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도 김아무개씨(65세, 남성)는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고민에 빠졌다. 고혈압을 제대로 치료하고 있지 않다가 2년 전부터 심방세동이 생겨서 와파린을 복용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와파린은 음식에 따라 효과가 확확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먹다 1년 전 장 출혈로 죽을 뻔한 이후로는 음식을 함부로 먹기가 두려워진 것이다. 와파린과 같은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위와 같은 고민을 늘 달고 살 수밖에 없는데, 도대체 항응고 요법은 누구에게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
항응고 요법이 필요한 경우
우리 신체 내의 혈관이나 심장 안에서 혈액이 굳게 되면, 심장 내의 혈액 흐름이 방해받거나, 굳어진 혈액이 떨어져 나가 뇌혈관이나 다른 장기로 가는 혈관을 막게 되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심장 판막 질환 탓에 심장 내에 인공 판막을 삽입한 경우가 흔하지만, 정형외과 수술을 받고 심부 정맥(deep vein)에 혈전이 생기는 경우, 수술을 받지 않았더라도 부정맥이 있거나 심장기능이 저하될 때도 심장 안에서 혈액이 굳는 혈전 현상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의학의 발달로 말미암아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어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심방세동과 같은 부정맥이나 심장기능이 떨어지는 심부전의 유병률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러한 질병에서 심장과 혈관 내 혈전 생성 예방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까지 심장이나 동맥, 또는 심부 정맥 혈전의 생성을 막는 약물치료로 아스피린(Aspirin) 이나 클로피도그렐(clopiderol)과 같은 항혈소판(antiplatelet) 제재나 혈액응고 기전에 직접 작용하여 혈액응고를 억제하는 항응고제를 사용한다. 항혈소판 제재의 효과는 항응고제보다 뇌졸중의 예방 효과가 떨어져 대부분 항응고제를 사용하고 있다.
기존의 항응고제
항응고제란 혈액이 심장이나 혈관 내에서 굳는, 즉 응고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는 약제를 의미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와파린(warfarin)이 있다. 와파린은 비타민 K의 길항제로서,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여러 인자 가운데 특히 생성과정에 비타민 K가 필요한 2번, 7번, 9번, 10번 인자의 합성을 억제함으로써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방지하는 약물이다.
와파린의 효과는 매우 탁월하여 혈전 생성을 막는데 유용하지만, 대신에 용량이 과도할 경우 출혈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INR이라 불리는 혈액의 묽어진 정도를 검사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다. 더구나, 와파린은 음식이나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심하여, 와파린을 복용하는 중에는 푸른 채소나 청국장 등 흔히 접하는 음식을 먹을 때도 매우 신중하여야 하고, 단순 감기약을 복용할 때도 약을 가려서 먹어야 한다. 한약이나 생약 등은 더욱더 조심하여야 한다. 또한 출혈이 야기될 수 있는 수술적 치료를 받을 때는 물론, 단순히 내시경 검사를 통해 조직검사를 하는 경우조차도 출혈의 위험성으로 인해 와파린 복용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와파린을 중단하더라도 3~4일에 걸쳐서 와파린 약효가 서서히 사라지기 때문에 이 기간에 혈전 생성을 막기 위해서 헤파린 피하주사를 매일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마찬가지로 치료 후 출혈의 위험성이 없어진 후 와파린 치료를 다시 시작할 때도 와파린 효과가 완벽하게 나타나기까지는 3~4일이 걸리므로 이 기간에도 역시 헤파린 사용이 필요하다. 따라서 와파린과 같은 효과를 보이면서 사용이 편리한 새로운 항응고제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 왔는데, 최근 들어 새로운 희망이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항응고제
대표적인 약물이 혈액응고 인자 10번의 작용을 억제하는 리바록사반(Rivaroxaban)으로 2008년 유럽에서 고관절이나 무릎관절 수술 후 심부 정맥의 혈전 형성을 예방할 목적으로 승인받은 후에 여러 연구를 밑바탕으로 2011년 미국 FDA에서 심부 정맥의 혈전 예방뿐 아니라 ROCKET-AF 연구에 기반을 두어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에게서 뇌졸중 예방을 목적으로 와파린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받았다.
와파린과 같이 하루 1회 복용하며, 약을 사용하면 즉시 효과가 나타나고, 약을 끊고 하루가 지나면 효과가 없어지므로 약을 일시적으로 끊어야 하는 경우에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다른 음식이나 약물과의 상호작용도 드물고, 사용 중 효과를 감시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규칙적으로 시행할 필요도 없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간 독성이 나타날 수 있어 간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신장기능이 나쁜 경우에는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이 밖에도 유사한 작용기전을 가진 아픽사반(Apixaban)이나 직접적으로 트롬빈(Thrombin)작용을 억제하는 다비가트란(Dabigatran) 등이 앞으로 새로운 항응고제로써 사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새 약제들은 와파린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고, 아직 국내에서는 보험적용이 되지 않
[삼성서울병원 박승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