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윤재영(30)씨는 요즘 몸이 찌뿌둥하다. 아침저녁으론 썰렁한 바람에 오한이 들기도 하고, 낮에는 기운이 없고 나른하기만 하다. 연일 ‘굿 컨디션’이 아니다. 이러다 혹여 몸살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만 앞선다. 이유가 뭘까, 한참을 고민 끝에 때이른 ‘여름 날씨’에 생각이 닿는다.
얼마 전만해도 쌀쌀한 바람에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종종 걸음을 치곤 했다. 봄꽃이 하나둘 꽃망울을 터뜨리건만 영하를 오르내리는 날씨 속에 봄날은 멀게만 느껴졌다. 이랬던 날씨가 변덕을 부리기 시작했다. 한두달 사이에 10~20도 가량 기온이 오르면서 봄을 제치고 여름이 다가온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여름에 당황한 마음 만큼이나 몸도 당황하고 있다.
최호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 하는데, 큰 기온변화는 이러한 능력을 떨어뜨린다”며 “특히 기초체력이 저하된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온변화는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에게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치료 중인 환자나 노인, 휴식이 필요한 젊은 사람들에게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급격한 기온변화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기온이 갑자기 낮아지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기온이 크게 상승할 때에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올라간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커다란 기온변화는 비염, 천식, 피부염과 같이 계절적 변화에 영향을 받는 질환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건강관리에 더 신경써야 한다.
아울러 큰 기온변화는 ‘때아닌’ 감기도 부른다. 최 교수는 “기온변화 자체가 감기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인, 환자 등 기초체력이 저하된 사람들은 급격한 기온변화로 인해 감기 바이러스에 취약하게 되어 감기에 쉽게 걸린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기초체력이 저하된 사람들은 급격한 기온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인데, 이러한 상태에서 감기 바이러스를 만나면 감기에 걸리게 된다는 얘기다.
이밖에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는 냉면과 같은 차가운 음식의 잦은 섭취로 설사·복통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따가운 자외선으로 인해 피부와 눈 건강도 위협을 받는다.
차가운 음식이 소화장애를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차가운 음식들은 더운 날씨에 상하기 쉽고, 조리과정에서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서 여름철 식중독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강한 햇빛에게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선 외출 전에 자외선차단제를 손가락 1~2마디 정도 발라주는 것이 좋다. 다만 햇빛에 계속 노출되는 경우에는 자외선차단제를 2~3시간마다 발라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외선은 수정체와 각막을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눈 주위의 연한 피부조직에도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10~2시 자외선이 강할 때 외출을 삼가고, 외출할 때에는 모자나 자외선차단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몸의 저항력은 외부자극과 내부자극, 내부적응력 등 3가지 요인으로 이뤄져 있다. 외부 자극은 기온변화, 계절변화, 심한 일교차 등 환경변화, 내부 자극은 흡연, 음주, 격무, 수면부족 등 나의 환경이며, 내부 적응력은 균형식사, 규칙적 운동, 건강체중 유지 등을 들 수 있다.
최 교수는 “저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부와 내부 자극을 최소화하고 내부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좋다”고
문애경 매경헬스 [moon902@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