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가 발효됨에 따라 내달 15일부터 2000cc 이상 대배기량차의 세금 일부를 환급하고 구매세 또한 감세하게 된다. 이에 따른 수세 하락분은 유류세의 인상을 통해 메꾼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직접세를 줄이고 간접세를 늘리는 방식은 모든 운전자, 특히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강남구청의 자동차세 총괄 담당자는 22일, 내달 15일을 기준으로 2000cc 이상 대배기량차의 세금을 감세하고 이미 납부된 세금에 대해서는 모두 환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담당자는 "환급 방법은 납세자의 통장을 이용한 직접 환급, 혹은 추후 납부될 세금에 대해 감면후 납부 하도록 하는 방법 등이 고려되고 있다"면서 "당장은 추후 차액만을 납부하는게 쉽지만, 중간에 차량을 말소하거나 매각하는 경우 등이 고려돼야 하므로 아직 명확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 측이 한국내 미국차가 판매되지 않는 이유가 대배기량 차량에 대해 불공평한 세금을 매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이같은 조항을 폐지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이뤄졌다.
◆ 대배기량차만 구입∙보유세 인하 혜택
국세청 소비세 관계자는 22일, 기존 2000cc 이상 승용차에 대해선 차량 가격에 10%에 달하는 특별소비세가 포함돼 있지만,15일부터 반출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8%로 낮아지고 3년에 걸쳐 2000cc와 같은 5%까지 낮아지게 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BMW 528i 승용차의 경우 당장 2% 가까운 가격인하가 이뤄지고 3년내 5% 가량의 가격 인하가 이뤄져 6840만원이던 차량 가격이 300만원 이상 낮아진다는 것이다. 차량 가격이 낮아지면 취등록세 및 채권구입비 등이 연쇄적으로 낮아지게 되므로 대당 500만원 이상의 세수가 감소하게 된다.
보유세의 경우 2000cc 이상 승용차에 대해선 기존 연간 cc당 220원이던 자동차 세금을 2000cc 미만 승용차와 동일한 200원으로 낮추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경차에 대한 세금 규정도 이번 기회에 변경 됐다. 1000cc 미만 차량의 세금 또한 800cc 이하 차량과 동일한 80원으로 인하하게 됐다. 여기에 자동차세의 30%에 달하는 교육세도 함께 낮아진다.
반면 국내 승용차의 주종을 이루는 2.0리터 쏘나타급 중형차나 1.6리터급인 아반떼급 준중형 차량들은 전혀 혜택을 보지 못한다.
◆ 세수 부족은 휘발유 값 인상으로 해결?
대형차 구매자들이 누리는 막대한 세금 혜택은 휘발유값 인상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게 됐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자동차세의 인하분을 고스란히 휘발유에 매기는 유류세에 반영하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FTA에 따른 세금 혜택은 대부분 중대형차를 구입한 소비자에게만 돌아가는데 반해 그에 따른 세수 감소분은 모든 자동차 소유자가 똑같이 부담하는 간접세를 통해 보전한다는 점에서 대다수 운전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유명 블로거 '얼음차'는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간접세는 불특정 다수에게 부과되는 세금인 만큼 조세 저항이 심하지 않고 거둬들이는데 용이하지만, 이는 많이 벌어들인 사람에게 세금을 많이 걷는다는 소득 재분배의 기능을 포기한 것"이라며 "한마디로 역진적인 세제 개편"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는 한-미 FTA를 진행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 "FTA로 인하여 중대형차 소유자는 유가가 인상되더라도 세금 인하로 인한 혜택으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지만, 나머지 자동차 소유자들은 아무런 혜택도 없이 유가 인상 부담을 고스란히 지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한용 기자 /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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