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소비자들이 K3를 구입하려면 2천만원 넘는 금액을 지불 할 듯 하다. 광고로 접한 사양들 대다수가 옵션으로 빠졌기 때문이다.
기아차가 내달 17일 출시하는 기아 K3의 가격은 트림에 따라 1520~1995만원(자동변속기 기준)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사실 선택의 폭은 넓지 않다. LED 리어콤비네이션램프, 운전석 전동 시트 등 기본적인 장비만 갖추려 해도 최고급 트림인 '노블레스(1995만원)'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UVO 포함 내비게이션이 140만원, 썬루프 45만원, 슈퍼비전클러스터 45만원, 가죽시트 60만원 등이 옵션으로 빠져 있어, 이들을 더하면 350만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이 경우 가격은 2345만원까지 뛰어 오른다.
국산 준중형차의 가격이 사실상 2000만원을 돌파한건 기아 K3가 처음은 아니다.
현대차가 지난 8월 출시한 2013년형 아반떼 최고급 트림(프리미엄)의 가격 또한 1955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65만원 상승했다. 여기 썬루프(45만원), 후방카메라 및 내비게이션(110만원), 시트팩(60만원), 라이트 패키지(60만원) 등 옵션을 추가하면 최종 가격은 2275만원에 달한다.
내달 출시되는 르노삼성 SM3 페이스리프트의 경우도 최고급 트림(RE)의 가격이 1978만원대로, 차체자세제어장치, 썬루프, 내비게이션, 보스 사운드 시스템 등 250만원 상당의 풀옵션을 장착하면 2천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한국GM이 지난 6월 출시한 1.8리터급 준중형차 ‘2013 더 퍼팩트 크루즈’의 가격은 옵션을 포함하지 않아도 2천만원을 넘는다. 고급 트림의 가격이 2049만원. 여기 썬루프(60만원), 내비게이션(120만원), 컨비니언스패키지(45만원) 등을 추가하면 2274만원까지 뛰어오른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들은 "첨단 안전·편의 사양들이 새롭게 적용돼 가격 인상은 불가피했다"면서 "추가된 사양에 비해 가격 인상폭은 최소화시켜 실제로는 가격 인하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아 주장했다.
현대차 측은 2013년 아반떼를 출시하며 "주력모델인 스마트의 가격은 1695만원으로, 기존 럭셔리 트림에 비해 25만원 인상됐으나 85만원 수준의 추가 사양을 감안하면 60만원 수준의 가격인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상당수 소비자들은 이를 곧이 듣지 못하는 분위기다.
기아 K3를 계약하기로 했던 김모씨(회사원 35)는 "제조사들이 중산층이 구입하는 준중형차에 '옵션장난'을 쳐서 중형차보다 비싼차가 되고 있다"면서 "가격이 낮은 트림은 겉보기에도 단번에 엉성해 보이게끔 만들어 고급 트림을 선택하게 해놓고, 최고급 트림에는 당연히 들어있어야 할 기능들을 옵션으로 빼놔서 돈을 더 내게끔 만들었다"고 밝혔다.
업체들이 말하는 '실질적 가격 인하'에 대해서도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연식이 변경될 수록 기능이 향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런 기능의 과거 옵션 가격을 일일히 계산해 넣는 것은 잘못이라는 설명이다.
수입차 튜닝 전문업체 플랜비 모터스의 오동근 이사는 "옵션을 기본사양으로 만드는 것은 제조사의 필요에 의한 경우가 많은데,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 시킬 근거가 없다"면 "수입차는 매년 새로운 장치가 추가로 붙지만 특별히 가격인상을 하는 경우가 드물고, 오히려 가격을 인하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쟁의 원인은 제조사가 옵션을 패키지로 묶어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독일이나 미국,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처럼 모든 옵션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 패키지를 풀어야 소비자들의 불만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한용∙전승용 기자 /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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