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사회를 맞아 ‘알코올’은 치매, 심혈관질환, 뇌질환 등 노인성 질환을 일으키는 숨어있는 주범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이 입원 환자를 분석한 결과, 전체 입원환자의 30% 이상이 60세 이상 노인이고, 또 우리나라 정신과 병동에 입원한 환자 중 20%가 노인 알코올 사용 장애라는 통계가 나왔다. 즉, 노인 알코올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김석산 다사랑중앙병원장은 “잘못된 음주습관으로 인해 다른 신체적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건강을 위해 단주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인 환자 ‘대다수 고위험군’ 문제
60세 이상 노인 알코올 환자들은 음주와 관련해 심각한 문제에 쳐해 있는 경우가 많다.
한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들은 한 번 술을 마실 때 주량은 소주 1병(43.4%)이 제일 많았고, 맥주 2병(40.6%)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남용으로 악화되기 전 단계를 지칭하는 고도위험군 판단기준이 ‘평균 남자 소주 1병 이상, 여자 소주 5잔 이상’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노인 음주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노인들의 경우 체지방률이 증가하고 수분량이 줄어들어 30~40대와 비슷한 양의 음주를 하더라도 알코올 분해가 쉽지 않게 돼 알코올 의존, 간경화, 구강암, 식도암, 인두암, 후두암, 간암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비음주자에 비해 3~7배나 더 높다.
또 음주가 뇌혈관 혈액의 알코올 농도를 높임으로써 중추신경계가 알코올에 의해 영향을 받아 대뇌의 활동을 억제해 판단, 판별 능력이 저하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기억력 또한 심하게 상실 된다.
또 알코올 의존증 말기로 들어서면 알코올성 치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란 장기적인 알코올 섭취로 기억을 관장하는 뇌세포가 파괴돼 지능, 학습, 언어 등의 인지기능이 감퇴한 것을 말한다.
노인성 치매와 달리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 쪽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화를 잘 내고 폭력적이 되는 등 충동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반주·과음·강소주 '문제'
노인 환자들의 잘못된 음주습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녀들을 비롯한 주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우선 △잘못된 음주 3종 세트의 예방 △부모의 음주를 바라보는 자녀들의 시각 변화 △고위험군의 전문적 치료 등이 요구된다.
우선 잘못된 음주 3종 세트인, 식사 때 마시는 반주를 주의하고, 과음을 하지 말아야 하며 안주 없이 먹는 음주를 무조건 주의해 한다.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알코올을 해독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하루 2~3잔씩을 적정량으로 보면 일주일에 15잔 이상은 위험음주라고 할 수 있다.
캐나다 ARF(Addiction Research Foundation)에 의하면 “매일 술을 마시지 말 것, 일주일에 8잔 이상 마셔서는 안 된다. 할머니의 경우 하루 2잔 이상 마셔서는 안 된다, 할아버지의 경우 하루 3잔 이상 마셔서는 안 된다, 매주 음주량을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매일 반주를 하면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몸 안에 내성이 생겨 주량이 늘게 되고, 뇌의 기능도 떨어져 치매, 심혈관질환 등의 병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다른 음식 없이 항암효과가 있다는 막걸리만 마신다면 영양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고, 습관성 음주로 이어져 알코올 의존이 될 수 있다.
또 변변한 안주 없이 소주잔도 아닌 물 컵에 소주를 따라 마시는 노인들이 많은데, 위출혈이나 위염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곧바로 간을 자극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환자 주변의 많은 관심 ‘중요’
아울러, 부모의 음주를 바라보는 자식들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김석산 다사랑중앙병원장은 “가족들이 노인음주를 보다 냉정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이는 노인의 알코올의존증을 키울 뿐”이라며 “어르신 중심으로 가족사회가 이뤄진 우리나라 특성상 노인들의 음주문제는 가족과 사회 전체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의 가족들은 환자의 잘못된 음주 습관에 길들여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것을 ‘공동의존증’이라고까지 부르기도 한다.
또한 이미 생활습관병(성인병)을 갖고 있어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알코올 섭취는 약의 효과를 떨어트려 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하기도 한다.
따라서 자녀들은 음주하는 어르신께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단주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한다.
마지막으로 고도위험군은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만약 부모님의 술 습관이 혹시 ‘고도위험군 환자’는 아닌지 체크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위험수위에 있다고 판단되면 하루라도 빨리 알코올 전문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좋다.
대개 한방과, 내과, 정신과 등에서 정밀진단을 통해 개인에 따른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데, 한방과의 경우 체질검사, 신체기혈진단, 식습관 평가 등의 점검을 하며
노인의 특성에 맞춰 특화된 알코올 질환 치료를 통해 여생을 술 없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깨닫는 것이, 건강한 노후를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한석영 매경헬스 [hansy@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