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한 렉서스 차종들의 우수성을 설파하다보니, 독일 자동차보다 우수하냐는 질문도 받는다. 최근 도요타는 스포츠 성향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질문도 당연하다.
하지만 스포티해졌다는 LS를 타본 결과, 여전히 LS는 독일차와 추구하는 방향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느쪽이 더 낫다고 할 수 있는게 아니라, 판매 할 대상 자체가 전혀 다른 것이다.
12일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한 렉서스의 기함, LS600hL을 시승했다.
◆ 젊은 렉서스, 중장년층 소비자 노리다 렉서스는 2005년 미국에서 출발한 브랜드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와 비교해보면 역사는 무려 80년쯤 뒤진다. 그래서 렉서스의 전략은 분명했다. 이들을 넘는게 아니라 다른 길로 간다는 것이다. 독일 회사들은 어디까지나 스파르탄 감각을 추구하고, 잘 달리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게 S클래스나 7시리즈라도 마찬가지. 결코 부드럽지 않고 단단한 서스펜션이 기본이다. 스포티한 운전의 즐거움 또한 고급차의 필수적인 요소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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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뉴 LS 출시행사장에 LS600hL이 서있다. 물론 이런 승차감은 운전자를 기쁘게 하겠지만 정작 뒷좌석에 앉은 사장님은 대체 왜 이런 덜컹거리고 시끄러운 차를 타야 하는가라는 불만을 가질수도 있다. 그 틈새를 노린게 렉서스 LS다. 렉서스 LS는 보닛위에 샴페인잔을 쌓아놓고 가속페달을 밟아도 잔이 넘어지지 않는 광고를 내보내 유명해졌다. 진동과 소음이 극소화 돼서 실내에서는 차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만든게 특징이다. 뒷좌석에 앉는게 일반적인 각 회사 임원이나 중장년 소비자들은 바로 이런 차를 기다려왔고, 렉서스의 마케팅은 그대로 먹혀들었다. ◆ '빅 마이너체인지', 성공일까 일본 도요타는 이번 렉서스 LS의 변화를 '빅 마이너체인지'라고 부른다. 문장 자체가 모순된 느낌이 들지만 이 차를 보고 있자면 그런 말이 나올만도 하다. 최근의 렉서스LS(코드명 XF40)는 2006년 출시 후 벌써 6년동안 유지돼 왔으니 신모델이 나올 때도 됐다. 그런데, 이번에 신모델이 나오는 대신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왔다는 점에서 조금 실망스럽다. 반면 페이스리프트의 수준을 보면 실내외 어느 부분을 떼놓고 봐도, 이게 과연 페이스리프트라고 불러야 하는가 싶을 정도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을 갖고 있다. 물론 플랫폼, 서스펜션이나 파워트레인은 기존과 동일하기 때문에 이 차를 풀체인지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빅 마이너 체인지'라고 말한 것 같다. 이 차의 스핀들 그릴은 GS나 ES에서 보던 것보다 더 충격적이고 과격하게 느껴진다. 커다란 규모의 대형 세단이 이런 디자인을 하는게 파격이기 때문이다. 사진보다는 훨씬 멋지긴 하지만, 과연 이런 얼굴을 가진 차를 회사의 중역이나 중장년의 소비자들이 쉽게 소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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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신형 LS 시리즈 월드 프리미어 행사장. 렉서스 LS를 놀이기구로 묘사했다. 또, 이 차의 글로벌 론칭행사장의 사진을 보니, 'Attraction (놀이기구)'이라고 홍보한 네온사인이 눈에 띈다. 스포티를 추구하고, 젊은이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차라는 식의 홍보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겉모양이나 마케팅과는 달리 그 느낌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실상 '놀이기구'와는 완전히 정반대 성격의 차다. ◆ 뒷좌석 승객을 위한 차. 운전 즐거움은 접어둬야 조금 과격하게 몰았나보다. LS600hL에 탄 4명의 승객은 제각기 배멀미 기운을 호소하고 있다. 지나치게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출렁이는 탓이다. 전자자세제어장치(VDC)는 끄기도 어렵게 돼 있지만, 일단 끄고 나면 차는 심한 언더 스티어 성향에 빠져든다. 일단 언더스티어로 미끄러지는 상황이 되면 컨트롤이 불가능해졌다. VDC를 끄면 안되지만, 어지간한 상황이 아니고선 급격한 조향 또한 금물이다. 물론 이런 차를 과격하게 모는것 자체가 모순이긴 하다. 