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우스는 조용하고 경쾌한 주행성능과 실용적인 실내를 갖춘 다재다능한 차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그런 장점을 모두 뒤로 한 채 연비를 가장 먼저 언급할 수 밖에 없다. 워낙 빼어난 특장점이어서다.
최근 도요타코리아는 프리우스의 연비를 강조하기 위해 매주 기자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연비 운전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첫째는 기자가 33.3km/l의 연비로 1등을 하고 말았다. 프리우스의 우수한 연료 효율성을 감안하면 그리 높은 연비가 아닐지 모르지만, 이 정도 연비를 내는 방법을 고스란히 털어놔 본다.
연비 운전 경쟁은 준비과정에서 절반 이상이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주행 실력은 비슷비슷한데다 당일 컨디션이나 도로 상황 등 외부요인이 작용한다. 하지만, 미리 잘 준비 했다면 남들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에서 경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차를 점검한다
에어클리너 필터를 제 때 교체하는 것은 기본. 엔진오일이 오래되지는 않았는지, 변속기의 상태는 좋은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심지어 휠얼라인먼트가 틀어지는 등의 사소한 문제에도 연비는 나빠지기 십상이니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또, 세차도 자주하면 그릴 안쪽 라디에이터의 표면이 깨끗해져 방열 효과가 높아지고 공기 저항도 줄어드는 효과까지 약간은 노려볼 수 있겠다.
트렁크에 실려있던 약간의 짐도 모두 집에 두기로 했다. 여기 실린 스페어 타이어도 무게가 상당하니 빼버렸다. 외딴 시골길을 자주 다니는 경우면 몰라도 도심만 다니는 운전자라면 굳이 스페어 타이어를 싣고 다닐 이유가 없다. 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가 스스로 타이어를 교체하는 시간보다 훨씬 더 빨리 도착하기 때문이다.
- 타이어 공기압을 높인다
타이어 공기압이 높을 수록 연비는 큰 폭으로 향상된다. 하지만 여기 문제가 있다. 타이어에 표기된 최대 압력(MAX PSI)을 넘으면 타이어가 파열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승객이나 짐이 실리는 경우를 감안해 최대 압력의 80% 정도로 맞추는게 바람직하다. 친환경 타이어 시승한 프리우스S의 경우 저연비 타이어가 기본 장착돼 있었으며 타이어의 최대 압력은 40psi였다.
일반적인 1.8리터 가솔린 엔진 승용차라면 10km/l를 약간 넘는 연비를 기록하는게 일반적이지만, 프리우스라면 20km/l를 넘는건 기본이다. 문제는 여기서 얼마나 더 높은 연비를 기록하는가에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배정받은 프리우스는 솔라패널이 장착된 프리우스S 모델로 다른 프리우스에 비해 약 20kg 가량 무겁다고 하니 조금 우려 되기도 했다.
- 단거리 경주는 주차부터 신중하게
이번 대회는 최소 80km의 거리만 달리면 된다. 이처럼 비교적 짧은 거리를 거리는 대회에서는 작은 실수도 용납 되지 않는다. 육상에서도 마라톤 선수는 다소 여유롭지만, 단거리 선수는 출발 동작 하나하나에 신중한 점을 생각해 보면 된다.
우선 차를 지하 주차장에 넣을 수 없었다. 지하에 내려갔다 올라오는 동안 연비 하락이 생기기 때문이다. 야외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주차장에서 조금 먼 곳에서부터 시동이 꺼지도록 조작한 후 남아있는 관성을 이용해 주차했다.
반대로 차를 출발 시킬 때는 다른 차와 마주치지 않는지 충분히 살피고 멈추는 일 없이 바로 거리로 나서도록 했다. 그러나 아직은 도로를 충분히 달리기 전이니 연비가 15km/l 정도로 낮게 나타났다. 회복이 가능할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지도를 통해 어떤 경로로 운전 할 것인지를 명확히 살피고 출발을 했다. 차량 내비게이션을 통해 그때 그때 마다 정보를 받는 식으로 운전하면, 갑작스레 차들 사이로 끼어들어야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므로 연비도 떨어지고 위험하기도 해서다.
또, 내비게이션에 장착된 도로정보(TPEG)는 실제 정체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보다 아이폰에 깔아둔 ‘다음 지도’류의 앱을 이용하면 도로 상황이 한눈에 들어오고, 빠른 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천 받을 수 있어 훨씬 유리하다. 이런 작업이 얼핏 시간낭비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단 1분만 투자해 전체 도로를 미리 살피면 목적지까지 수십분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고, 덤으로 연비까지 향상 시킬 수 있게 된다.
