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는 추월차로인 1차선을 비워두는 경우가 흔치 않다. 뒤에 바짝 붙어 상향등을 깜빡여도 묵묵히 낮은 속도로 달리는 차를 볼 때마다 느끼는 답답함은 글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다.
시승을 위해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기자는 최근 특별한 경험을 했다. 이른바 ‘홍해의 기적’이다. 뒤에서 무섭게 생긴 빨간색 차가 눈부실 정도로 환한 LED 주간주행등을 켜고 불쑥 나타나니 앞차는 움찔 놀라며 옆으로 길을 비켜줬다.
고속도로 1차선이 추월차로인지 모르고 주행하는 운전자마저 옆차선으로 이동하게 만드는 강렬한 렉서스 신형 GS250을 시승했다.
◆ 렉서스가 운전의 재미까지 갖췄다
기어를 수동모드로 바꾸고 주행모드를 스포츠모드로 설정한다. 스티어링휠 뒤편에 위치한 패들시프트를 사용해 신속하게 단수를 높인다. 가속페달은 이미 끝까지 밟혀있다. 속도계 바늘은 멈춤이 없다.
시승한 모델은 신형 GS 중에서 엔진배기량이 가장 낮은 모델이다. 최고출력은 200마력을 살짝 넘어선다. 그랜저 2.4, K7 2.4와 비슷한 수준인데 느껴지는 힘은 월등히 앞선다. 후륜구동 방식이기 때문에 뒤에서 끊임없이 밀어준다. 또 스포츠모드에서는 반응속도가 빨라 폭발적인 가속도를 느낄 수 있다.
렉서스 GS250은 에코, 노멀, 스포츠 등 총 3가지 주행모드 설정이 가능하다. 또 스노우 모드도 추가로 적용할 수 있다. 각각의 주행모드를 적용했을 때 완전히 다른 모습의 차가 된다. 대다수의 수입차나 몇몇 국산차도 주행모드 설정이 가능하지만 신형 GS처럼 확실히 구분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스포츠모드로 설정하면 엔진 고회전 영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배기음도 더욱 풍부해진다. 높은 엔진회전수에서 날카롭게 들리는 엔진소리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정숙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브랜드지만 IS-F, LFA 등과 같은 차량에서는 어느 브랜드보다 폭발적인 사운드를 제공했다. 못하는 게 아니라 안했던 것일 뿐이다.
핸들링은 BMW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민첩함이 강조됐다. 이전 모델은 다이내믹함보다 여유로움이 컸지만 신형 GS는 스티어링휠 조작에 따라 차량 앞부분이 상당히 기민하게 움직인다. 브레이크는 쉽게 지치지 않고 서스펜션 세팅은 탁월하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구름 위를 떠가듯 한없이 부드럽지만 스포츠모드에서는 탄탄하게 차체를 받쳐줘 빠른 속도로 코너를 통과해도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전자장치의 개입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극한의 상황까지는 운전자를 믿는 타입이다. 또 전자장치가 개입해도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다.
◆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정숙성은 단연 최고 수준
이전까지의 렉서스는 후륜구동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부드러운 승차감, 뛰어난 핸들링 중 승차감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신형 GS는 핸들링을 비롯한 주행성능과 운전재미에 더 공들인 느낌이다. 그렇다고 정숙성과 거주성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렉서스 신형 GS는 여전히 부드럽고 고요하기만 하다.
막히는 도로나 일반적인 주행을 했을 때는 어느 차량보다 조용하다. 특히 엔진회전수를 제한하는 에코모드에서는 엔진소리가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귀를 크게 열고 기울이지 않으면 잘 느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신호대기 중 옆에 서 있는 SUV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또 깐깐한 신형 GS는 실내에 어떤 진동도 들여놓지 않는다. 마치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기분이다.
거주성이 우수한 또 다른 이유는 실내 디자인의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이다.
◆ 경쟁 차종을 압도하는 고급스런 실내
실내의 고급스러움은 경쟁 차종을 압도한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만졌을 때 더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실내에 사용된 가죽, 원목, 알루미늄 등과 약간 플라스틱은 표면이 매끈하고 바느질이나 각각의 이음새 등은 빈틈없이 잘 마감됐다.
