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와 병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과거 병원은 필요한 약을 주문하고, 제약사는 그에 맞는 약을 납품하는데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약사와 병원이 상호 협력을 통해 발전을 모색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R&D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제약사와 안전된 투자확보로 일관성있는 연구를 지속하려는 병원의 니즈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내 다국적 제약사들 또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먼저 한국BMS제약은 지난 4월 혈액종양내과의 임상연구 및 학술활동 증진을 위해 서울성모병원과 OCE(Oncology Center of Excellence)를 설립했다. 양 기관은 상호협력을 통한 임상연구 및 학술활동 증진을 약속했으며, 이를 통해 임상시험 연구의 선도적 추진과 지원, 학술연구정보 및 자료 교환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최상의 인프라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성모병원은 신속하고 정확한 치료가 가능해졌으며, 가치있는 임상 데이터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BMS는 지난 2008년부터 꾸준히 국내 종합병원들과 협약을 체결왔는데, 이번이 삼성의료원, 아산병원, 국립암센터,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이어 5번째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도 국내 4개 병원과 신약개발 임상시험 우선 협상을 체결했다. 사노피는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임상센터 4곳과 포괄적 신약 임상연구 협력체 ‘프리미어 네트워크(Premier Network)’를 구축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신약개발을 위한 다국가 임상시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노바티스 역시 지난 3월 C형 간염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초기임상연구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노바티스는 이 외에도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한국에 1억불(총 1250억원) 규모의 R&D 투자를 확대하기로 하고, 그 일환으로 지난 2010년 서울대학교병원, 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과 초기임상연구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바 있다.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특히 임상시험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중국, 인도와 같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들 나라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기에 의료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고, 의료진의 수준 또한 미흡하다. 반면 한국은 임상시험을 위한 환자의 수도 많고, 연구결과를 분석할 연구진의 수준이 우수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평이다.
한국BMS에서 R&D를 총괄하고 있는 피터 무어 메디
문애경 매경헬스 [moon902@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