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이달 29일 레이를 출시하며 닛산 큐브와 본격적인 박스카 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21일부터 사전 계약에 들어간 기아차의 경형 박스카 레이의 인기가 심상치가 않다. 벌써부터 레이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레이를 최대한 빨리 받는 법', '레이 계약 시 주의해야 할 점' 등의 글이 게재되며 국산차 최초의 박스카인 레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레이에 앞서 출시된 닛산 큐브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지난 8월 출시된 큐브는 10월까지 총 1180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판매 5위권을 유지하는 높은 인기를 모았다. 큐브는 출시 전부터 일명 '효리차'로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2천만원 초반대의 저렴한 가격과 국내에 출시된 최초의 정통 박스카라는 마케팅 포인트를 효과적으로 살려 신차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엄밀히 말해 두 차는 동급 경쟁 모델이라 보기는 힘들다. 레이는 1리터급 엔진이 장착된 경차고 큐브는 1.8리터급 엔진이 장착된 준준형차다. 그러나 박스카 특유의 네모난 디자인과 활용성 높은 실내 공간은 차급을 넘어선 두 차 사이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
◆ 완숙해진 '큐브' VS 슬라이딩 도어 '레이'
큐브는 1998년 출시 이후 진화를 거듭했다. 현재 판매 중인 큐브는 3세대 모델로, 박스카라는 닉네임이 머쓱할 정도로 동글동글하다. 전체적인 모습은 여전히 네모나지만 앞뒤범퍼, 보닛, 휀더 등 외관의 모든 부분을 부드럽게 처리해 네모나다는 느낌보다 매끈한 느낌이 강하다. 안개등 부분이나, 아웃사이드미러, 앞좌석 창틀까지 모두 둥글게 디자인됐다. 큐브는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젊은이들을 유혹하는 매력적인 모델이다.
큐브와 차별되는 레이의 특징은 조수석 2열에 슬라이딩 도어를 채택했다는 점이다. 일본 다이하츠 탄토의 장점을 모두 수용해 만들어진 레이는 조수석 측 B필러(기둥)을 없애고 뒷문을 슬라이딩 도어로 만들어 승객이 드나들기 편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기아차는 레이를 육아에 편리한 차로 설정하고 젊은 부부들을 중심으로 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경차로선 처음으로 2열 에어컨덕트를 별도로 마련했으며, 뒷좌석에서도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도록 천장에 대형 수납공간까지 만들었다.
◆ 동력 성능은 큐브, 연비는 레이
기본적인 배기량 차이기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동력 성능은 큐브가 레이보다 뛰어나다. 큐브에는 1.8리터급 4기통 DOHC 엔진이 장착해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16.8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레이에는 카파 1.0 MPI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78마력, 최대토크 9.6kg·m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주행 성능에서 레이에 아쉬움이 느껴질 수도 있다. 큐브 자체도 배기량에 비해 출력이 뛰어난 차는 아닌데, 레이는 큐브에 비해서도 동력 성능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모닝과 같은 1.0엔진이 장착됐지만 공차 중량이 더 무겁고 공기 저항 계수도 높아 주행 성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내에서 통학용 등 세컨카로 이용할 경우에는 부족함이 없는 동력 성능이다.
레이의 공인 연비는 17.0km/l로 리터당 14.6km를 주행하는 큐브보다 우수하다.
◆ 공간 활용성은 박빙
큐브의 크기는 3980mm*1698*1690mm(전장*전폭*전고)로 레이의 크기인 3595mm*1595mm*1700mm보다 전장은 358mm, 전폭은 103mm 높고 전고는 10mm 낮다. 그러나 실내 공간 활용에 가장 중요한 휠베이스는 큐브 2530mm, 레이 2520mm로 10mm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큐브는 조수석 C필러를 과감히 생략해 실내 공간이 더욱 넓어 보이는 효과를 얻었다. 또, 인테리어의 군더더기를 최소화해 외부에서 볼 때 보다 훨씬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또, 크고 작은 여러개의 수납공간이 차 곳곳에 위치해 매우 실용적이다.
레이도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한 만큼 공간 활용을 위한 다양한 장치들이 적용됐다. 1330mm에 달하는 실내고를 확보해 어린 아이들이 일어선 상태로 활동이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슬라이딩 도어는 뒤로 620mm가 이동될 뿐 아니라 경사로에서 도어 밀림을 방지하는 장치도 적용됐다. 또, 앞 문은 최대 90˚ 개방돼 슬라이딩 도어를 완전 개방하면 최대 1432mm의 개구폭이 생겨 편리한 승하차와 물품 적재가 가능하다.
◆ 안전·편의사양은 레이
큐브에는 16인치 알로이 휠, 풀 오토 에어컨디셔너, 올 인원 타입의 내비게이션이 장착된다. 특히 한국형 3D 맵을 적용한 7인치 내비게이션은 멀티 태스킹 및 화면 분할이 가능하며, 지상파 DMB는 물론 다양한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지원해 최적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또, 큐브는 기본 모델에도 ABS, EBD, VDC, 어드밴스드에어백 등의 안전 사양이 적용됐다.
레이는 경차임에도 안전·편의사양이 큐브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레이에는 ABS는 물론 차세대 VDC인 VSM과 6에어백을 기본 장착했고, 경사로에서 차가 뒤로 밀리는 것을 방지하는 HAC 기능, 2열 3점식 시트벨트를 기본 장착했다. 중간 기둥이 없는 동승석 도어에는 강성빔을 적용해 측면 충돌 안전성에 대응했다. 또, 1·2열 온열시트, 온열 핸들, 버튼시동 스마트키, 면발광 LED 미등, 슈퍼비전클러스터, 운전석 전동식 허리 지지대, 손전등 겸용 트렁크 램프 등이 옵션으로 장착된다.
◆ 레이 VS 큐브…가격 경쟁력이 관건
큐브의 가격은 1.8S 모델이 2190만원, 1.8SL 모델이 2490만원(부가세 포함)으로 국내에서 판매 중인 수입차 중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이 가격은 몇년 전 인기를 끌던 큐브의 병행수입 가격보다도 더욱 저렴한 것이어서 더욱 경쟁력을 확보했다. 큐브를 출시하며 한국닛산의 켄지 나이토 대표는 “엔고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최선의 가격으로 출시하려 노력했다”고 밝혔으며, 업계 관계자도 큐브가 이 같이 인기는 가격 경쟁력 때문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레이의 가격은 1240만원~1495만원(가솔린 모델)이다. 현재 레이의 가격에 대해서는 두 가지 입장이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뒷좌석을 슬라이딩 기능 및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면 레이의 가격 최대 1745만원에 이른다며 경차치고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다른 소비자들은 레이는 경차를 뛰어넘는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이 적용됐을 뿐 아니라 박스카 특유의 다양한 활용도를 갖춘만큼 구입할 가치가 있는 모델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전승용 기자 /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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