자신의 혈압상승에 관심을 갖고 혈압 변화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복용하고 있는 약물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며 임의로 약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중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추운 겨울날 외출할 때는 보온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하며, 혈압이 정상보다 높을 때는 외출을 삼가 하고 날씨가 많이 차가운 날에는 찬바람에 많이 노출될 수 있는 새벽 운동이나 등산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고 반드시 외출 시에는 옷을 충분히 갖춰 입고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하며 또한 적절한 실내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활동이 적은 겨울철에는 오히려 체중이 늘어나기 쉬워 이로 인한 혈압상승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따뜻한 날 오후에 빨리 걷기, 달리기, 줄넘기, 자전거 타기, 에어로빅 및 수영 등의 유산소 운동을 1주일에 5일 이상, 한번 할 때 마다 30분 이상씩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며, 너무 추운 날에는 실내에서 맨손체조나 간단한 스트레칭 정도의 실내 운동이 적당하다.
담배는 직접적으로 혈압을 올리지는 않지만 흡연을 하면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성을 피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하고 과도한 음주 또한 위험하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고, 특히 짜고 자극적인 음식과 콜레스테롤의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 및 과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혈압의 상승은 또한 스트레스와도 관계가 많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과로를 피하고 미지근한 물로 목욕하고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도록 노력한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의 응급증상인 갑작스런 반신마비나 언어 장애 또는 흉통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할 경우에는 가급적이면 빠른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에 간다.
마지막으로 평상시에 적정체중과 정상 허리둘레를 유지하기 위해서 항상 노력해야 한다. 비만, 특히 복부 비만은 혈전증의 위험이 높아 심혈관질환 발생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자신의 체중과 허리둘레 유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겨울철은 분명히 고혈압의 합병증이 일어나기 쉬운 계절이다. 그러나 적절한 항고혈압약제 복용과 더불어 고혈압 관리의 기본인 음식조절, 체중 감량, 금주, 금연, 소금섭취 제한, 운동 등의 생활습관 교정을 잘 하면 겨울철 고혈압의 합병증 위험으로부터 벗어나서 건강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이종영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예방및재활센터 소장(심장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