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8살 난 딸을 둔 주부 김씨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3월에 딸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교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지,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을지……. 끝도 없이 밀려오는 걱정에 한숨만 짓는다.
아이를 둔 학부모에게 3월은 얼었던 땅이 녹고 여린 새싹이 돗아나는 싱그러운 봄날만은 아니다. 새로운 규범과 새로운 친구로 가득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명 ‘새학기 증후군’에 아이가 시달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 탓이다.
새학기 증후군은 취학과정에서의 스트레스를 염두해 붙여진 이름으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공식 명식은 ‘학기초 증후군’. 가족과 떨어져 지내기, 새로운 규칙 배우기 등 학기초 경험으로 인해 여러 증상을 보이는 것을 일컫는다.
이러한 증상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보통 부모들은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별 차이 없을 것으로 여기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교에는 유치원에 없는 상위 개념의 규칙이 존재하며, 다른 아이들과의 상호작용 강도가 높아지고, 아이들의 독립적 역할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행동 및 감정조절과 타인 배려를 새롭게 학습해야 하는 과제가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김붕년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아이들도 학교에 적응하는데 1~2개월 이상 걸린다”며 “취약한 아이들은 언어, 인지, 행동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특히 행동규범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인지 및 행동발달 문제는 학습장애로 이어지고, 나아가 충동, 감정조절 장애 등 증상을 동반하면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진학전 가정내 사회교육 부재가 원인
조기 교육보다는 정서적 교류 우선돼야
학기초 증후군이 초등학교 취학생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중학교 등 상급학교 진학생에서도 이 증후군은 빈번하게 나타난다. 중학교는 입시준비와 성적스트레스로 인해 아이들이 초기에 적응하기 힘들어하기도 한다. 이처럼 성적자체 만으로 불안해하는 경우는 청소년기 문제가 취학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학생들은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이성에 대한 관심과 친구와의 친밀도가 높아지는 대신 부모 의존도가 낮아진다. 이 시기에 부모가 통제하게 되면 반항으로 비뚤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학기초 증후군과 사춘기 변화가 겹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처럼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 진학 전에 이뤄져야 하는 가정내의 사회교육 부재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김 교수는 “예전엔 대부분 대가족이어서 형제, 사촌 등과 부딪히면서 타인을 배려하는 훈련이 됐다”며 “하지만 요즘은 부모가 아이들을 과보호해 다른 아이들과 부딪혔을 때 양보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힘든 아이를 도와주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는 어머니가 할 역할은 아니고, 유치원에서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조기 교육의 맹신보다는 가정내에서 정서적인 양육에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가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부모와 아이가 정서적 교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함께 책을 보고 얘기를 나
이어 그는 “그 다음 단계의 학습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며 “공부도 잘 하고 정서도 잘 되어 있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공부를 잘 하는 것은 부가적인 능력”이라고 말했다.
문애경 매경헬스 [moon902@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