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는 12일 신형 쏘렌토R을 내놓고 기자 시승회를 개최했다.
이날 시승 코스는 평상시 시승코스와 달리 공사중인 도로 위주여서 좋은 상황이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전의 쏘렌토에 비해 훨씬 조용하고 안락해진 차라는 점은 느낄 수 있었다.
뉴 쏘렌토R의 달라진 모습을 위주로 시승 해봤다.
◆ 뉴 쏘렌토R, 플랫폼이 신형 싼타페와 같다?
기아차는 신형 소렌토R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플랫폼'이라는 생소한 표현을 등장 시키며 이전의 쏘렌토와 다르고, 현대차의 신형 싼타페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신형 싼타페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고, 신차에 대응하기 위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판매 전략으로 보이기도 한다.
'자동차 플랫폼'이라는 것은 주로 언더바디, 즉 하체가 같은지를 놓고 얘기하는 용어다. 즉 플랫폼을 공유한다고 하려면 플로어팬(모노코크차량의 바닥부분), 엔진 변속기 위치와 구조, 서스펜션, 차체의 축거, 스티어링휠의 구조 등이 모두 유사한 차를 말한다. 그런 점에서 신형 쏘렌토가 신형 싼타페와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전 쏘렌토는 우물정(井)자 모양 프레임을 이용해왔지만 이번 뉴쏘렌토는 싼타페와 같은 H형 프레임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쏘렌토보다는 신형 싼타페와 유사하다는게 기아차 측 설명이다. 또 이전 쏘렌토는 부싱이 없는 SUV 서스펜션였는데, 여기 승용차처럼 부싱을 더한 점도 차이점이다.
플랫폼이 같더라도 서스펜션과 스티어링휠의 세팅, 파워트레인 튜닝 등, 전혀 다른 차가 만들어지는 일이 많다. 현대기아차는 장차 수많은 자동차들의 플랫폼을 불과 6개로 축소할 계획인데, 이를 이용해 다양하고 차별화된 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뉴 쏘렌토R을 타본 결과가 바로 그랬다. 기아차 관계자들이 "싼타페와 모든 면에서 똑같다"고 말하지만 아무리 봐도 신형 싼타페와 비슷한 느낌이 아니다. 신형 싼타페가 도시적인 느낌의 매우 부드러운 SUV로 만들어졌다면 뉴 쏘렌토R은 역시 SUV의 느낌을 살린 단단한 자동차다.
◆ 주행해보니…신차 아니지만, 신차 수준의 향상
운전대에 앉으면 달라진 계기반이 먼저 눈에 띈다. K9에서 보던 LCD 타입의 속도계다. 속도계 실제 바늘이 없고 그래픽으로 바늘 그림을 보여준다는 식이다. 이렇게 LCD 타입으로 속도계를 만들면 다양한 정보를 한데 보여줄 수 있어서 편리하기도 하고, 소프트웨어적으로 계기반 디자인을 바꿔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뉴 쏘렌토R은 디자인을 바꾼다거나 하는 식의 적극적인 활용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나머지는 이전 쏘렌토R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다.
일단 차를 출발해보니 싼타페에 비해 조금 더디게 가속되는 느낌이다. 최고속은 계기반으로 볼 때 시속 190km에서 더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신형 싼타페와 마찬가지로 고속에서의 정숙성이나 진동이 억제된 점은 가장 큰 매력이다. 신형 싼타페에 도입된 하체 패널도 장착돼 있어 소음이 많이 억제됐다.
핸들의 조작감은 이전 쏘렌토와 다르고, 싼타페와도 또 다르다. 이번에 새로 장착된 핸들은 '플랙스 스티어'라고 해서 파워핸들을 돌려주는 힘을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는데, 승용차 처럼 매끄럽고 유용 하지만 더 단단하고 예리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차선에 바퀴가 살짝 걸쳐지자 "삐비빅"하는 소리가 나면서 차선 안으로 들어오라는 경고가 났다. 사이드미러로 잘 보이지 않는 영역에 다른 차가 있는 경우에는 사이드미러의 옆에 경고등이 들어와 사각지대 경고를 해줬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거나 하는 경우는 계기반에 나올 뿐 아니라 음성으로 경고를 해주는 깨알같은 기능도 있었다.
이날 차를 타본 기자들은 일관되게 '서스펜션이 딱딱하다'고 표현했다. 잔충격이 쉽게 실내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코너에서 기울어짐을 막아주는 '서스펜션이 단단하다'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핸들의 조작감각도 세련됐다는 느낌까지는 아니었다. 싼타페에 최적화 된 세팅이 쏘렌토로 오면서 조금 어긋나 있는건 아닐까 싶은 느낌도 들었다.
◆ 성공적인 페이스리프트 모델
2009년에 나온 2세대 쏘렌토는 디자인이 매우 잘 됐고, 당시 경쟁모델들에 비해 상품성이 너무나 우수해서 비교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번의 쏘렌토는 이전 쏘렌토에 비해 뭐가 달라졌는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약간의 손질만 했을 뿐이다. 실내 디자인은 이전과 같고, 외관 디자인에서도 보닛이나 휀더 등 금속 금형 부분은 거의 변경하지 않은 상태로 램프와 테일램프 등 플라스틱 부분만 변경됐다.
하지만 이같은 약간의 터치로도 차는 최신 스타일로 바뀌었다. 차체가 훨씬 낮아져 승용 감각이 느껴지고 경쟁모델에 비해 구형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역시 탁월한 디자인의 힘이다. 여기에 막대한 비용을 들인 신차 플랫폼을 바로 도입해 차체의 강성을 높이고, 정숙성과 진동도 효과적으로 잡아내는 등 상품성을 높였다.
일반적으로 신차가 나오면 경쟁사 구형모델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줄기 마련이지만, 이번 뉴 쏘렌토는 여전히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성공적인 페이스리프트 모델임이 분명했다.
김한용 기자 /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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