이날은 어린이 날 이어서 하루 종일 도로 상황이 ‘정체’로 머물렀다. 때문에 본격적인 주행은 차들이 뜸해지는 밤 10시 이후에 이뤄졌다. 연비 주행을 하려면 무엇보다 차가 막히지 않는 시간에 움직이는게 중요하다.
◆ 프리우스 연비 주행의 ‘핵심’
연비 운전을 시작 하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최적의 연비 구간’을 찾아내는 일이다.
대부분 자동차에서 가장 높은 연비를 내려면 낮은 엔진회전수(RPM)을 유지하면서 거리는 많이 달려야 한다. 그러니 기어를 빠르게 최고 단수로 높이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속 10km로 달리면서 6단 기어를 넣을 수는 없으니 결국 일정 속도 이상으로 올려야만 최고단 기어가 연결되고 최적의 연비가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속도를 높이면 공기 저항이 커지므로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BMW, 폭스바겐을 비롯한 유럽산 자동차들은 대부분 시속 200km로 달리는 것을 감안하고 기어비를 세팅하다보니 대부분 80km/h나 그 이상의 정도의 속도에서 최적의 연비가 나온다. 국산차는 60~70km/h에서 최적의 연비가 나온다.
프리우스에 장착된 도요타 하이브리드를 달려보니 시속 70km 남짓에서 자동으로 엔진 시동을 걸도록 만들어져 있는 듯 했다. 따라서 연비를 최적화 하기 위해서라면 가급적 70km/h를 넘지 않도록 해야 했다.
일반 가솔린 및 디젤 차들의 연비가 가장 취약한 부분은 정차해 있을 때나 저속으로 주행할 때다. 최적의 속도로 정속 주행할 때는 우수한 연비를 낼 수 있지만, 시내로 들어서면 연비가 큰 폭으로 악화된다. 반면 도요타 하이브리드카들은 저속에서 강력한 전기모터를 이용하는 방식이어서 저속에서 오히려 연비가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프리우스에는 2개의 연비 관련 그래픽이 나타나는데, 상단에는 친환경운전을 하기 위해 현재 운전의 친환경 수준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에코가이드’ 기능을 켜놓고, 내비게이션이 나오는 메인 디스플레이 화면에는 엔진이 동작하는지, 배터리는 얼마나 채워졌는지를 보여주는 ‘에너지 흐름도’를 세팅해두니 어떤 상황에서 엔진이 켜지는지, 언제 충전이 되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어 편리했다.
- 연비 주행의 기본은 어떤 차나 같다
하이브리드카가 감속할때 충전하고 가속할 때 모터를 이용한다고 해서 가감속을 빈번하게 해야 연비가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하이브리드카라고 해서 물리법칙을 거스르지는 않는다.
도로에서는 모든 자동차가 어쩔 수 없이 가감속을 하기 마련이다. 감속할 때마다 버려지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담아뒀다가, 가속할 때 그 에너지를 보태는 시스템이 바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그런데 물리 법칙에 따라, 버려지는 에너지를 모두 회수할 수 없고, 저장된 에너지 또한 모두 활용할 수 없다. 최대한 에너지를 저장하지도 않고 사용하지도 않도록 운전하는 것. 다시 말해 다른 차들과 마찬가지로 정속주행에 가깝게 운전하는게 가장 바람직한 운전 방법이다. 그래도 가감속은 이뤄지기 마련이고, 프리우스는 그때마다 실력을 발휘했다.
- "연비는 발가락 끝에서 나온다"
가속페달은 매우 느긋하고 신중하게 조금씩만 밟아야 했다. 페달이 10단계 쯤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1~2단계 정도로만 밟아 차를 출발 시키는 것이다. 조금씩 더 밟되 절대로 7~8단계 이상 밟아서는 안됐다. 일단 차가 출발하고 나면 가속페달을 발가락 끝으로 조금씩 건드렸다 떼었다 하는 정도로 속도를 유지했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도 세심한 조작을 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비롯한 대부분 에너지 회생 장치가 장착된 차량은 브레이크를 조금 밟았을 때 발전기를 통해 에너지를 회생하면서 차를 감속 시키고, 조금 더 밟으면 브레이크 패드를 이용해 차를 정지 시킨다. 에너지 회생 구간이 늘어날 수 있도록 멀리 내다보고 브레이크를 느긋하게 밟는 방식의 운전 습관이 필요하다.
