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가는귀 먹었다’는 말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뜻보다 청력이 나쁘다는 의미를 더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보통 이러한 표현은 주로 70대 이상 노인층에게 어울리는 말이지만 요즘은 젊은 20·30대 청년층도 가는귀먹고 있어 우려감이 크다.
실제로 본원이 최근 20·30대 남녀 120명에게 ‘나는 가는귀먹었다’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펼친 결과를 살펴봐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스스로 가는귀먹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8.3%(70명)가 ‘그렇다’고 대답한 것이다. 더구나 나빠진 청력으로 34%(24명)는 ‘다른 사람을 불렀는데 내가 대답한 적이 있다’고 밝혔으며 이어 ‘사오정으로 놀림을 받았다(20%, 14명)’, ‘업무에 지장을 초래했다(16%, 11명)’, ‘오해를 산 일이 있다(14%, 10명)’,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 시 목적지에 잘못 내린 적이 있다(10%, 7명)’, ‘물건을 잘못 구매한 적이 있다(6%, 4명)’ 등의 크고 작은 실수나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젊은 청년층도 노인처럼 벌써 청력이 저하된 배경에는 그들의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평소 생활을 점검해 본 결과 대다수가 이어폰 사용이 잦고 스트레스를 음주로 풀거나 PC게임이나 TV 시청 등으로 늦은 시간까지 밤을 새우는 무분별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귀와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턱을 습관적으로 괴는 습관도 청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턱관절에는 후신경, 시신경, 활차신경, 내이신경 등 다양한 청각과 관련된 신경이 밀집해 있어 턱을 수시로 괴게 되면 턱관절에 부정렬이 생기면서 평형기능과 청각에도 이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또 개인의 청력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이어폰을 통해 90㏈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청력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귀 건강을 해치는 가장 심각한 원인이다. 경기불황과 청년실업문제, 치열한 사회경쟁구조 등 소음공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원인이 실질적으로 스트레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삼십대 젊은 세대들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정신적 신체적 압박에 노출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를 풀어내는 것마저 여의치 않다 보니 몸에 화기(火氣)만 쌓이게 된다. 실제로 인체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목과 어깨 근육이 긴장되면서 청신경 부근 혈류장애가 발생한다. 이와 함께 체내의 화기운은 상부 즉 머리로 올라가 정체되게 된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상열감’이라고 한다. 결국, 이러한 상열감은 혈류 흐름을 방해하고 압력이상을 일으켜 달팽이관의 청각 세포를 파괴하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환자들을 적외선 체열진단기로 촬영해보면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수록 가슴 윗부분부터 얼굴까지 붉은색을 띠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붉은색은 열이 몰려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상대적으로 복부와 하체는 열
귀는 신체기관에서 가장 약한 부위 중 하나다. 그래서 일시적인 충격에도 속상하고 힘든 마음에도 쉽게 상처를 받는다. 소음공해를 비롯해 귀를 위협하는 다양한 무형의 위협 속에 청력을 약화시키는 습관들을 바로 알고 이를 멀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포소리청한의원 유종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