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 이상 생김새만으로 주목 받는 차가 아니다. ‘악동’ 이미지에 걸맞은 터프한 터보 엔진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잘 달린다는 수입차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빠르다.
얼굴은 더 험상궂게 변했고 세부적인 디자인도 개선돼 더욱 공격적이고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이제야 벨로스터가 제대로 된 모습을 찾은 것 같다. 국산차 중 이만큼 독특한 외관과 운전의 재미까지 겸비한 차는 여태 없었다.
장점이 두드러져서였을까. 간간히 보이는 아쉬움이 오히려 크게 느껴졌다.
더욱 강력해지고 강렬해진 현대차 벨로스터 터보를 시승했다.
◆ “엔진 성능 세계 최고 수준”…놀랄 수밖에 없다
시동을 켜는 순간부터 놀랄 수밖에 없다. 지하주차장에 묵직한 엔진소리가 울려 퍼진다. 가속페달을 밟아 엔진회전수를 높여보니 굉장히 공격적인 사운드가 발생한다. 엔진의 진동이 조금 느껴지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스티어링휠을 꽉 잡게 만들고 설렘이 든다.
낮은 속도에서 치고 나가는 느낌은 발군이다. 확실히 빠르다. 직분사 엔진이 장착된 벨로스터와는 완전히 다른 차다. 미니 쿠퍼S나 골프 GTI 보다 빠르다곤 할 수 없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온 것은 분명하다. 속도뿐 아니라 주행느낌도 비슷한 면이 있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뗐다 반복할 때마다 몸이 들썩거릴 정도로 엔진은 빠르게 반응한다. 고속으로 주행해도 힘은 남아돌고 반응도 여전하다. 벨로스터는 진작부터 이랬어야 된다.
쏘나타, K5에 장착된 터보엔진은 다운사이징 개념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강력한 성격이 아니다. 배기량을 낮추고 출력을 높이는데 터보 기술을 이용한 것뿐이다. 하지만 벨로스터 터보에 장착된 1.6리터 GDi 터보 엔진은 오로지 달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다보니 매우 거칠게 동작한다.
벨로스터 터보보다 배기량이 높은 골프 GTI와 비슷한 출력을 발휘하니 엔진의 제원상 성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터보 엔진은 매우 터프한데 변속기는 나긋나긋한 기분이다.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변속충격이 느껴지고 변속이 더 타이트하게 이뤄졌다면 운전재미가 배가 됐을 것이다. 1.6 GDi 터보 엔진의 최대토크를 감당할 수 있는 듀얼클러치 변속기 탑재가 기다려진다.
탄탄한 하체나 유럽 스포츠카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단단한 서스펜션은 여전하다. 선회 능력도 뛰어나고 브레이크도 쉽게 지치진 않는다. 엔진이나 차량 구성면에서 잘 달릴 수 있는 모든 요건을 잘 갖췄다.
◆ “핸들이 한쪽을 쏠려”…아쉬운 완성도
‘도로가 평평하지 않아서 이러겠지’
시승차를 받고 나서 폭발적인 성능을 조금 맛보자마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자꾸 차가 오른쪽으로 쏠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노면이 고르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했지만 스티어링휠은 계속 중심을 잡지 못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단순히 휠 얼라인먼트 조절로 해결된다고 말했지만 스티어링휠을 동작시키는 전기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스티어링휠을 감았다 풀면 똑바로 놓이지 않고 오른쪽으로 조금 꺾인다. 그러다보니 오른쪽으로 돌때는 편하게 돌 수 있지만 왼쪽으로 돌때는 더 힘을 주어 스티어링휠을 돌려야 했다. 저속에서 직진을 하기 위해서도 계속 스티어링휠을 조금씩 움직여야 했다. 소총의 영점이 조금만 잘못돼도 25m 거리에 있는 과녁을 맞힐 수 없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단순히 약간의 틀어짐에 불과하다 치부할 일이 아니다.
또 다른 벨로스터 터보 시승차도 확인해보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만일 시승차들만의 문제거나 휠 얼라인먼트 조절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하더라도, 초기 품질 문제 또한 현대기아차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 작은 변화, 큰 만족…“성능만큼 강렬해진 디자인”
강력해진 성능만큼 디자인도 강렬해졌다. 기존 벨로스터에서 몇 군데 손봤을 뿐인데 인상이 확 달라졌다. 특히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을 새롭게 한 점은 매우 좋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범퍼 하단까지 크게 이어졌다. 기존 벨로스터가 입을 다문 모습이었다면 벨로스터 터보는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더 많은 공기가 들어와 엔진 열을 식혀주는 효과도 있겠고 강인한 인상을 주는 역할도 한다.
그릴하나 바꿨을 뿐인데 훨씬 보기 좋아졌다. 또 앞범퍼, 뒷범퍼 밑에는 에어로 바디킷이 적용됐다. 사이드스커트, 디퓨저 등으로 멋을 냈다. 머플러 디자인도 기존 벨로스터 보다 더욱 공격적이다. 휠 디자인도 훨씬 역동적인 모습이고 달릴 때 모습도 상당히 멋있다.
실내는 기존 벨로스터와 큰 차이가 없다. 시트에 ‘TURBO’라고 적혀있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점은 없다. 시동 버튼은 센터페시아 하단에 위치했고 많은 기능 버튼이 내비게이션과 통합돼 단순한 실내 구성을 가졌다.
실내 구성이나 마감은 비교적 우수한 편이나 플라스틱 소재가 대부분이다. 스티어링휠의 감촉이나 패들시프트의 느낌을 제외하면 엑센트나 아반떼에 비해 특별할 것은 없다.
◆ 독특한 3도어, 문짝은 추가된 것일까?
벨로스터는 출시 전부터 비대칭 구조의 독특함으로 주목받았다. 운전석 쪽은 1개의 문, 동승석 쪽은 2개의 문으로 구성됐다. 현대차는 쿠페에서 문짝을 하나 추가해 편의성과 실용성을 높였다고 설명한다.
경쟁차종으로 지목한 폭스바겐 시로코, 미니 쿠퍼보다 뒷좌석 승객이 타고 내리기 편리하고 짐을 실기에도 이점이 있다. 또 뒷좌석에 장시간 동안 탑승해도 유리창을 열수 있기 때문에 답답함이 덜 하다. 쿠페에서 문짝이 추가됐다고 생각하면 벨로스터는 다양한 장점을 지닌 획기적인 차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폭스바겐 골프 같은 정통 5도어 해치백이나 4도어 세단과 비교했을 때는 불편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또 국내에서는 쿠페보다 세단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문짝이 하나 줄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태생부터 특이한 벨로스터에 듀얼클러치 변속기, 1.6 터보 엔진 등 현대차의 신기술들이 가장 먼저 적용되고 있다. 이러면서 가격은 높아지고 일반 소비자들은 더욱 벨로스터를 생소하게 마주할 것 같다.
성능을 높이고 차를 화려하게 꾸미는 것도 좋다. 하지만 벨로스터만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다지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국산차 중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독특한 이 멋진 차를 더 빛나게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김상영 기자 /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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