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가 차량선택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으면서 업체들의 '꼼수'가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19일 한불모터스가 내놓은 시트로엥 DS3 등 수입차도 그렇지만, 심지어 국내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차마저 신형 싼타페의 공인연비를 표기하는데 꼼수를 부렸습니다.
지경부에 따르면 모든 자동차 회사는 2012년 1월 1일부터 신차를 출시할 때 새로운 복합연비를 적어야 합니다. 이 조치는 기존 공인연비가 실 주행연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인데요. 이 복합연비를 이용하면 기존 연비 규정에 비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까지도 낮게 표기 됩니다.
당연히 업체들은 신 연비 규정에 불만을 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새로나온 차의 연비가 기존 연비에 비해 떨어진다니 그럴 수 밖에요. 따라서 이 규정은 올해 3월까지 유예 기간을 둬서 4월 1일부터 출시되는 차에 공식적으로 신연비만 표기하도록 했습니다.
싼타페를 내놓는 현대차도 불만이 대단했습니다. 기존 싼타페의 경우 연비가 15km/l에 달했지만, 새로 나온 싼타페는 신연비 기준으로 14.4km/l에 불과해 오히려 연비가 떨어진 것으로 보이기 십상입니다.
그러자 현대기아차에서는 몇가지 이상한 꼼수를 내놨습니다.
우선 소비자들이 차량 선택시 참고하는 제품 카탈로그에서 연비가 나오는 부분을 아예 빼버렸습니다.
이전 카탈로그에는 연비가 15km/l에 달한다고 한페이지를 할애하며 알리고 있지만 새로운 카탈로그에는 같은 페이지에 토크와 마력 등만 표기했을 뿐 연비가 빠졌습니다. 카탈로그 전체에 연비가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다가 맨 마지막 페이지 차량 제원을 표기하는 곳에 깨알만하게, 그것도 기존 연비를 함께 병기했을 뿐입니다.
사실 신 연비기준으로 14.4km/l 라면 요즘 경쟁모델(?)에 비해 그리 높은 숫자가 아닙니다. 비록 차급은 다르지만 이달 초 출시한 골프 카브리올레가 16.7km/l, 벤츠 B클래스는 15.7km/l로 싼타페에 비해 훨씬 우수합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날 출시행사에서 독일계 SUV가 비교 차종이라고 했는데요. 독일계 소형SUV의 대표 차종이라 할 수 있는 BMW X3나 티구안의 연비에 비해 조금 뒤지는 상황입니다.
◆ 현대차, 기자·소비자들을 낚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차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가장 먼저 무슨 행동을 할까요? 당연히 인터넷부터 살펴볼 것입니다.
네이버 뉴스에서 '싼타페 공인연비'를 검색하면 어떻게 나올까요? 신형 싼타페의 공인연비가 17km/l에 달한다는 내용이 절반을 넘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 표기해야 하는 신 공인연비에 따르면 싼타페의 공인연비는 14.4km/l로 적었어야 옳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동시에 혼동을 일으키게 된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현대차가 제공한 보도자료를 아무런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적었기 때문에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현대차가 보낸 보도자료에는 싼타페의 연비가 기존 연비 측정 방법을 기준으로 연비를 표기했으며 괄호안에 참고 표시를 통해 신연비를 표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일 프리젠테이션에서도 마치 연비가 17km/l인것으로 착각할 수 있도록 발표를 했습니다.
반면 경쟁업체 및 수입차 업체들은 4월 1일부터 대부분 홍보자료와 광고에 복합연비를 적고 있어서 마치 현대차에 비해 연비가 떨어지는 것 처럼 잘못 비춰지기도 합니다.
지경부 관계자에 따르면 제조사가 직접 제작하는 차량부착물, 광고, 인터넷 홈페이지, 제품 카탈로그 등에 구연비를 적는 것은 법률을 위반하는 일이며 과태료를 물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가장 많은 소비자들이 참조하는 언론 배포용 '보도자료' 내용은 규제 대상이 아니며 언론사에서 잘못된 정보를 표기하더라도 현행법상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습니다.
현대차는 바로 이 '빈틈'을 노리는 꼼수를 부린 셈입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가 신연비를 표기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보도자료의 어떤 부분을 발췌해서 기사화 하는지는 기자들의 역량이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내놓는 신차에도 이번 처럼 법망을 피하며 구연비를 표기해 소비자들의 오해를 방조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 됩니다. 또, 과연 이런 꼼수가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겠다며 내놓은 기치인 '모던 프리미엄'에 걸맞는 홍보 방법인지, 또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김한용 기자 /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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