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만 되면 감기에 걸려 일명 ‘절기남’로 불리는 안호현(29)씨는 최근 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았다. 늘 그렇듯이 항생제가 들어간 약을 처방 받고 수 일째 복용 중이지만 도무지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 잦은 야근으로 인해 몸이 약해져서 그런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약을 다 먹으면 조금 더 센 약을 처방 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
◆ 바이러스에 항생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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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는 미세균의 발육을 억제하고 사멸시키는 물질로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박테리아)을 죽이는 약이다.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은 대부분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로 인한 질환에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감기를 더 빨리 낫게 해주는 것도 아닐뿐더러, 감기의 합병증 발생을 예방해주지도 못한다.
하지만 많은 병원에서 감기 같은 호흡기계 질환에도 항생제를 처방한다. 작년 대비 소폭 감소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아직도 주요 병의원의 호흡기계질환 항생제 처방률은 56%에 육박한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처방된 항생제는 신체 면역력을 더 약화시킨다. 항생제가 몸에 유익한 세균까지 박멸하기 때문이며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감염성 질환이나 슈퍼박테리아(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박테리아) 감염 같은 질병을 초래한다.
지난 4월, 세계보건기구(WHO)가 ‘항생제 내성’을 올해 세계보건의 날 주제로 꼽을 정도로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항생제 소비량은 31.4DDD(성인 1000명이 하루에 31.4명분의 항생제를 복용한다는 의미)로 OECD 가입 국가 중 벨기에와 함께 1위에 올랐을 정도로 항생제 오남용 문제가 심각하다.
항생제 소비량이 가장 적은 네덜란드(12.9 DDD)보다 2.5배나 높은 수치다. 항생제 소비량이 높다 보니 주요 세균에 대한 항생제 내성률도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3배 이상 높다.
◆ 진료는 받되 항생제 복용은 신중하게
항생제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은 예방에 있다. 우선, 감기 같은 질병에 걸렸을 때 무작정 약을 복용하는 것 보다 충분한 휴식과,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내진이 필요하다면 처방 받은 약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으며 항생제를 중복해 복용하거나 다른 약과 충돌해 예상치 못한 질병을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처방약과 의료기관의 항생제 처방률은 건강심사평가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할 수도 있다.
반면, 식중독, 결핵, 콜레라 등 세균으로 인한 질병에 걸려 항생제 복용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도 올바른 항생제 복용법에 따라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
우선 집에 있는 항생제를 임의로 복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에 따라 사용되는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의료기관을 통해 처방 받아야 하며 처방 받은 항생제는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 투약 기간을 지켜야 한다. 증상이 일시적으로 좋아졌다 해 사용을 중지하면 내성균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겨둔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처방 받은 항생제를 한 번에 많이 복용 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한 번에 많이 복용한 항생제는 내성을 키울 뿐만 아니라 밖으로 배출되어 물을 통해 2차 항생제 남용 피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슈퍼 항생제 및 바이오 신약 개발 필요성 역설
항생제 오남용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항생제 내성균, 즉 슈퍼박테리아는 날로 늘어가고 있는 데 반해 사용 가능한 항생제 수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최근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대부분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슈퍼박테리아 발생률이 높아지면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슈퍼박테리아에 대항할 물질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정부는 바이오 헬스 산업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강조했으며, 주요 연구기관 및 기업들도 슈퍼 항생제를 비롯한 천연 항생제와 항생제 대체 물질을 연구하며 슈퍼박테리아에 대항할 새로운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박테리오파지(세균을 잡아먹는 생물체)에서 유래한 리신(Lysin)단백질을 이용해 슈퍼박테리아 바이오 신약을 개발 중인 인트론바이오를 비롯해 크리스탈지노믹스, 동아제약 등이 슈퍼항생제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
한석영 매경헬스 [hansy@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