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정두식씨(49)는 지난 2011년 8월 혼다 어코드를 구입했다. 어코드를 구입하기 전에 타던 차는 현대차 EF쏘나타다. 그는 EF쏘나타를 10년 동안 몰았다. 새 차를 사려고 벼르던 그는 일본차가 잔고장도 적고 10년이 지나도 처음 그대로의 승차감을 유지한다는 주변소리에 어코드를 구입했다.
신발을 사면 온통 신발만 보이고 가방을 사면 남의 가방만 보이는 법. 어코드를 구입하고 만족하며 타고 있지만 국산 신차가 그의 눈에 밟혔다. 각종 언론이나 주변에서 국산차의 품질이 이미 일본차와 큰 차이가 없다는데 얼마나 좋아졌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K7 2.4 프레스티지를 일주일간 시승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아래는 그가 작성한 가아차 K7과 혼다 어코드의 비교 시승기.
어코드를 구입할 때 그랜저, K7도 후보에 올랐지만 직접 살펴볼 정도로 무게감이 들지는 않았다. 막연한 수입차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K7를 시승해보니 어코드를 구입할 때 시승해 본 도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등 일본 브랜드 차량보다 성능이 우수했다. 어코드보다도 엔진성능은 조금 낫다.
고속에서도 경쾌함을 느낄 수 있다. 어코드는 속도에 탄력이 붙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는데 K7는 그보다 몸놀림이 가볍고 고속에서도 어느 정도 힘이 남는 기분이다.
부산은 전국에서 가장 언덕이 많은 곳 중 하나다. 특히 황령산 언덕은 10여년전만해도 힘이 부족한 차는 정상까지 오르기 벅찰 정도로 경사가 심한 곳이다. 두 차량의 등판능력을 비교해보니 K7이 더 뛰어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지 않았음에도 힘차게 차고 올라가는 성능은 부럽기도 했다.
K7에 장착된 GDi엔진의 성능이 우수한 것은 인정. 반응도 민첩하고 힘도 좋다. 또 엔진 회전수가 낮은 만큼 연비도 더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어코드의 종합적인 주행성능이 더 앞선다고 말하고 싶다. 어코드는 패밀리세단 답지 않은 날카로운 핸들링을 가졌다. 또 제동성능도 상당히 뛰어나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뛰어나다. 그에 반해 K7은 서스펜션이 다소 물렁하고 스티어링휠 조작감이 정교하지 못한 것 같다. 또 고속에서는 차체가 통통 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 다양한 편의사양, “내 차에 달고 싶다”
K7과 어코드를 비교했을 때 가장 격차가 크게 나는 부분은 편의사양이다. 작년에 구입한 혼다 어코드도 연식은 최근 것이나 차량 자체가 출시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최신 편의사양이 부족하다. K7을 시승해보니 내 차엔 없는 것이 너무 많아 부럽기도 했다.
핸들이 따뜻해지는 열선 스티어링휠도 부러웠던 기능이다.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 입김을 불어가며 손을 녹일 필요도 없다. 손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녹는 기분이다.
겨울이라도 차 속에서 햇빛을 오랫동안 받으면 덥고 답답한 기분이 든다. 에어컨을 틀기는 그렇고 창문을 열면 너무 춥다. 통풍시트는 이를 한 번에 해결해준다. 몸에 땀이 많은 편이어서 통풍시트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여름뿐 아니라 겨울철에도 통풍시트는 제 몫을 톡톡히 한다. K7에서 한 가지를 빼내 어코드에 단다면 주저할 것 없이 통풍시트를 선택하겠다. 자고로 남자는 하체가 차가워야 하는 법이다.
◆ 실내공간은 비슷…“K7은 길고 어코드는 넓다”
시승 기간 동안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는 자식들을 태우고 드라이브를 자주 다녔다. 아이들의 얘기가 명료하지는 않아도 누구보다 객관적일 것 같아서였다. 아이들이 귀찮아할 것 같았지만 실내공간이나 승차감 등에 대해 물어봤다. 아이들도 나처럼 새 차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는지 실내 이곳저곳을 살피며 조목조목 따지는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 집 차랑 비슷한 것 같은데 다리를 쭉 펴도 엄마 의자에 발이 안 닿네”라며 연신 발을 뻗었다. 또 “넓긴 한데 조금 답답해”라고 말했다.
또 K7은 날렵한 디자인 때문에 창문의 크기가 작다. 아이들은 차 안에서 창밖을 보는 시간이 많은데 어코드가 창문 면적이 더 넓어서 아이들에게 개방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답답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선루프를 열었다.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큰 선루프를 경험해보긴 처음이다. 아이들은 천장 전체가 유리로 된 것이 마냥 신기한지 목이 부러져라 올려다봤다.
10년 만에 접한 국산 신차는 여러 가지로 크게 발전한 모습이다. 내 차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고 지금까지 후회해본적도 없지만 K7의 몇 가지 장점은 부럽게 느껴진다.
EF쏘나타를 10년 탔고 어코드를 또 다시 10년 동안 탈 작정으로 구입했다. 앞으로 9년 동안 어코드를 타야하는데 이번 시승 때문에 괜한 바람이 들까 걱정도 된다. 요즘들어 도로에서 K7만 눈에 들어와 큰일이다.
다음번에 차를 구입하게 된다면 국산차를 반드시 고려해 볼 생각이다. 또 그때가 됐을 때 얼마나 더 발전돼 있을지 몹시 궁금하고 기대된다.
김상영 기자 /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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