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휴전 이끈 '트럼프 특사' 파워
학교·병원 등 민간 시설도 초토화…10명 중 9명꼴 피란민
↑ 휴전 소식에 기뻐하는 가자지구 주민들 [사진=연합]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한 협상 끝에 현지 시각으로 15일, 6주(42일)간의 가자지구 휴전에 전격 합의하면서 포성이 일단 멎게 됐습니다.
합의에 따르면 양측의 휴전은 3단계로 이행됩니다. 1단계 휴전 기간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일부 철수하고, 하마스는 억류한 이스라엘의 인질 중 여성·어린이·노인 등 33명을 우선 석방합니다.
하마스가 일정 인원을 매주 석방하면 이스라엘은 민간인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포로 30명, 여군 1명당 50명을 석방해 팔레스타인 수감자 총 1천여 명을 풀어줍니다.
다음 단계에 관한 논의도 이 기간에 진행하고, 휴전 2단계에 접어들 경우 이스라엘 남성 군인 인질 석방과 영구 휴전,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합니다.
휴전 3단계에 이르면 모든 인질의 송환과 가자지구 재건 등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 이스라엘의 공습에 폐허 된 가자지구 [사진=연합] |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6주간 휴전 전격 합의 결단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지속적인 분쟁 종식 촉구 요청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위트코프 특사가 현지 시각 11일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해 '엄중한 메시지'를 냈고, 최근 하마스가 지속적으로 내비친 협상 의향에도 강경 태세를 고수하던 네타냐후 총리가 이 메시지를 받고 난 뒤에는 뜻을 굽혔다는 것입니다.
이번 3단계 휴전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5월에 제시한 안이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 덕분에 현실화하는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네타냐후 총리가 앞서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연립정부 각료의 이탈로 인한 이스라엘 전시내각이 해체되는 등 악재들을 만났지만 아랑곳하지 않다가 트럼프의 제동에는 수긍을 한 것입니다.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이스라엘 총리실] |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작년 11월 27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임시 휴전 돌입, 이번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 중단 합의로 차기 미국 행정부와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외교 정책 성과를 '선물'로 안겨줬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또 이란이 구축해놓은 중동의 '시아파 벨트'의 상당 부분이 무력화한 탓에 이란의 역량이 줄어든 것도 휴전 성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앞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만 하마스 무장대원 약 1만 7천 명을 '제거'한 데 이어 레바논 남부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견제하는 공습을 이어가다가 레바논에서 지상작전을 펼쳤으며 이 과정에서 이란과 초유의 본토 직접 공습을 주고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마스의 편을 들며 새로 공격해온 예멘의 후티 근거지도 공격했는데, 소위 친이란 '저항의 축'의 지도부가 상당수 살해되어 그 세력이 약화되었습니다.
↑ 이스라엘의 공습에 무너진 잔해 옆에서 놀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 어린이들 [사진=연합] |
팔레스타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쟁이 발발한 이후 사망한 팔레스타인이 2%에 해당하는 최소 4만 6,707명이며 어린이 사망자만 최소 1만 3,319명에 달합니다.
피란민이 몰린 병원과 학교 건물은 하마스의 은신처가 됐다는 이유로 이스라엘군의 집중 표적이 됐습니다.
학교와 병원, 사원 등 각종 시설까지 공습 대상이 되어 민간인 피해가 상당했습니다. 전체 주민의 90%에 해당하는 190만 명이 피란민으로 전락했으며, 피란민 중 80%가 적절한 보온시설 없이 임시 대피소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체 부상자 수는 최소 11만 265명으로, 부상자의 4분의 1은 신체 절단, 중증 화상, 두부 손상 등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재 가자 지역에서 운영 중인 학교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학령기 어린이 66만 명이 1년 넘게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 휴전 합의에 기뻐하는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 [사진=연합] |
가자지구 전쟁은 앞서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가자지구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납치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에 대응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전에 돌입하면서 민간인과 하마스 대원 등 4만 6,50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지구에 남은 이스라엘의 인질은 98명이며 이 중 34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 15개월 만에 휴전을 맞게 됐지만, 42일을 넘겨
주민 대부분이 피란길에 올랐고 이 지역에 투하된 폭발물 제거에만 10년 이상 걸릴 걸로 예상돼 전쟁 전 상황으로 돌아가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