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시스템이 달라졌다고 차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오디오는 단순한 편의장치 이상의 역할을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자동차라는 물건은 철로 된 껍데기고 결국 필요한 것은 사람이 타는 그 안의 빈 공간이다. 좋은 오디오와 함께라면 그 빈 공간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승객이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은 바로 그런 디테일이다. 맑게 갠 가을 하늘을 달리거나 혹은 부스스 떨어지는 빗소리와 함께 들을때면 생생한 오디오 사운드는 더욱 가치를 더한다. 차량용 오디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르노삼성이 올해 초 SM5 에코-임프레션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 6월엔 SM5 보스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다. 에코-임프레션을 통해 연비를 동급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켰다면, 이번에는 사운드 시스템 및 디자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상품성을 향상시킨 것이다.
지난 2010년 출시된 3세대 SM5의 최종 진화형 모델이라 할 수 있는 SM5 보스 스페셜 에디션을 시승했다.
◆ 보스 오디오 시스템…한단계 더 발전
처음엔 비가 그치지 않는게 못내 아쉬웠다. 아무래도 오디오에 특화된 모델인데, 차를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귀에 거슬리지 않을까 우려돼서였다.
그런데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음악을 틀어보니 품질 좋은 사운드가 빗방울 소리와 어우러져 차를 가득 메운다. 오디오 볼륨을 한계치까지 높여도 스피커가 찢어지는 불편한 사운드는 들리지 않았다. 마치 비 내리는 야외 콘서트 홀에 앉아있는 기분이다.
사실 보스 오디오 시스템은 이미 SM3나 SM5에 옵션으로 적용되고 있다. 기존 옵션을 기본 사양으로 적용해 새로운 트림을 만들어 '생색내기'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보스 스페셜 에디션은 기존 옵션으로 제공되던 사운드 시스템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르노삼성 측의 설명이다.
포르쉐, 페라리, 인피니티 등에 장착되는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차량 개발 단계부터 스피커의 음역과 배치를 고려하는 것(클린 시트 어프로치)으로 유명하다. SM5 보스 스페셜 에디션의 경우도 음역별로 세분화된 10개의 스피커가 최적화된 장소에 위치해 운전석, 조수석 등 전 좌석에서 생생한 사운드를 제공하도록 만들어졌다.
◆ 블랙&화이트로 꾸며진 실내…‘세련 VS 거부감’
SM5 보스 스페셜 에디션 실내는 블랙&화이트를 콘셉트로 제작됐는데,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피아노 블랙 색상을 기본으로 도어핸들, 대시보드 데코, 변속기 플레이트 등에 화이트 펄 색상을 적용했는데, 함께 시승한 동승자들은 세련되고 스포티해졌다는 의견과 너무 젊은 세대 취향이어서 거부감이 든다는 의견 등 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다.
계기반은 시인성 좋은 클러스터로 구성돼 직관적이다. 중앙에 위치한 LCD 주행 정보창은 심플하고 기능적이지만, 요즘 현대기아차가 내놓는 화려한 LCD에 비해선 너무 단순해 보인다. 센터페시아를 비롯한 실내 디자인의 레이아웃 및 각종 조작버튼들의 위치는 사용하기 편리하게 제작됐다.
디자인을 위해 희생된 내비게이션 위치는 아쉽다. 대시보드 안쪽으로 너무 깊게 들어가 있어 이용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SM5의 휠베이스는 2760mm로, 현대차 쏘나타에 비해 35mm 작다. 그런데 실내 공간 활용에 마술을 부렸는지 오히려 넓게 느껴졌다. 앞좌석 시트의 슬라이딩 폭도 길고, 뒷좌석은 성인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아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 공간이다.
◆ 부드러운 주행 성능…이렇게 조용할 수가
미끄러지는 듯 부드러운 주행 감성은 고급 수입차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초반 가속력도 뛰어나 일상 주행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없겠다. 가속페달의 느낌은 경쾌하고 브레이크는 단단해 달리고 서는 기본적인 기능은 확실하다. 다만 저속에서 스티어링이 생각보다 묵직해 일부 여성 운전자들은 불편 할 수도 있겠다.
서스펜션은 조금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출렁거리는 수준은 아니었다. 부드러움과 단단함 사이에서 적당한 타협점을 찾은 듯 했다. 패밀리 세단을 탈 때 요철이나 과속 방지턱에서 울컹거림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큰 장점이다. 저속구간에서는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도 철저히 차단돼 정숙성도 높다.
SM5에 적용된 뉴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CVT)는 자주 사용하는 60~120km/l의 속도에서 꾸준한 RPM을 사용해 뛰어난 가속력과 정숙한 주행감을 제공한다. 또, CVT 제어 최적화 기술이 적용돼 14.1km/l라는 동급 최고 수준의 연비를 제공한다.
◆ 아쉬운 고속 주행 성능…레드존 위협, 몸 쏠림도 심해
고속에서의 주행 성능은 좀 아쉽다. 시속 120km 정도까지 꽤 발랄하게 치고 올라가던는 차가 140km/h 이상의 속도부터는 힘겨워한다. 비록 속도를 올리기는 하지만 차가 무리하는 듯 계기반의 회전계가 6000rpm의 레드존을 향해 치닫고 있어 가속 페달을 밟은 발에서 저절로 힘이 빠진다.
SM5에는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토크 19.8kg·m의 엔진이 장착됐다. 경쟁 모델에 비해 출력(현대차 쏘나타 172마력)은 다소 낮지만 일상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실용 영역에서는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하고 밸런스샤프트를 더해 정숙성도 우수하다. 실제 비교해보면 가속감의 차이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 유행하는 세미버킷 스타일 시트가 장착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시트가 운전자를 잘 받쳐주지 못해 몸이 기울어지기 쉽다. SM5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높은 기술력이 반영돼 탄탄한 하체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갖췄다. 핸들링도 우수한 편이어서 코너링에서도 차체 쏠림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 동급 최고의 패밀리 세단을 목표로 '업그레이드'
SM5는 도심 주행을 위주로 하는 전형적인 패밀리 세단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모델이다. 실내는 넓고 정숙하며 주행감은 부드럽고 서스펜션은 적당한 수준으로 세팅됐다. 2~5인 가족과 함께 타는 차로서는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르노삼성은 SM5에 에코-임프레션 기술에 보스 오디오 시스템 장착한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했다.
상품성 개선으로 만회하려는 노력이다. 또, 보다 젊은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위한실시간 날씨 정보를 연동해 그날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주는 ‘SM5 보스 나만의 콘서트홀’ 이벤트 등 감성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최근 지속적인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르노삼성. 자구책의 일환인 스페셜 에디션 전략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전승용 기자 / car@top-rider.com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별소비세 인하, 현대기아차 얼마나 할인?·자동차 개별소비세 1.5% 인하…‘얼마나 저렴해지나?’
·17세 女골퍼, ‘3억 벤틀리’ 포기한 까닭은?
·아반떼·K3·SM3·크루즈 공인연비 비교해보니…최고는?
·아우디, A8 라인업 3종 추가…가격은 1억4530~1억6990만원
·BMW에서 가장 비싼 760Li 에디션 살펴보니…“움직이는 궁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