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팩트 스포츠세단의 대명사, 전후 50:50의 무게배분,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핸들링 머신. BMW 3시리즈를 설명하는 여러 가지 문구다. BMW 3시리즈는 모든 동급 경쟁차량을 스포츠세단화 시켜버리는 트렌드세터면서 언제나 BMW의 중심에 있는 차다.
지난 1975년 처음 탄생한 BMW 3시리즈는 37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BMW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출시 후 현재까지 1251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이번에 출시되는 모델은 6년만에 풀체인지된 6세대 모델이다.
6세대 3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차체와 휠베이스가 늘어나 뒷좌석 공간이 이전 모델에 비해 크게 넉넉해졌다. 또 공격적인 모습으로 외관이 변경됐으며 실내 디자인도 세련되고 운전자 중심으로 바뀌었다. 엔진은 이전 모델과 동일하지만 ECU튜닝을 새롭게 거쳤으며 전 차종에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 신형 3시리즈로 시속 200km를 달려보니
자동차성능연구소의 고속주행시험장에서 첫 번째 시승이 진행됐다. 기자가 시승한 차량은 3시리즈 중 가장 연비가 우수한 320d 이피션트다이내믹스(ED). 가격이 가장 저렴하고 184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는 모델과 달리 163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동일한 엔진이지만 연비를 위한 세팅이다.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고 타이어도 연비를 위해 앞뒤 동일하게 205/60/R16 사이즈가 장착됐다.
신형 3시리즈에 새롭게 장착된 주행설정모드인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컨트롤을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고 주행했다. 휠스핀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한 출력은 아니지만 속도는 쉽게 올라갔다. 저속에서부터 고속까지 막힘이 없다. 시속 180km부터 낮은 출력 탓인지 속도가 더디게 올라가지만 리터당 23.8km의 연비를 가진 차가 이정도의 고속주행이 가능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고속에서의 안전성도 뛰어나다. 흔들림도 적고 고속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휘청거리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풍절음 보다는 노면소음이 더 느껴지지만 문제 삼을 수준은 아니다. 디젤 세단치고는 정숙성은 뛰어난 편이다.
한 차량에 3명의 기자가 탔기 때문에 이번엔 자리를 옮겨 뒷좌석에 앉았다. 넓다. 다리공간이나 머리공간이 충분하다. 아반떼 수준의 실내공간이 쏘나타 이상으로 넓다. 이전 3시리즈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생겼다. 넓은 실내 공간에 감탄하고 있을 때 차는 또 시속 200km를 넘나든다. 뒷좌석은 앞좌석보다 풍절음이나 노면소음이 덜하다. 속도감도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승차감이 좋다.
◆ 3시리즈의 참맛은 날카로운 핸들링
두 번째 시승코스에서는 촘촘하게 세워진 라바콘을 피해 슬라럼을 하고 급가속과 제동능력을 테스트했다. 신형 320d 이피션트다이내믹스와 모던, 럭셔리, 스포츠가 시승을 위해 준비됐고 구형 320d도 마련됐다.
시속 40~50km를 유지하면서 슬라럼을 할 때는 탄탄한 서스펜션과 조향성능에 ‘역시 3시리즈’라는 찬사가 절로 나왔다. 라바콘을 이리저리 피할 때 액셀 반응도 민첩하고 탄력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다소 과격하게 라바콘 사이를 깊게 파고들면 차량 뒷부분이 슬며시 돌지만 금세 자세를 바로 잡는다.
특히 320d 스포츠의 경우 다른 모델에 비해 가속도나 브레이크, 핸들링이 민첩하다. 내외관 뿐만 아니라 차량 세팅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BMW코리아 측에 따르면 스포츠 라인은 전자식 파워 스피어링(EPS)이 갖는 장점과 더불어 가변적 스티어링 기어(VSS) 구조 방식을 적용해 스티어링휠 조작에 이점이 있다.
스티어링휠의 회전각도가 약 90도 이내에서는 기어 비율이 달라 스티어링휠을 조금만 돌려도 차는 그보다 크게 돈다는 말이다. 슬라럼 코스에서 주행을 마친 기자들은 하나같이 “스포츠 라인은 확실히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뒤이어 정지 상태에서 약 50m 가량을 가속하고 풀브레이킹을 하는 구간에 들어섰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출발하면 정지선까지 약 시속 80km의 속도를 올릴 수 있었고 급브레이킹을 하면 보통 25m 전후에서 정지했다. 국토해양부가 측정하는 신차안전도평가에 따르면 국산차 중 가장 제동성능이 뛰어난 제네시스 쿠페가 시속 100km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 약 40m에서 정지한다.
