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에 사는 김 모씨(39)는 결혼 후 12살, 9살의 개구쟁이 두 아들을 기르다 보니 큰 소리를 내는 일이 잦다. 며칠 전 어김없이 말썽을 피우는 아이들에게 또 소리를 지른 뒤 목이 쉬고 말이 나오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다. 결국 병원을 찾는 김 씨는 성대결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 “야”하고 소리지르는 순간, 성대에는 '독'
목소리는 폐의 호흡이 목의 성대를 진동시키는 것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성대는 목의 좌우 양쪽에 위치한 크기 2cm 미만의 아주 민감한 발성기관이다. 말을 할 때 양측의 성대가 서로 밀착하면서 진동하여 소리를 내며 보통 1초에 150~200회 정도 진동을 한다.
하지만 김 씨가 아이들에게 “야” 하고 고함을 지를 때 성대는 1초에 약 20,000회까지 진동을 하며 과도한 힘이 가해지게 된다. 이때 성대점막에 부종이 생기고 고함지르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부종이 점차 딱딱해지고 굳어져 성대 결절이 생기게 된다.
성대결절은 지속적으로 쉰 목소리가 나오고 고음에서 잘 갈라지는 등의 이상이 동반된다. 하지만 목에 통증도 없고 음식물을 삼키는 데에도 지장이 없어 초기에 발견하기가 어렵다. 쉰 목소리가 나면 원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목에 더욱 힘을 주면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성대결절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감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쉰 목소리가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 꾀꼬리 같던 처녀시절 목소리 되찾을 수 있어
손이나 다른 부위에 생겼던 굳은살도 쉬면 자연히 사라지는 것처럼, 증상이 심하지 않은 성대결절은 목소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호전될 수 있다. 초기 성대결절은 주로 음성치료를 통해 잘못된 발성습관을 교정하고 성대를 부드럽게 해 주는 약물로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다.
하지만 비수술 치료가 효과가 없을 경우엔, ‘미세후두수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미세후두수술은 후두 현미경으로 성대를 약 8~20배 정도 확대해 관찰하면서 미세한 수술도구를 이용해 굳은살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수술 뒤에는 상처가 아무는 기간 동안은 목소리를 가급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약 7일간은 말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좋고, 그 뒤 약 2주까지는 꼭 필요한 대화만 조심스럽게 하는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2주 이후엔 편안한 대화는 할 수 있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하는 것은 3~4개월 이후부터 가능하다. 회복기간 중 속삭이는 듯한 작은 소리나 큰 소리는 성대를 긴장하게 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고 헛기침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또한 평소 역류를 유발할 수 있는 기름진 음식, 청량음료, 카페인음료, 술 등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산이 후두로 역류되어 염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과일이나 물 등의 수분을 하루 2L 이상 충분히 섭취 하는 것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의 김형태 원장은 ”성대결절 예방을 위해서는 소리 지르는 것을 최소화 하고 화가 날 때는 심호흡을 한 후 물을 한잔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최대한 다정하고 차분한 말투로 아이들에게 얘기하는 것이 목소리건강과 정신 건강에 모두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예림 매경헬스 [yerim@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