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철이면 언론을 통에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례가 종종 보도된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해산물 섭취를 망설이게 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드물게 발생하는 질병이지만, 오염된 어패류를 섭취하거나 피부상처가 해수에 노출됐을 때 발병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게다가 질병에 노출되면 빠른 속도로 패혈증으로 악화, 치사율이 40~60%에 해당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여름철 더욱 주의가 필요한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한 모든 것은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소개한다.
김우주 교수는 “비브리오 패혈증은 건강한 사람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고 만성간질환 환자를 포함한 특정 위험군에 주로 국한해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면서 “이 병은 특징적인 증상이 있어 조기에 항생제 치료와 외과적 수술을 시행하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비므리오 패혈증의 정체는?
비브리오 패혈증은 그람음성간균인 비브리오 불리피쿠스균에 의한 급성 전신감염이다.
비브리오 불리피쿠스균은 바닷물 온도가 18oC 이상 상승하게 되는 5월~10월 동안 서남해안 해수에서 분리된다.
또한 이 균은 갯벌, 플랑크톤, 어류, 조개류에서도 흔히 분리되기 때문에 여름철에 어패류 섭취나 피부 상처의 해수 오염으로도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 40대 남성 발병률 특히 높아
비브리오 패혈증은 미국, 일본, 이스라엘, 독일, 스웨덴 등 세계적으로 발생하며, 미국에서는 매년 인구 10만명 당 0.5명의 환자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40~80명의 환자가 보고되고 있으며, 사망률은 40~60%에 달할 정도로 식품매개질환 중에서 월등히 높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는 여름철 특히 8월, 9월에 전남, 경기, 부산 등 서남해안 지역에서 환자가 다수 발생한다.
성별로 살펴보면 40대 이상의 남성 발병률이 여성보다 8배가량 높다. 이는 만성간질환 환자의 유병율과 관련이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가 갖고 있던 기저질환으로는 간질환이 가장 흔하며, 그 외 만성 알코올중독증, 당뇨병, 만성신부전, 면역저하환자 등이 꼽힌다.
◆ 만성질환자 감염 ‘생명에 위협적’
비브리오 불리피쿠스균에 감염되면 하루 이틀의 짧은 잠복기를 거친 이후부터 증상이 갑자기 시작된다.
건강한 사람은 대개 구토, 복통, 설사 등 단순 위장관 증상을 일으킨다. 그러나 만성간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표 참조)는 균이 혈액내로 침투해 발열, 오한, 저혈압, 피부의 특징적인 수포 및 괴사 등 중증 패혈증의 경과를 보인다.
환자의 4분의 3 이상은 감염 후 36시간 이내에 전신 피부에 출혈성 대수포를 나타내며, 혈소판 감소증 및 범발성 혈관내 응고병증을 동반한다. 패혈증으로 진행하면 사망률은 40~60%에 이른다.
건강한 사람이 해안에서 피부에 생긴 창상으로 균이 침투한 경우엔 패혈증으로 진행되지 않고 피부 창상의 부종, 발적, 수포 및 궤양에 그치는 창상감염의 형태로 나타나며 이 경우 대부분 회복한다.
◆ 초기 신속한 치료가 환자 생존율 높여
비브리오 패혈증은 효과적인 항생제 투여와 외과적 절제술 등 조기발견 및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브리오 패혈증이 의심되면 항생제를 일찍 투여하는 것이 환자 생존 확률을 높인다. 쇼크를 동반한 패혈증 환자는 혈압상승제 투여 등 패혈증에 대한 집중 치료와 다발성 장기부전에 대응한 수액 보조요법이 시행된다.
위장관 출혈과 범발성혈관내응고증의 합병 가능성을 면밀히 관찰해 대응 치료한다.
피부병변은 수포 및 괴사 조직이 있는 경우 조기에 절개, 배농, 제거 등 적극적인 외과적 처치를 시행한다.
광범위 외과적 괴사조직제거술은 병변 부위로 항생제 투과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대부분 환자가 내원 48시간 이내에 사망하므로 수술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야 하며, 필요시 근막절제술 또는 사지 절단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 어패류 섭취 시 ‘56도 이상’에서 ‘5분 이상’ 조리 必
비브리오 패혈증의 예방을 위해서는 간 질환, 당뇨병, 알코올중독증, 암 환자 등 고위험군은 여름철에 어패류를 생식하거나 또는 해안가 해수에 맨발로 들어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 역시 다리 피부의 상처를 통해 해수의 비브리오균 감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상처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가장 적극적인 예방법은 위험 기간 동안 어패류를 56도 이상 익혀서 먹는 것이다. 비브리오 불리피쿠스균은 열에 약해 5
또한 염소에 약하기 때문에 수돗물로 잘 씻어서 조리하면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밖에도 피부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바닷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음식점에서 어패류를 조리할 땐 도마나 식기를 끓는 물로 소독하는 등 위생적으로 취급해야 된다.
조경진 매경헬스 [nice2088@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