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 10명 중 1명이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약국 본인부담률 차등제’에 따라 당뇨병이 경증질환에 포함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제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뇨병 환자의 절반가량은 정책 시행방안에 대해 인지 조차 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은 대한당뇨병학회(이사장 박성우)가 의료전문 리서치기관인 MARSlab.에 의뢰해 당뇨병 환자 510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는 서울지역 병원 8곳을 방문한 당뇨병 환자와 대한당뇨협회가 주최한 당뇨캠프에 참석한 당뇨병 환자가 참여했다.
약국 본인부담률 차등제도는 요양기관 종별에 따라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차등 적용하는 제도다. 본인부담률 차등 적용대상에는 인슐린 비의존 당뇨병, 고혈압, 감기관련 질병, 눈물계통의 장애, 소화불량, 두르러기, 골다공증 등 52개 질환이 포함됐다.
이들 질환으로 주로 대학병원인 상급종합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약을 살 때는 약값의 50%를, 통상 병상이 100개가 넘는 일반 종합병원은 40%를 내야 한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가 부담하는 약값은 현재 1만원이라면 종합병원에서는 1만3300원, 상급종합병원에서는 1만6670원을 내게 된다.
박성우 이사장은 “당뇨병 환자는 약 복용만으로 치료가 잘 되지 않는데다 합병증 위험이 높다”며 “이런 질환 특성 때문에 보험가입도 힘들어 다른 환자에 비해 치료비 부담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9.8%는 당뇨병을 중증질환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유로 당뇨병은 합병증 발생위험이 높고(64.3%), 관리가 어려우며(18.0%),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15.1%) 등이 꼽혔다.
응답자의 93.5%는 이 제도의 예외 대상인 인슐린 투여 환자, 산증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 외의 당뇨병 환자도 중증질환자로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실제 조사 참여자의 33%는 합병증을 한 개 이상 가지고 있었고 합병증 유무와 상관없이 전체 환자의 86.8%가 합병증 발생을 걱정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평균 당뇨병 유병기간은 11.5년이며, 67%가 당뇨병을 진단받은지 5년 이상 됐다.
응답자의 85.5%는 이 제도로 인해 같은 약에 대해 요양기관 종별로 다른 약값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에 ‘부당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82.5%는 의원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해 종합·상급병원을 방문하더라도 다른 약값을 지불하는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에 이 제도를 시행하는 취지가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막기 위함에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10.6%만이 ‘합당하다’고 답변했다.
결국 당뇨병 환자들이 해당 제도의 취지와 시행방안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도 시행 후 환자들의 선택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응답자의 70.4%는 약값 인상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서라도 기존 병원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 이유로는 △합병증 진단 및 치료를 위해(37.0%) △전문성 및
박태선 보험법제이사는 “당뇨병 환자들이 가장 원하는 의료는 합병증 예방과 효율적인 질병관리로 드러났다”며 “결국 정부의 약국 본인부담률 차등제는 약값에 대한 경젱적 부담을 갖게 되는 저소득층 환자들을 더 큰 합병증 위험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문애경 매경헬스 [moon902@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