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푸조가 서킷에서 BMW와 함께 비교 시승을 하다니”
5일, 안산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제 1회 랠리 드 푸조’ 행사에 참가한 한 기자가 말했다. BMW는 명실 공히 최고의 핸들링을 가진 프리미엄 세단이다. 후륜구동과 완벽한 무게배분으로 세그먼트와 상관없이 모든 차가 ‘핸들링 머신’인 브랜드가 BMW다.
그런 BMW에게 푸조가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푸조는 애초에 잘 달릴줄 아는 브랜드다. WRC(월드랠리챔피언십), 르망24시 내구레이싱 등에서 많은 우승 경험이 있고 현재도 항상 상위권에 들고 있다.
하지만 푸조 브랜드 성격상 강력한 차를 만들지는 않지만 모터스포츠에서 쌓아온 기술력으로 기본기가 튼튼한 차를 만들고 있다. ‘랠리 드 푸조’ 행사에서 푸조의 다양한 차량을 직접 몰아보며 푸조의 진면목을 느껴봤다.
◆ BMW의 꼬리를 잡는 전륜구동차
지름 5m 가량의 원 주위를 빙빙 도는 ‘원선회’는 드라이빙스쿨이나 레이싱아카데미 등에서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기초적인 테크닉이다. 일정하게 스티어링휠을 꺾고 가속페달 조작만으로 오버스티어, 언더스티어 등을 컨트롤할 수 있다. 원선회는 차의 뒷부분을 미끄러트리며 코너를 빠져나가는 드리프트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배우는 테크닉이다.
원선회를 통해서 차의 한계점을 파악할 수 있고 전자장비가 개입하는 과정을 느낄 수 있다. 푸조 508과 BMW 520d를 번갈아 몰면서 특성을 파악했다.
먼저 푸조 508. 508은 예전에 시승을 했을 때도 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았던 차다. 국내 시장에서 유독 낮게 평가받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다. 스티어링휠을 한바퀴 정도 감고 가속페달을 밟는다. 낮은 속도를 유지하며 예쁜 원을 그린다.
전륜구동의 특성상 속도를 높이면 원은 점점 커진다. 하지만 508의 전자장비는 언더스티어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속도를 낮춰주고 자세를 바로 잡는다. 전자장비가 개입하는 시점은 시속 35~40km 정도. 교육을 담당했던 인스트럭터는 “508의 한계치는 매우 높은 편”이라며 “일반적인 패밀리세단이라고 보기에 놀라울 정도로 하체가 탄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BMW 520d에 올랐다. 원을 돌아가는 느낌은 520d가 더 매끄럽다. 역시 코너링은 후륜구동차가 이점이 더 많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으면 금세 자세가 흐트러진다. 전자장비가 개입하는 시점도 508보다 빠르다. 시속 30km 전에서 이미 오버스티어가 발생하고 전자장비가 개입한다. 이 과정에서 언더스티어가 발생하고 차체가 뒤뚱거리는 느낌이 든다.
이번에는 두 차량으로 같은 원을 돌며 앞선 차의 뒤를 잡는 ‘꼬리잡기’를 시작했다. 대부분은 푸조 508의 승리. BMW 520d보다 푸조 508의 상태가 더 좋아보였고 꼬리잡기는 드라이버의 실력이 큰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참석한 기자들은 모두 놀란 눈치였다.
◆ 서킷에서 달려본 푸조, “르망24시 우승자답다”
‘랠리 드 푸조’ 행사에서 푸조 308, 308SW, 3008, 508 등 다양한 푸조 차량을 서킷에서 몰아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508을 타고 서킷을 돌았다. 연비에 특화된 1.6 e-HDi 모델이라서 그런지 폭발적인 가속감을 느끼긴 힘들었다. 하지만 안산스피드웨이는 헤어핀과 90도로 꺽인 코너의 연속이다. 전문 드라이버들도 실수를 자주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서킷이다. 508은 연속되는 코너를 쉽사리 빠져나갔다.
