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차를 타시는 게 마음에 걸려, 편하게 타시라고 장만해 드린 건데…….”
기자와 전화 통화를 한 A씨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슬픔이 짙게 깔려있는 듯 했다. 자신이 어렵게 돈을 모아 부모님께 드린 차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자책감과 함께 사고로 인한 부모님의 건강 상태, 정신적 충격이 그를 더 힘들게 하고 있는 듯 했다.
청렴한 교직생활을 해오던 그의 아버지는 퇴직한 이후도 11년 된 낡은 차를 몰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차를 몰았다면 괜찮았을 아버지가 그가 선택한 YF쏘나타를 타는 바람에 결국 사고에 이르게 된 셈이라는 것이다.
“갈비뼈와 손가락 골절을 당하신 아버지는 아직도 진정을 못하시고 떨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장파열로 인해 급히 복막염 수술을 하셨습니다. 수술은 잘 됐지만 허리를 심하게 다치셔서 일상생활에 무리가 있을까 걱정입니다.”
지난 6일 오전, 대구 앞산순환도로에서는 현대차 2009년식 은색 YF 쏘나타가 신호대기로 정차 중이던 싼타모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싼타모 차량과 앞선 차들 5대가 연달아 부딪혀 7중 추돌사고를 냈다.
A씨의 부모님이 탑승했던 은색 쏘나타는 신호대기 중 갑자기 속도를 높이며 튀어나갔다. 운전자에 따르면 브레이크는 작동되지 않았다. 운전경력 30년, 일주일에 세네번씩 차를 모는 A씨의 아버지는 어떻게는 사고를 피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은색 쏘나타는 약 300m 정도를 내달리다 정차 중이던 싼타모 차량을 들이 받았다. 추돌 후에도 몇 초간 싼타모 차량을 앞으로 밀어냈다. A씨가 온라인에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긴박했던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A씨는 “인터넷에서 많은 급발진 관련 영상을 봤지만 이 영상은 너무 끔찍해 차마 두번은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인해 십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 중 쏘나타 조수석에 타고 있던 A씨의 어머니가 가장 큰 부상을 입었다. 쏘나타와 직접적으로 충돌한 싼타모 뒷좌석에는 다행히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아 더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A씨는 “다치신 분들이 빨리 쾌유되시길 바라고 부모님이나 다른 분들이 모두 살아계셔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해 대구남부경찰청 교통조사계 관계자는 “사고 경위를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국과수에 사건을 의뢰했고 아직 조사가 시작되지는 않았다”고 말하며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라 그의 아버지는 하루 아침에 7중추돌에 17명 부상을 일으킨 가해자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아직 정확한 피해액은 산정되지 않았지만, 개인의 자동차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는 규모를 훌쩍 넘어 설 것으로 예상 돼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김상영 기자 /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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