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 여의도에 거주하는 박 모 씨(72세, 여)는 요즘 도통 식욕을 잃어서 하루에 한 끼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다. 벌써 한 달째 한 두 숟가락 뜨다가 말고, 식사를 하더라도 밥을 먹는 게 아니라 돌을 씹는 것처럼 입맛을 잃었다고 푸념하고 있다.
장기간 식욕 부진에 시달릴 경우 자칫 영양 불균형이나 영양 실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평소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노인들의 경우 영양 불균형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만성질환을 더욱 악화 시킬 수 있으며, 면역력이 쉽게 떨어져 없던 질병도 쉽게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미각·후각 등 감각기관 둔화로 식욕부진 겪어
노인들은 일반적으로 소화기의 변화와 미각·후각 등 감각기관의 둔화 및 활동량의 감소로 인해 식욕부진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각 기능의 저하는 타액 분비의 감소와 함께 음식물 섭취에 가장 큰 영향을 주게 되며, 후각기능의 퇴화는 음식의 냄새를 잘 맡지 못하게 돼 먹는 즐거움을 잘 느낄 수 없게 만든다.
구강건조 등으로 인해 타액분비가 저하된 노인들은 음식물을 씹는 것과 삼키는 것이 불편하게 된다.
또한 소화액의 분비가 저하돼 음식물의 소화 흡수율이 떨어지면 단백질·지방·지용성 비타민·칼슘 등의 영양소 결핍이 쉽게 유발될 수 있다. 아울러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가 저조해짐에 따라 위장 내 잔여물의 증가로 인해 복부팽만감을 자주 느끼게 되며 젊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같은 양을 섭취했다 하더라도 더 큰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 장기간 약 복용도 식욕부진 불러
노인들은 만성 질환 등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장기간 약을 복용하기 때문에 식욕부진이 올 수 있다.
즉, 기존의 질환이 식욕부진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질병 치료를 위한 약물도 식욕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항히스타민제를 비롯해 항불안제·수면제·이뇨제 등을 장기 복용하거나 과다 복용할 경우 특정 영양소의 흡수가 억제되고, 배설을 증가시키며, 결국 체내 대사를 방해해 그 부작용으로 식욕부진이나 영양실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약 복용 후 평소와는 달리 1개월 이상 식욕부진을 느낀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 고독한 노인, 식욕부진 겪어
노인의 영양섭취 상태를 나쁘게 하는 식욕부진의 원인으로는 사회·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건강에 대한 불안감·경제적인 문제·배우자의 사망·자녀관계 및 사회활동의 제한 등으로 소외감과 고독감을 쉽게 느낄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불안감 및 좌절감, 우울증 등이 나타나면서 식욕을 상실하기 쉽다.
특히 식욕부진은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이므로 식욕부진이 있는 노인들은 반드시 동반 증상을 확인해야 한다.
전재우 서울시북부병원 과장(가정의학과)은 “노인들의 경우 전체적인 인상, 피부의 변화, 체모, 손톱, 눈, 구강, 사지 등을 세심하게 관찰하면 영양 부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며 “외관상 영양 부족이 의심되거나 평소 우울감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의학적 검사와 함께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기저 질환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여럿이 골고루 섭취해야 건강
건강한 노년생활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습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탄수화물·지방·단백질·비타민·무기질·물 등 6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특히 단백질이 많은 고기와 생선·우유·두부·콩류·채소를 규칙적으로 섭취해야 하며 떨어진 미각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음식의 색깔이나 모양, 맛을 다양하게 내도록 조리해야 한다.
양배추나 탄수화물, 커피 등 소화기관에 가스를 차게 하는 음식은 섭취량을 적당하게 줄이는 것이 좋다. 변비가 있는 경우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한 야채를 자주 섭취
또한 가족 등 여러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규칙적이고 정기적인 식사습관을 가지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일주일에 2~3회 하루 30분 정도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즐기는 등 신체 활동량을 증가시키는 것도 간접적으로 식욕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한석영 매경헬스 [hansy@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