대시보드와 스티어링휠은 가죽으로 꼼꼼하게 둘러 쌓여있고 기어노브도 가죽으로 잘 마감돼 움켜쥐기 편안하고 강인한 남성미도 풍긴다. 시트와 도어트림에 사용된 가죽은 대시보드에 사용된 가죽보다 부드러운 질감이다. 앞좌석 시트는 버킷타입을 취하고 있지만 쿠션감이 적당히 있어서 상체를 꽉 조여 준다는 느낌보다 편안하게 파묻힌다는 기분이 든다. 앞좌석 시트는 열선과 함께 통풍 기능을 제공하며 운전석은 메모리 시트 기능이 추가됐다.
A필러나 천장의 마감까지도 훌륭하다. 흔히 일반적인 차량에서 볼 수 있는 값싼 직물로 덮어버린 것이 아니라 부드럽고 푹신한 패브릭 소재를 사용했다.
뒷좌석은 공간은 BMW 5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보다 넉넉하지 못하다. 따져본다면 3시리즈와 5시리즈의 중간 정도 된다. 애매한 크기지만 결코 좁은 편은 아니고 장시간 탑승하기에도 불편함은 없다. 신형 GS가 극단적인 쿠페형 세단도 아니기 때문에 뒷좌석 옆유리창 면적도 크고 머리공간이 부족하지도 않다. 다만, 뒷좌석 바닥 가운데에 불쑥 튀어나온 센터터널이 워낙 높기 때문에 뒷좌석 실내에서 자리를 옮기거나 5명이 장시간 타기에는 다소 불편함도 있겠다.
스티어링휠 뒤편, 운전석 레그룸 공간, 도어 수납 공간 안쪽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구석까지 꼼꼼하게 처리됐다. 실내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는 있어도 고급스러움과 꼼꼼함, 완성도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겠다.
렉서스 신형 GS에 장착된 리모트 터치 컨트롤러는 운전 중 사용하기 편리하다. 컴퓨터 마우스와 비슷한 방식이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처음 접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주행 중 사용하면서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내비게이션 메뉴 위치만 익숙해진다면 따로 시선을 옮기는 일도 없을 듯하다. 하지만, 다른 도요타 차량이 그렇듯 주행 중에는 조작할 수 없다.
◆ 신형 GS의 가장 큰 특징은 강렬한 디자인
시승하면서 ‘홍해의 기적’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사납게 생긴 얼굴 덕이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멋있고 무섭다. 최근 이같이 급격한 디자인 변화를 추구했던 브랜드는 많지 않다. 현대차가 ‘플루이딕 스컬프처’란 디자인철학을 처음 반영했을 때 같은 극단적인 변화다.
더욱이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자동차회사로 손꼽히는 도요타에서 이런 극단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승인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앞모습이 강렬해지고 사나워진 가장 큰 이유는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렉서스 신형 GS의 수석엔지니어인 카나모리요시히코는 신형 GS의 신차발표회에서 “독일 아우토반을 비롯한 고속도로에서 렉서스는 유럽 브랜드의 차량보다 존재감이 덜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멀리서 달려오는 신형 GS의 얼굴만 봐도 길을 비켜줘야 될 정도로 강렬하다”고 말했다.
어쨌든 의도한 목적은 제대로 달성한 것 같다. 이전 모델과는 너무 다르고 무서워졌다. 특히 헤드램프 밑쪽에 길게 늘어선 LED 주간주행등과 독특한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곱상한 모범생 같던 GS를 거친 짐승남으로 바꿔놓았다.
뒷모습도 무섭긴 마찬가지. 잔뜩 인상 쓰고 있는 듯한 테일램프, 면발광 LED의 모습, 듀얼 머플러, 디퓨저 등이 평범해 보이지는 않는다.
◆ '강남쏘나타'의 명성은 렉서스가 다시 차지한다
신형 GS250은 이전 모델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발전했다. 이름만 물려받았을 뿐 완전히 다른 차다. 렉서스 측은 이전 GS와는 나사 하나까지 완전히 새롭게 개발했다고 전한다.
신형 GS250은 패밀리세단이 갖춰야할 덕목과 스포츠세단이 추구하는 바까지 모두 적절하게 겸비했다. GS350이나 F SPORT 모델 보다는 배기량이 적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가격도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중형차보다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신형 GS250의 판매가격은 5980만원이다. BMW 528i나 메르세데스-벤츠 E300 보다 약 800만원 이상 저렴하다. 그러면서 고급스러움이나 편의사양은 전혀 뒤지지 않는다.
‘프리미엄 수입중형세단’은 국내에서 가장 수요가 높고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들이 몰려있다. 다방면에서 우수한 모습을 보인 렉서스 신형 GS가 활약하기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원조 ‘강남쏘나타’의 명성을 렉서스가 다시 찾아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김상영 기자 /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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