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분야에서 한류를 일으키고 있는 김치를 많이 섭취하는 한국인들은 평소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을 것으로 추측됐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한국인 네 명 중 세 명은 권장량에 못 미치는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고 있어 한국인의 밥상에 신선한 채소와 과일의 기근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행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박사와 성미경 숙명여대 교수팀이 12일 르네상스호텔에서 개최된 ‘2011 한중 국제 파이토뉴트리언트 심포지엄’에서 국민건강영양조사 4기 자료를 토대로 연구한 ‘한국인의 채소·과일 섭취량과 파이토뉴트리언트 섭취 실태 분석’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과 함께 ‘제 7대 영양소’로 불리는 파이토뉴트리언트(식물 영양소)는 자외선과 같은 외부 공격, 물리적인 스트레스, 산화 등으로부터 식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생리활성물질이다.
연구팀이 총 8631명을 대상으로 채소·과일의 하루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 전체 네 명 중 세 명은 권장섭취량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와 과일의 1일 권장량을 섭취하고 있는 비율은 각각 28.4%와 23.4%였다.
또 채소와 과일 상관없이 1일 권장량 이상 섭취하는 비율은 25.4%로 총 2179명이었다. 채소와 과일 1일 권장 섭취량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는 단 6.7%에 불과했다.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국민 네 명 중 세 명은 채소나 과일 권장 섭취량에 못 미치는 식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은 여전히 많은 양의 김치를 섭취하고 있으며 전체 채소 섭취량의 40%를 김치가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채소섭취량은 252.2g이며, 과일은 141.3g이다.
아울러 채소·과일 섭취량은 소득 수준에 따라 2배 가까이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과일의 1일 권장 섭취량을 충족하는 비율은 상위층이 8.5%인데 반해 최하위층은 4.7%로 약 2배 가까이 차이 났다.
음주나 흡연 등 생활습관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채소·과일 1일 권장 섭취량의 섭취 비율이 상당히 낮았다. 비흡연자(8.4%)와 흡연자(3.8%), 비음주자(7.4%)와 음주자(4.7%)는 모두 평균 2배 내외의 격차를 보였다.
또한 우리나라 밥상에는 주로 하얀색 채소·과일이 많이 올라 보다 다양한 색상의 채소·과일을 섭취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늘, 양파, 무 등으로 대표되는 하얀색 채소는 알리신이나 케르세틴의 식물영양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하얀색 채소는 전체 약 32.9%가 기준 이상량을 섭취하고 있어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들 영양소를 상대적으로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얀색에 이어 노란색·오렌지색이 29.2%, 보라색 12.6%, 노색 8.6% 순으로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빨간 고추 등 빨간색 채소·과일은 오히려 가장 적은 7.4%만이 기준 이상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채소·과일은 색상별로 모두 다른 영양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색깔별로 고른 채소·과일 섭취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공동 연구자인 이행신 보건산업진흥원 박사는 “채소·과일의 섭취량이 영양섭취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은 현대인의 식생활에 균형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들 식물영양소는 비타민, 미네랄만큼 중요한 영양소로 건강한 식생활과 만성질환 예방을 위해서도 충분한 양의 5가지 색깔의 신선한 채소와 과일 섭취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오드라 데이비스 뉴트리라이트 이사(건강연구소)는 “식물영양 성분 섭취는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각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미국인도 10명 중 2명만이 식물영양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식물영양 성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인식 개선 작업이 요구되
한편, 이번 심포지엄은 한국식품과학회와 중국영양학회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암웨이, 중국암웨이, 뉴트리라이트 건강 연구소 후원으로 파이토뉴트리언트에 대한 최신 연구와 가치 및 활용 방안에 대해 한·중·미 영양학자들이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한석영 매경헬스 [hansy@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