◆ “커졌다” 그리고 “넓어졌다”
새롭게 변한 외관은 보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할 정도로 개성 있다. 이전 모델에 비해 날렵함도 돋보이고 조금 더 강인한 얼굴을 가졌다. 제원상으로는 너비가 줄었고 높이는 늘었지만 실제로 봤을 때는 차체가 균형적이고 와이드하게 느껴진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3시리즈의 크기는 길이 4624mm, 너비 1811mm, 높이 1429mm, 휠베이스는 2810mm다. 이전 모델에 비해 길이는 93mm, 높이는 8mm, 휠베이스는 50mm 늘었다. 오버행은 19mm, 리어행은 24mm도 증가했다. 너비는 6mm 줄었지만 좌우 타이어의 간격이 37~48mm 증가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눈여겨 볼 점은 길이와 휠베이스의 증가다. 이로 인해 실내, 트렁크 공간은 이전 모델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어졌다.
BMW코리아는 그 이유에 대해 인체에 최적화된 시트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뒷좌석 시트의 등받이는 편안함을 느낄 정도로 기울어져있고 엉덩이 부분은 깊게 파여 있어서 시트에 밀착하게 된다. 파묻히듯 시트에 앉게 돼 안락함을 느끼는 동시에 공간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 구형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안전·편의사양 및 신기술
국내에서 판매되는 신형 320d 전 차종에는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다. 이로 인해 6~8%가량의 연비 개선효과를 얻을 수 있고 기존 6단 변속기보다 가벼워 경량화에 이점이 있다. 또 빠른 응답성으로 다이내믹한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또 8.8인치 모니터(1280*480)와 TPEG기능이 내장된 내비게이션도 전 차종에 장착된다. 모던, 스포츠, 럭셔리 라인에는 5시리즈 이상에만 적용되던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탑재된다.
버튼시동 및 오토스타트&스톱도 장착됐다. 뒷좌석 헤드레스트 폴딩이 가능하고 운전석은 메모리 시트 기능을 지원한다. 조수석 앞쪽 대시보드에 있었던 컵홀더가 센터콘솔로 자리를 옮겨 편의성을 높였다.
승객안전보호시스템과 적용됐다. 차량 출발 후 시속 18km 이상이 되면 앞좌석 승객의 안전 벨트가 승객의 체형에 맞게 자동으로 조여진다. 또 강한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가 발샐하면 앞좌석의 안전벤트가 자동으로 꽉 조여지며 앞창문과 선루프가 저절로 닫힌다.
충돌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차량 스스로 브레이킹이 이루어져 차량을 완전히 정지하게 만들고 차량이 완전히 정지한 후에도 2차 추가사고 방지를 위해 약 1.5초 동안 브레이크가 잠겨 있게 된다.
충돌 후 차량이 완전히 정지하면 에어백이 터진 경우에는 에어백 가스의 외부 방출을 위해 창문이 일부 개방된다. 이와 동시에 모든 문이 열리고 배터리 케이블이 분리되며 연료 펌프의 연료 공급이 차단된다.
BMW 3시리즈는 신나게 달리는 차다. 뒷좌석이 조금 협소하고 불편해도 상관없다. 오히려 콤팩트한 바디는 날렵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한다. BMW 입장에서는 실내공간의 단점을 없애 더 많은 판매를 이룰 수 있어 좋겠지만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추구하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어딘지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변성기가 찾아오기 전에 키만 훌쩍 커버린 청소년이라고 할까.
이전 모델의 엔진을 그대로 사용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신형 320d는 이전 모델과 마찬가지로 2.0리터 트윈파워터보 N47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 184마력(4000rpm), 최대토크 38.8kg·m(1750~2750rpm)의 성능도 동일하다.
BMW코리아 측에 따르면 새롭게 전자제어장치(ECU)를 튜닝해 산소 공급, 연료분사 등의 양과 시점을 달리했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 느껴지기 힘들 정도로 차이가 미미하다.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콤팩트 스포츠세단이 콤팩트 패밀리세단으로 점차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만 하다.
BMW 신형 320d 이피션트다이내믹스의 연비는 리터당 23.8km, 일반 320d의 연비는 리터당 22.1km다. 판매가격은 이피션트다이내믹스는 4500만원, 320d 기본 모델은 4880만원, 모던은 5040만원, 스포츠는 5440만원, 럭셔리는 5650만원이다.
김상영 기자 /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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