전기모터로 차를 움직이는 저속 구간에서는 연비가 향상되지만, 이 전기 또한 아껴야 연비를 높일 수 있으니 신중한 주행이 필요하다. 배터리는 그 특성상 중간까지 비교적 쉽게 충전되지만 그 이상 충전하는데는 시간과 전기가 더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배터리 그래프가 절반 이상으로 올라와 있다면 운전을 잘못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 실 주행 연비, 어디까지 올라갈까
실제로 이같은 방법으로 운전하며 강남구 역삼동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탔다. 그런데 평지였다고 생각했던 도로가 결코 평평하지 않았다. 경부고속도로는 수많은 언덕과 내리막이 계속됐고 트립컴퓨터에 나타난 연비가 뚝뚝 떨어지는게 눈에 보였다. 계기를 보니 배터리도 전혀 채워져 있지 않았고 엔진도 차갑게 식어 있어 연비가 신통치 않은 듯 했다.
차를 돌려 분당을 거쳐 올림픽대로를 향했다. 막히지 않는 길만 찾아 달린 것은 당연하다. 옆자리에 앉은 아내가 아이패드에 깔린 다음 지도를 보고 경로를 안내해준 덕분이다. 사실 연비운전을 하자면 아내의 몸무게만큼 부담이 되는게 사실이지만, 혼자서 오랜 시간 달리다 포기하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질 가능성을 줄여주니 오히려 연비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평소 언덕인줄 몰랐던 도로들이 연비주행을 하려하니 모두 언덕으로 보였다. 처음에는 조바심을 내다가 나중에는 포기하는 마음이 더 컸다. ‘에이 대충 하자...’ 느긋하게 농담도 하고 음악도 들으면서 아내와 밤길 데이트를 즐기기로 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연비가 더 향상됐다. 계기반에는 연비가 3.3l/100km라고 표시됐다. 30km/l를 넘어간 것이다.
배터리가 어느 정도 충전이 됐고, 엔진도 열이 올라 연비 운전에 최적의 상황이 된 덕분이었다. 나올때는 오르막이던 길이 돌아올때는 내리막이 된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마침내 집에 도착하니 2.9l/100km, 우리 연비 형식으로는 34.5km/l라는 연비가 화면에 나타났다. 기름이 가득 찬 상황이고 아내가 옆자리에 타고 있는데 이 정도라면, 전문적인 드라이버가 본격적으로 운전하면 얼마나 우수한 연비를 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됐다.
◆ 기분 좋은 연비운전을 하게 해 준 ‘도요타 프리우스’
연비 운전이 단순히 느리게 운전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오해다. 꽤 다이내믹한 운전 기술을 요한다. 시속 70km로 주행하다가 브레이킹 없이 그대로 코너에 진입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내 차의 여러대 앞의 움직임을 미리 내다봐야 하는 혜안도 필요하다.
핸들을 자꾸 이리저리 조작하는 것도 연비에 악영향을 끼친다. 핸들의 조작 자체도 전기를 꽤 사용하는 일인데다 차량의 동력 에너지를 이리저리 내버리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코너에서도 아웃-인-아웃(레이싱용어)의 경로를 미리 정교하게 파악하고 한번의 핸들 조작만으로 빠져 나가야 최적의 연비로 주행이 가능해진다.
복잡한 구동방식과 전자장비가 돌아가고 있는 차지만, 운전자는 그 모든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도 되도록 단순화 돼 있다. 정보는 '센터 멀티 디스플레이'라는 작은 클러스터 안에 집약돼 있고 복잡한 정보는 선택 했을 때만 보이도록 숨겨뒀다. 정보량을 최소한으로 해 집중할 수 있게 한 것이 프리우스 실내 구성의 근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브리드카를 만드는 업체는 많지만, 유성기어를 통해 구동용 및 발전/시동용 모터를 유기적으로 묶은 도요타 하이브리드는 부드러움의 수준이나 연비면에서 세계 어느 회사도 따라올 수 없는 정도다.
일단 하이브리드카를 갖게 되면 다시는 일반 가솔린 차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운전의 개념 자체가 바뀐다고 한다. 예를 들면 신호 대기를 하는 중에 엔진이 돌고 있는게 아깝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리우스의 출시 이후 스톱앤고 시스템은 유럽 거의 모든 차종에 표준으로 장착되는 추세다. 이같은 의식의 변화를 일으키게 한 것이 바로 프리우스의 가치며, 21세기 자동차의 원점이라 할 만 하다.
김한용 기자 / whynot@top-rider.com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영상] 람보르기니로 허세부리다 결국…"두 차량 사이로 골인"·기아차 K3 실내 살펴보니…프라이드·K5 사이서 고민했나
·세계에서 가장 내구성이 좋은 차 TOP10
·[시승기]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기본기 탄탄한 하이브리드”
·도요타, 신형 프리우스 출시…최대 660만원 가격 인하
·[뉴스블로그] 쏘나타 하이브리드, 폭스바겐 제타…실제 연비 비교 해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