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빌라 한 채 소유주까지 전세대출을 회수 당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빌라촌 일대. [매경DB] |
1주택자인 그는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전 규제 조건을 다 알아보고 받은 건데 공시지가가 갑자기 올라버려 난처해졌다"며 "은행 지점 측에서는 본사도 아니고 정부로부터 '기존 대출자 중 고가주택 보유자를 알아내라'는 공문을 받았으니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만 한다"고 토로했다.
A씨가 이런 곤경에 처한 건 2019년 말 나온 12·16 부동산 대책 때문이다.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이 9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을 취득하면 전세대출이 회수된다. 또 처음 대출을 받을 땐 고가주택이 아니어도 이후 집값이 올라 9억원을 넘으면 연장이 불가능하다. 고가주택 여부는 실거래가나 KB국민은행 또는 한국부동산원 시세가 9억원이 넘었는지로 판단하는데, 시세가 없는 경우 공시가격의 150% 또는 취득가액 중 높은 가격을 적용한다.
A씨의 흑석동 빌라는 시세가 없어 공시가격의 150%를 적용받는다. A씨가 처음 이 집을 샀을 땐 공시지가가 4억8000만원이었지만 공시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올해 7억8000만원까지 뛰었다. 문제는 A씨가 전세대출을 받은 시점에는 공시가격의 150%가 9억원을 넘지 않았음에도 은행이 나중에 이를 소급 적용했다는 점이다. A씨는 "지점에서는 서울보증보험 특약에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구매 시 회수 조치 당한다는 내용이 있어 이를 적용했다고 한다"며 "이 집을 살 때는 공시지가의 150%가 9억원이 안 됐는데 무슨 소리냐고 격하게 따지니 은행이 '특약 변경'을 해주겠다며 꼬리를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위기를 넘겼다고 해서 A씨의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이제 곧 다가올 전세대출 만기 시에는 꼼짝없이 고가주택 보유자가 돼 연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상 전세대출 만기는 1~2년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조건에 변화가 있어서 연장 시점에는 다른 기준으로 심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A씨는 만기가 되면 흑석동 집을 팔아 무주택자 자격으로 전세대출을 받든가 흑석동 집을 그대로 보유한 채 전액 월세로 전환해야 한다.
공시가격 급등으로 곤란을 겪는 '자기 집을 세주고 남의 집에 세를 얻은 1주택자'는 A씨뿐만이 아니다. 특히 갭투자는 투자 목적뿐만 아니라 직장·교육 등 실수요 목적도 많다. 발령지가 잠시 바뀌거나 자녀의 학령기간에 맞춰 이사를 가는 과정에서 기존 주택은 세를 주고 이사 갈 집에 세 들어 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파트와 달리 시세가 따로 없어 공시가격 150% 기준을 적용받는 빌라 보유자라면 공시가 인상의 직격탄을 맞는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국 기준 전년 대비 19.08% 올라 2007년(22.7%)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서울 노후 지역 빌라는 2·4 대책 '현금 청산' 우려가 있어 쉽게 처분할 수도 없다. 2·4 대책 이후 사업 예정 구역에서 취득한 다세대주택 등은 입주권이 나오지 않고 현금 청산돼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