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동차 홍수시대를 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인구 2.4명당 1대다. 매달 15만대의 신차가 계속해서 쏟아진다.
그런데도 거리에는 온통 똑같은 차들 태반이다. 로망도, 추억도, 향수도 없다. 그야말로 새차 일 뿐이다.
안전운전을 기원하며 차 앞에 돼지머리를 놓고 도로에서 고사를 지냈던 내 첫 차, 불법으로 머플러를 튜닝해 동네 주민들을 모두 깨우던 동네형의 차, 운전이 너무 하고 싶어서 친구들과 몰래 탔던 아빠차. 그때 그 시절 나의 드림카가 부활한다면 어떨까?
온라인 자동차 전문매체 탑라이더는 ‘다시 나왔으면 하는 차 TOP7’을 뽑아봤다.
◆ 현대차 포니…“국내 최초의 고유모델”
어렸을 적 택시는 온통 포니였다. 동네 주차장에도 포니가 가득했다. 포니는 국내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모델이다. 1970년대만 해도 국내 제조사는 원천기술이 없어 외국 모델의 부품을 그대로 들여와 국내서 조립 판매하는 형태였다.
이때 현대차는 자신만의 고유모델의 필요성을 느끼고 미쓰비시에 도움을 요청했다. 또 이탈디자인이 설계를 맡았다. 자동차 디자인의 거장 조르제토주지아로가 직접 디자인을 맡았다.
1976년 출시된 포니는 그야말로 인기폭발. 첫 해에만 1만726대가 판매되며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디자인, 성능, AS 등 모든 면에서 조립식 경쟁차종 보다 우위에 섰다. 또 에콰도르, 캐나다 등에 수출하며 해외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 대우차 르망…“유럽 감성이 듬뿍”
르망. 듣기만 해도 들어도 설레는 이름이다. 르망은 현대차 엑셀과 더불어 80년대 최고의 소형차였다. 스포티한 디자인과 유럽 감성이 충만해 당시 젊은이들의 드림카로 자리 잡았다.
르망은 대우차의 첫 전륜구동 승용차로 독일의 오펠이 설계를, 대우차가 생산하고 GM이 판매를 담당한 월드카로 개발됐다.
르망에는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이 등장했다. 그 중 오펠 전문튜닝사인 ‘이름셔’가 튜닝한 ‘르망 이름셔’는 매우 특별하다. 르망 이름셔는 국내 최초로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한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중형차보다 비싼 가격은 당시 소비자들을 납득시키기 어려웠고, 르망 이름셔는 출시 1년만에 단종됐다.
◆ 쌍용차 칼리스타…“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오픈카”
칼리스타를 두고 흔히 ‘비운의 자동차’라고 한다. 칼리스타는 고전적인 클래식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차가 1990년대에 출시됐으니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 했다. 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정립되지 않아서였을까. 2년 동안 100대도 못 팔고 단종됐다.
국내 최초의 정통 스포츠카면서 제대로 된 오픈카였지만 시대를 너무 일찍 타고났다. 당시 부의 상징으로 대표되던 그랜저 최고급 모델보다도 비쌌던게 흠.
칼리스타가 일찍 단종된 이유 중에는 쌍용그룹의 김석원 전 회장의 영향이 컸다고 전해진다. 김 회장은 해병대 수색대 출신으로 남성미가 강하게 풍기는 코란도, 무쏘 등의 정통 SUV를 편애했다고 한다. 그래서 칼리스타의 부드러운 곡선과 여성스런 아름다움이 불만이었다고 전해진다.
◆ 현대차 스쿠프…“흔치 않은 터보엔진이 장착”
현대차 스쿠프는 매우 특별한 기억이 있는 차다. 90년대 최고의 인기스타 최민수가 검은색 스쿠프에 올라타는 것을 본 후부터 기자의 드림카는 스쿠프였다.
스쿠프는 디자인만 쿠페가 아니고 성능도 파격적이었다. 1.5리터 가솔린 엔진에 터보차저가 장착됐다. 최고속도는 시속 205km. 최고출력은 129마력, 최대토크는 18.3kg·m로 요즘의 준중형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성능이다.
스쿠프는 티뷰론, 투스카니 등 현대차 전륜구동 스포츠카의 원조다. 아직도 중고차 시장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거리에서도 종종 목격된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화석인 셈이다.
◆ 대우차 에스페로…“시대를 앞선 이탈리아 디자인”
대우차 에스페로는 스페인어로 ‘희망하다’, ‘기대하다’라는 뜻을 가졌다. 대우차가 80년대부터 현대차의 빠른 성장에 압박을 느끼고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차가 에스페로다. 중형차 선두자리를 지키겠다는 마음에서다.
에스페로는 대우차의 첫 고유모델로 미래지향적이고 스포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에스페로의 디자인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디자인회사인 ‘베르토네’의 디자이너와 대우차가 공동으로 작업했다. 베르토네는 람보르기니, 재규어, 애스톤마틴 다양한 명차를 디자인했다.
하지만 에스페로의 디자인도 너무 시대를 앞섰다. 국내 소비자들은 평범하고 무난한 디자인을 선호해 거부감이 컸다. 큰 차체에 비해 엔진 성능이 뒤따르지 못한 점도 아쉬움을 샀다. 그래서 판매는 지지부진했고 중고차 값도 쌌다.
◆ 기아차 엘란…“고집으로 완성된 정통 스포츠카”
1990년대 중반, 기아차는 현대차 스쿠프 출시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스포츠루킹카'가 아닌, 제대로된 '스포츠카'를 선보이겠다고 결심한다. 이때 기아차는 로터스 엘란의 차체 설계 및 생산과 판매 권리를 인수한다.
당시 기아차의 김선홍 회장은 진정한 자동차를 만들려했던 엔지니어 출신이다. 많은 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포츠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손실을 감수하면서 인수를 감행한 것.
기아차는 수작업으로 제작되던 엘란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가볍고 튼튼한 차체는 그대로 남기고 엔진과 변속기는 새롭게 장착했다. 지금도 정통 스포츠카, 최고의 핸들링 머신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가격이 너무 비쌌다. 또 당시 오픈카를 몰기에 우리나라는 경제는 너무 냉랭했다. IMF 한파가 몰아쳤기 때문이다.
◆ 르노삼성차 SM5…“품질이란 이런 것”
르노삼성차 SM5의 1세대 모델은 삼성차가 1998년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고 출시된 첫 차다. 닛산의 4세대 맥시마를 바탕으로 개발됐고 닛산의 엔진과 부품을 그대로 들여와 제작했다.
1세대 SM5의 강점은 당시 최고의 기능과 품질을 갖춘점. 거기다 무난한 디자인과 견고한 주행성능과 내구성까지 갖췄다. 또 잔고장이 적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아직도 중고차 시장에서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라인업도 다양했다. 특히 시중에는 발매되지 않고 삼성그룹 회장단에게만 제공되는 SM530L이란 모델도 있었다. 이 모델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애마로 사용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김상영 기자 /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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