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 속을 달래주고, 들끓는 열을 내려주고, 쑤신 통증을 가라앉혀주고. 약은 아픈 몸을 어루만져준다. 하지만 약도 제대로 먹어야 약이 된다. 약은 일반적으로 미지근한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권장되지만, 간혹 물이 아닌 음료, 특히 과일주스와 함께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약과 과일주스의 구성성분이 인체 내에서 상호작용을 일으켜 체내로 적절히 흡수·배설되지 않아 약을 통한 적절한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오히려 약에 의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약과 과일주스가 인체 내에서 어떠한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이에 따른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②자몽주스_Ⅱ자몽주스와 함께 먹으면 안되는 약물들
약물과 자몽주스의 상호작용에 대해 수많은 연구가 수행됐고, 다양한 종류의 약물이 자몽주스와 상호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각각의 약물들의 종류에 따라 자몽주스와의 병용섭취를 금지하거나 주의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부정맥치료제
부정맥치료제로 쓰이는 아미오다론과 드로네다론은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하는 것을 금하며, 디곡신은 섭취에 주의가 요구된다.
아미오다론은 자몽주스가 이 약물의 생체이용률을 50% 증가시키고 활성대사체로의 변환을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복용을 금한다.
드로네다론은 중등도의 CYP3A4 억제제인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했을 때 드로네다론의 노출량이 3배 증가했다. 따라서 환자들은 이 약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자몽주스를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디곡신은 건강한 사람이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했을 경우 이 약물의 혈장농도가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고지혈증치료제
고지혈증치료제로 사용되는 스타틴계열 약물(HMG-CoA 환원효소 저해제)은 소장의 CYP3A4 효소를 통하는 동일한 기전을 통해 대사된다. 따라서 이 계열 약물은 자몽주스의 효소억제 작용에 영향을 받아 대사가 저해돼 횡문근융해증이나 심근병증과 같은 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다.
자몽주스와의 병용섭취를 금하는 스타틴계열 약물로는 아토르바스타틴, 로바스타틴, 심바스타틴 등이 있다.
◆항응고제
실로스타졸은 일차적으로 CYP3A4에 의해 대사되고, 그보다는 약한 정도로 CYP2C1에 의해 대사되는 약물이다. CYP3A4 저해제인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소장에서의 초회대사가 저해돼 약물 농도가 높아져 두통, 설사, 출혈, 두근거림 등의 부작용 위험성이 증가될 수 있다. 실로스타졸을 투여중인 환자들은 자몽주스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혈압강하제
혈압강하제로 쓰이는 칼슘채널차단제 중 하나인 디하이드로피리딘 계열 약물은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할 경우 허혈성 합병증을 일으켜 심근경색 혹은 불안정 협심증을 초래할 수 있다.
국내 생산·유통중인 디하이드로피리딘 계열 약물에는 암로디핀, 펠로디핀, 니페디핀, 니모디핀, 니솔디핀, 니트렌디핀이 있고, 이 외에도 칼슘채널을 차단하는 혈압강하제로는 딜티아젬, 베라파밀이 있다.
또한 레닌억제제인
[참고=식약청·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약물의 효능에 영향을 미치는 과일주스>]
문애경 매경헬스 [moon902@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