제동성능이나 재가속 능력도 평범한 패밀리세단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아무리 튼튼하게 만든 차도 서킷에서 혹사시키면 엔진과 변속기에 무리가 오고 제동성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508은 이틀연속 서킷에서 수난을 당하면서도 제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
동승한 인스트럭터에게 푸조에 대한 느낌을 묻자, 그는 “행사 준비하면서 푸조 차량을 처음 타봤다”며 “경제성은 인정하지만 주행성능에 대해서는 무시하던 브랜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접 서킷에서 주행해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푸조 차량의 좋은 핸들링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기본기가 매우 충실하고 특히 제동성능은 월등히 좋다”고 말했다. 또 “폭스바겐 골프와 서킷에서 비교시승을 진행했을 때 가장 큰 차이를 보였던 부분이 제동성능”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소비자들은 푸조의 MCP 변속기에 대한 불만을 많이 털어놓는다. MCP는 자동변속기처럼 조작하지만 구조적인 특징은 수동변속기에 더 가깝다. 그래서 클러치가 없지만 변속되는 과정에서 엔진의 연료가 저절로 차단된다. 푸조 차량 특유의 울렁임은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운전자가 엔진소리나 계기판을 봐가면서 변속될 때 가속페달에서 발을 살짝 떼어주면 울렁이는 현상은 없어진다. 교통체증이 심한 시내에서는 울렁거림 때문에 차량 조작이 번거로울 수 있지만 서킷이나 고속주행에서는 직결감이 우수한 장점도 있다.
◆ 푸조를 새롭게 보게 하는 차, RCZ
한번 보면 잊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인 디자인을 갖춘 푸조의 소형 스포츠카 RCZ는 외모만큼 발군의 주행 성능까지 갖췄다. 1.6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엔진이 장착됐고 일본의 변속기 전문제작업체 아이신의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압도적인 속도로 도로를 질주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낮은 시트포지션과 작고 가벼운 차체, 뛰어난 차체 밸런스로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한 차다. 코너에서는 마치 미드십 스포츠카를 탄 듯 했고 슬라럼을 할 때는 바닥에 착 달라붙어 매끄럽게 라바콘 사이를 통과했다. 빠른 속도에서도 휘청거리지 않고 리듬을 잘 탔다. 순간적인 가속능력도 뛰어나고 엔진 사운드도 고성능 스포츠카 부럽지 않게 매력적이다. 여기에 매력적인 외관과 고급스러운 실내까지 갖췄으니 부족한 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RCZ는 푸조를 새롭게 보게 만드는 차다.
RCZ로 과감한 택시드라이빙을 선보인 인스트럭터는 “국내 대회에서 동일한 배기량의 레이싱카를 몰고 있는데 RCZ는 양산차임에도 그에 못지않은 밸런스를 갖췄다”고 말했다.
푸조의 국내 공식수입사는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푸조는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인데 국내에서는 경제성과 실용성만 강조됐기 때문이다.
서킷에서 직접 푸조의 여러 차량을 몰아보니 ‘다이내믹하다’, ‘스포티하다’, ‘운전이 재밌다’같은 수식어를 푸조에게 붙여도 어색하지 않게 느껴진다.
김상영 기자 / young@top-rider.com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쉐보레 콜벳 시승기…머슬카의 최고봉, 이렇게 강력해?·[시승기] BMW 320d 럭셔리…“완전체 트집 잡기”
·시트로엥 DS3 시승기…발걸음 멈추게 하는 매력적인 디자인
·신형 싼타페 가격, 풀옵션 4242만원?…이 정도면 ‘비싼타페’
·[시승기] 폭스바겐 시로코 R라인, “R은 아니지만 괜찮아”
·[포토] 베이징 모터쇼 푸조 모델, 노출이 너무 심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