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인데도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아지는 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유난히 손발이 시리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흔히 ‘수족냉증’이라고 부르는 이런 증상은 겨울철이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그 자체가 질병은 아니다. 하지만 인체의 이상 신호가 손발이 찬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고, 원인도 목디스크, 윌슨저체온증 등으로 다양하므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추운 날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뇌 시상하부에 있는 체온조절중추는 인체의 체온조절을 담당한다. 몸의 심부온도를 끊임없이 체크하면서 기준점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지면 자율신경의 협조를 통해 체온을 조절한다. 이런 조절작용에 의해 바깥 기온이 내려가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액이 심장으로 많이 가면서 몸의 말단으로 혈액을 운반하는 말초혈관이 상대적으로 좁아지게 된다. 혈액이 몸의 중심부로 몰리면서 말단인 손발에 피가 적게 공급돼 손발이 시리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여름에는 열을 배출하기 위해 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에 땀도 많이 나고 말단에도 혈액이 많이 공급된다.
그러나 실내에 있거나 보온에 충분히 신경 써도 손발이 시린 증상이 사라지지 않으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발끝이 시린 증상은 없지만 목 통증과 함께 어깨와 팔, 손가락까지 시리고 저린 증상이 나타나며 목디스크일 수 있다. 심하면 손과 팔에 힘이 빠지고 감각도 무뎌진다. 이런 증상은 목뼈(경추) 사이의 디스크가 빠져나와 어깨와 팔을 거쳐 손으로 가는 신경을 눌러서 나타난다.
고도일병원 고도일 병원장은 “목디스크 초기에는 목 스트레칭을 하고 자세를 바르게 하는 방법으로 호전될 수 있다”며 “하지만 손가락이 시리고 저린 증상이 나타난 것은 이미 목디스크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신호이므로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손발이 시린 증상은 윌슨저체온증후군(Wilson's Temperature Syndrome)인 경우에도 나타난다. 증상은 한국 여성들이 흔히 호소하는 산후풍의 증상과 매우 비슷하다. 이 질환이 생기는 원인은 아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흔한 원인이 출산이며 가장 대표적인 증사은 피로다. 윌슨저체온증후군인 사람의 체온은 정상인보다 0.5도 낮고 추위를 잘 타며 손발이 차갑다. 이와 함께 피로감, 두통, 부종, 불안, 우울, 탈모, 성욕감소, 변비, 건조한 피부와 모발, 불면증, 알레르기, 식은땀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만으로 보면 갑상선기능이 떨어지는 갑상선기능저하증과도 유사하다.
드물지만 레이노증후군이라는 질환에 의해 손발 시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레이노증후군은 1862년 오귀스트모리스 레이노(Auguste-Maurice Raynaud)라는 프랑스 의사가 논문에서 처음 발표한 질환으로 손발이 추위에 노출되거나 심한 감정적 변화가 있을 때,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끝 일부가 하얗게 또는 파랗게 변하는 증상을 말한다. 손끝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며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겨울철 일상적인 손발시림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온에 신경써야 한다. 얇은 옷을 조이지 않게 여러 겹 입고 외출할 때는 장갑과 모자, 목도리 등으로 인체 말단까지 따뜻하게 한다. 외출 후 실내에 들어와서도 시
문애경 매경헬스 [moon902@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