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하고 건조한 가을은 건선환자에게 전혀 반갑지 않은 계절이다. 아무리 보습제를 덕지덕지 발라도 얼룩덜룩한 피부는 기대만큼 사라지지 않는다. 급기야 스테로이드연고를 발라도 작년보다 효과는 떨어진다. 이미 내성이 생긴 것이다.
‘건선’은 피부 각질층의 세포가 정상보다 지나치게 빨리 성장하면서 피부가 두꺼워지는 특유의 인설반응, 즉 각질이 생기는 피부질환을 말한다. 초기에는 좁쌀 같은 붉은 반점이 나타나다가 차츰 부위가 넓어지고 두꺼워지면서 하얀 비늘 모양의 각질이 겹겹이 쌓인다. 주로 자극이 많은 무릎이나 팔꿈치, 엉덩이, 머리에 발생하고 내버려두면 얼굴로 번지는 특징이 있다.
오늘날 서양 의학적으로도 정확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주로 유전학적, 면역학적 요인으로 추측된다. 스트레스나 피부 자극, 과도한 음주 및 흡연 등이 증상을 악화한다.
반면 한의학에서는 건선에 대한 해결책을 ‘양기(陽氣)의 부족’에서 찾는다. 여기에서 말하는 ‘양기’는 면역력과 같은 말이라 볼 수 있다. 양기는 피부의 재생과 염증을 억제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선환자는 인체 내부의 양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외부의 양기인 햇볕에 적게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계절적으로 춥고 건조한 가을과 겨울철에는 건선이 악화한다. 여름철에는 호전반응을 보이는 것도 건선이 양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적도 지방으로 갈수록 인구당 건선의 발생 빈도는 현저하게 감소하지만, 위도가 높은 북극 지방으로 갈수록 빈도가 높은 것도 같은 이치다. 햇볕에 적게 노출되는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건선에 노출될 확률이 높은 셈이다.
양기는 몸의 체온을 올리는 작용을 통해서 채워진다. 실제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양기)은 30%가 약해지고 체온이 1도 올라가면 5~6배로 강해진다. 이를 위해 한의학에서 녹용과 인삼 등 열을 내는 약재를 환자의 건강상태에 맞춰 처방한다. 특히 소음인과 태음
인위적으로 체온을 높이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치료는 일상생활에서 체온을 높이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되도록 따뜻한 음식을 먹고, 찬 음료수나 물, 아이스크림 등의 섭취는 삼가는 것이 좋다. 아울러 인체에 양기를 공급할 수 있는 사우나와 땀을 내는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도움된다.
[생기한의원 신덕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