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 환자, 줄기세포 치료로 새 삶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8년 만에 새 삶을 찾아 화제다.
지난 1998년 교통사고를 당한 박모씨(당시 33세)는 목 부위 척수손상으로 인해 하반신 감각과 움직임이 불가능 하게 됐다. 상반신은 감각이 없는 상태로 팔을 조금 움직이는 정도였고, 냄새도 제대로 맡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힘든 시간을 보낸 박 씨의 삶은 2006년 10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면서 달라졌다. 자신의 줄기세포를 손상척수 부위에 직접 주입하는 수술을 받은 지 일주일 뒤 치약 냄새를 맡게 됐고, 2007년부터는 상반신 감각이 돌아왔다. 두 팔을 위로 쭉 뻗을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손가락 힘이 좋아져 무거운 물건을 잡고, 숟가락과 젓가락 사용도 가능해 졌다.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전상용 교수팀은 박 씨처럼 교통사고, 추락사고, 폭행 등의 원인으로 사지가 마비된 만성 척수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줄기세포 치료 효과를 세계 최초로 학계에 발표했다.
전 교수팀은 목 뼈를 다친 만성 척수 손상 환자 10명에게 자가 골수 중간엽 줄기세포를 손상된 척수 부위에 직접 주입해 장기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 10명 중 3명의 환자에게서 증상이 호전되는 변화를 확인했다고 국제 저명 학술지이자 미국신경외과학회 공식학술지인 ‘뉴로서저리’ (Neurosurgery) 최신호를 통해 밝혔다.
또한 전상용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자가 골수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식한 척수손상 부분의 상처(cavity)가 사라지는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상의 변화가 점차적으로 나타나는 점을 학계에서 세계 최초로 입증해 신경학적 호전의 증거를 객관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팔의 운동능력 향상을 보인 환자 3명의 MRI를 장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촬영한 결과, 손상부위 상처(cavity)가 사라지는 모습이 관찰되었으며, 상처 주위 경계가 없어지고 내부에 길쭉한 실과 같은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보고된 척수손상 치료법은 척추 신경막 내로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방법이 유일했지만, 전 교수팀은 자가 중간엽 줄기세포를 손상된 척수에 직접 찔러 넣어 주입하는 수술 기법을 학계 최초로 새롭게 제시해 영구적인 부작용 없이 시술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전상용 교수는 “만성 척수 손상 환자에 자가 중간엽 줄기 세포를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 영구적인 부작용이 없고 운동기능 향상에 성공했음을 학계에서 세계 최초로 보고한 내용”이라며 이번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전 교수는 또 “줄기 세포의 치료 효과는 입증되었으나, 몇몇 환자에서 팔의 일부 힘만 좋아지는 점으로 보아 아직까지는 치료 효율이 높지 않을 수 있다”며 “향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만큼 세계 의학자들이 왕성한 연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상용 교수팀은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자가 골수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한 만성 척수손상 치료의 3상 임상 연구 중에 있다.

이예림 매경헬스 [yerim@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