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로 중부지방이 몸살을 앓고 있다. 다행히 비가 그쳐 뒷수습이 한창인데, 며칠 후면 또 비가 온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처럼 습도 높은 날이 계속되면 관절염이나 요통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평소보다 더 큰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습도 높은 날 통증이 심해지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 낮은 기압과 온도, 심리적 요인이 통증의 주요 원인
첫째, 기압차다. 흐린 날씨로 기압이 낮아지면 관절 내 압력이 상대적으로 올라가고, 이로 인해 관절내의 활액막(관절의 뼈끝을 싸서 연결하는 막)에 분포된 신경이 자극을 받아 통증이 악화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도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기온이 낮아지면 관절이 뻣뻣하게 굳는 경직현상이 나타난다. 뼈와 뼈 사이의 마찰을 줄여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관절액이 굳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기온이 낮아지면 허리근육이 긴장하고 경직돼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이는 근육과 인대를 더욱 딱딱하게 만들어 요통도 악화시킨다.
심리적 요인도 작용할 수 있다. 습도가 높고 구름이 많이 낀 날에는 햇빛이 없어 ‘멜라토닌’이란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는 생체 리듬에 관여해 우울증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기분이 쳐지다 보니 몸까지 더 아픈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밤잠을 못 이루면 통증도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잠잘 때 분비되는 통증억제 호르몬인 ‘엔도르핀’ 분비가 잘 일어나지 않게 돼 평소보다 통증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 척추관협착증 환자 52%, 장마철에 통증 악화
실제로 허리통증환자의 상당수는 장마철에 통증이 악화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고도일병원이 장마의 시작과 함께 병원을 찾은 척추관협착증 및 허리디스크 환자 5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7%(258명)가 장마철에 허리통증이 더 악화하는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 분석하면 20~30대가 36%, 40대 이후에서는 52%가 통증악화 경험이 있다고 답해 젊은 층보다 40대 이후에서 통증을 더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이 29%, 여성이 61%로,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더 통증을 느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여자가 남자보다 근육량이 적고 남녀호르몬의 차이로 여자가 남자에 비해 통증을 더 많이 느끼기 때문이다.
또 연령대가 높을수록 허리디스크에 비해 척추관협착증에서 통증이 더 악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허리디스크는 단순히 디스크 탈출로 인해 신경이 압박되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척추관협착증은 척추를 이루는 뼈, 인대, 관절, 디스크가 모두 퇴행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척추의 기능이 모두 저하돼 있어 기압차가 큰 날씨에 더욱 통증에 민감해질 수 있다.
허리 이외에 또 어느 부위의 통증을 경험했냐는 질문에는 다리(26%), 어깨(9%), 목(8%), 무릎(8%) 순으로 결과가 나타났다.
◆ 몸 따뜻하게 하고 온찜질 하면 도움
습한 날씨와 낮은 기온으로 인해 통증을 느낀다면 일단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특히 더운 물수건으로 아픈 부위를 찜질하거나 따뜻한 물에 관절을 담그고 굽혔다 펴는 운동을 하면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온찜질이 관절 내 혈액순환을 좋게 하기 때문이다.
무더위로 인한 과도한 냉방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덥다고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오래 쐬면 근육과 관절이 굳어져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에어컨을 적당히 이용하고 환기를 자주 시켜 집안 습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26도에서 28도 정도로 실내온도를 유지하고 바깥 기온과 5도 넘게 차이가 나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
통증으로 잠을 못 이룰 경우에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 가볍게 스트레칭한 뒤 잠자리에 들면 잠이 더 잘 오는 경향이 있다. 잠을 잘 때는 베개 등을 다리 밑에 받치고 자는 것도 좋다. 다리가 심장보다 높은 곳에 위치하면 혈액순환이 좋아져 다리의 피로와 통증을 줄여준다.
◆ 통증 지속되면 검사 필수, 90%는 비수술적 치료 가능
이 같은 노력을 기울여도 일주일 이상 통증이 지속되고 있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허리통증이 생기면 대부분 찜질이나 파스 등으로 참다가 1~2달 통증이 지속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통증을 방치하면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고도일 고도일병원 병원장은 “병원을 찾아 원인과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어떤 치료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요즘에는 의학기술의 발달해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법이 등장했기 때문에 수술하지 않고도 좋은 결과
흔히 척추질환을 치료하려면 ‘칼로 째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소변 장애나 하지의 감각마비 등으로 수술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척추질환의 90%는 수술 없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도움말=고도일 고도일병원 병원장
이상미 매경헬스 [lsmclick@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