멀미를 멈추기 위해 적당한 수준으로 달리니 그제야 LS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노면 소음은 물론 풍절음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가속을 어지간히 해도 RPM 바늘이 크게 올라서지도 않는다. 그냥 초대형 엔진과 전기모터의 토크로 스윽 속도계를 올려붙인다. 5.0리터급 엔진 출력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강력한 느낌은 아니다. 강한 힘은 달리는데 쓰는게 아니라 부드러움을 강조하는데 쓰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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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신형 LS시리즈의 뒷모습. 이번 마이너체인지에선 3000개의 부품이 새롭게 변경돼 장착됐다고 하는데, 파워트레인에서 보면 성능은 변함 없고 연비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춘 듯 하다. 우선 엔진은 LS460은 6.7마력 정도로 최대 출력이 늘었고, 저마찰 오일과 낮은 구름저항 타이어를 채용해 연비도 5%가량 향상됐다. 이번에 시승한 LS600hL은 전기모터와 5리터 가솔린엔진을 더해 438마력의 시스템마력을 낸다. 이 커다란 덩치의 차가 출발할 때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스스륵 움직이는데, 이 또한 기묘한 느낌이 든다. 워낙 조용해선지 체감속도는 그렇게 빠르게 느껴지지 않지만 시속 100km까지 가속은 5.5초로 LS460보다 약간 빠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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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이 전혀 보이지 않는 렉서스 LS 시리즈 엔진룸. 차량이 추구하는 방향이 드러나는 듯 하다. 공인 연비는 9.5km/l로 돼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하이브리드가 무색해 보이지만, 5리터 가솔린 엔진을 감안하면 꽤 우수한 연비다. 하지만 작은 엔진으로 강한 힘을 내는게 유행인 요즘, 꼭 5리터 가솔린 엔진이 필요했는지는 의문이다. ◆ 렉서스의 본질을 잃지 않은 점에 만족 부드러운 가속, 푹신한 승차감에는 만족을 느낄만하다. 최근 BMW와 아우디의 선전에 의식해 섣부르게 자신의 캐릭터를 버리고 따라가기 식으로 덤빌까 우려했는데, 다행히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차가 만들어졌다. 또 하위모델인 렉서스 신형 GS의 완성도가 너무 높기 때문에, '하극상'을 겪게 되지는 않을까도 우려했다. 그러나 이번 LS의 주행감각은 쾌적하고 엔진의 풍부한 힘으로 가속되는 느낌, 변속충격이나 거친 느낌이 전혀 없다는 차별화 된 매력이 있었다. 뒷좌석에 앉아 오토 버튼을 누르면 공기와 승객의 피부 온도까지 적외선 센서로 일일히 파악해 적절한 운도의 열선과 공기를 내뿜는다. 좌우의 승객 피부 온도가 다르고 피부 부위마다 온도가 다르니 당연히 좌우의 승객에게 뿜어지는 공기 토출구가 여럿 마련돼 있다. 머리 위 대형 공조장치 토출구를 포함해 뒷좌석에만 토출구가 10개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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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LS460hL (5인승) 뒷좌석 팔걸이에 위치한 리모컨. LS 600hL은 별도 리모컨이 2개 더 있다. 뒷좌석 의자를 뒤로 젖히는데 럭셔리카임을 감안해도 각도가 상당하다. 하이브리드 배터리 때문인지 LS460hL 4인승 우측좌석이 더 많이 젖혀지는 듯 하다. 눕혀진 시트는 진동하고 지압하는 기능이 갖춰져 있는데, LS의 지압 기능만큼 우수한 안마시트는 본적이 없다. 살펴보면 볼 수록 뒷좌석 승객을 위한 정성이 넘친다. 사실 독일 럭셔리 자동차 회사들이 하지 못하는게 바로 이런 부분이다. 유럽은 사실 기업 사장 권위가 우리만 못하다. 그러다보니 뒷좌석이 눕혀지지 않는 럭셔리카가 수두룩하고, 제대로 된 안마기능이야 당연히 없다. 유럽인들은 사장이라도 대부분 직접 운전하니 운전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고 트렁크를 키워야 좋은 차로 인정받는다. 역시 우리와는 전혀 다른 시장이다. 세상에 다양한 소비층이 있는데, 그 중 뒷좌석을 여유롭게 즐기는 우리나라나 일본 사장들을 위한 차. 그런 차가 바로 렉서스 LS다. [LS600hL] 주요 사양 전장x전폭x전고 = 5210mm×1875mm×1480mm 휠베이스 = 3090mm 구동방식 = AWD 엔진 = 5.0리터 V8 직간접분사 가솔린 최고출력 = 389마력 / 6400rpm 시스템출력 = 438마력 변속기 = 전자식 CVT 공인 연비 = 9.5km/l
김한용 기자 /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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