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몸짱을 자랑하는 김모씨(67)는 날마다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으로 40대 못지 않은 몸매라고 자부했다. 그러나 최근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았다. 평소처럼 역기를 들던 중 허리에서 갑자기 ‘뚝’ 소리가 났고 극심한 허리 통증이 느껴졌다. 검사 결과, 노화에 의해 서서히 진행되던 척추관협착증이 무리한 운동에 의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에는 운동과 자기관리를 꾸준히 해서 60대를 넘겨도 ‘할아버지’가 아닌 ‘아저씨’로 보이는 남성이 많다. 하지만 겉으론 젊어보여도 이 무렵은 척추의 퇴행이 급격히 진행되고 근육량이 줄어드는 시기다. 겉모습만 믿고 근력운동을 무리하게 했다가는 척추관협착증 같은 퇴행성 척추질환이 빨리 찾아오거나 악화될 수 있다.
꾸준한 운동이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임은 맞다. 하지만 나이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척추에 독이 된다. 중요한 것은 운동 강도가 아니라 척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적절히 혼합하고 운동 전후에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장년층 남성, 근력운동 무리하면 척추 ‘급노화’
고도일병원이 2009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치료를 받은 척추관협착증 환자 1만7849명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40대 이하는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50대는 28.9%, 60대 34.7%, 70대이상 26.3%로, 척추관협착증 환자의 90%가 5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퇴행성 척추질환인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허리통증 및 다리저림 증상 등이 생기는 질환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자연스러운 노화에 의해서 생기지만 반복적인 자극, 잘못된 생활습관 등에 의해 악화될 수 있다. 윗몸일으키기나 역기 들기 등 상체 근력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은 척추에 반복적인 자극을 줘 척추의 퇴행을 앞당길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이 중증으로 접어들면 등이 굽어진 꼬부랑 노인이 된다. 허리를 펴면 척추관이 좁아져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허리를 숙이고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척추뼈 사이의 말랑말랑한 디스크도 나이가 들면 디스크 내부의 수분 함량이 줄어들면서 탄력을 잃고 딱딱하게 된다. 척추뼈와 디스크가 약해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근력운동을 하면 허리디스크가 생길 위험도 크다.
척추의 퇴행과 함께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복근이 탄탄하면 척추가 다소 약해져도 근육이 허리를 지지할 수 있지만 근력이 약하면 척추를 지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도일병원 고도일 병원장은 “중년 이후 근력이 약해지는 현상은 성호르몬 감소와 관련이 있다”며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 근육량이 줄어들고 체지방량은 늘어나 팔다리는 가늘고 배는 불룩 나온 체형이 된다”고 설명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20대 초반 최고조에 이르다가 40대 이후부터 매년 약 1.2%씩 감소한다. 성호르몬 감소에 의해 근육량이 줄고 체지방량이 늘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젊었을 때와 똑같은 양을 먹고 움직여도 잉여 칼로리가 생기고, 비만과 근육감소가 더욱 심해진다.
◆유산소+하체근력 운동 하루 30분이상 해야
중장년 남성이 운동을 하면서 척추 부상을 입지 않기 위해서는 기초대사량을 늘리고 허리 근육을 키우는 것이 관건이다. 일반적으로 기초대사량은 나이가 젊을수록 체격이 클수록, 근육량이 많을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고 병원장은 “운동은 운동 종목과 강도가 중요하다”며 “근력운동만 하기보다는 걷기, 수영, 실내자전거, 등산, 계단오르내리기, 카프레이즈 처럼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이 함께 되면서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종목이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실외자전거의 경우 추위와 외부 환경에 의한 충격들로 인해 자칫 척추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실내자전거를 이용하면 효과적이다. 카프레이즈 운동은 발
운동량은 최고 심박수의 60% 수준으로 하루 30분 이상이 적당하다. 최고 심박수는 220에서 연령을 빼는 방법으로 산출한다. 예를 들어 60세 남성의 최고 심박수는 160이므로 운동 강도는 심박수가 분당 96회를 유지하는 정도가 좋다.
문애경 매경헬스 [moon902@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