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는 ‘포용력과 신뢰’, 조조는 ‘성과’ 지향
손권은 신중하고 겸손
민주주의 체제에서 리더는 국민의 선택을 받아 선출되거나 그가 임명한 자이다. 지금, 리더와 리더십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현재를 살고 있는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리더십의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조사 결과가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4 삼국지 소설 및 인물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리더는 어떻게 존재하는가
역사학자들 중 일부는 500년간 지속된 조선 왕조가 ‘기적’이라고 말한다. 태조에서 순종까지 27명의 군주가 다 현명했던 것은 아니다. 나라의 위기 때마다 총명한 왕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태종과 세종, 세조와 성종, 숙종과 정조, 그리고 효종으로 이어지는 왕들이 다 쓰러져가는 왕조를 그나마 지탱한 것이다. 그 가운데 선조는 인조, 순조와 함께 조선 3대 암군, 즉 어리석고 무능한 임금이다. 선조의 41년 치세 동안 임진왜란으로 온 국토는 망가지고 수많은 백성들은 목숨을 잃었다.
↑ 사진 픽사베이 |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4 삼국지 소설 및 인물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설문 대상자의 연령, 직급에 따라 삼국지 인물들의 리더십 선호도가 차이를 보였다. 설문에 등장한 리더는 유비, 조조, 손권이다.
많은 직장인들은 ‘직장 내 상사로 가장 적합한 인물’로 유비를 선택했다. 그 비율은 42.5%이다. 연령별로는 20대 37.6%, 30대 37.2%, 40대 42.0%, 50대 53.2%, 직급별로는 평사원 43.4%, 대리급 37.0%, 과,차장급 41.1%, 팀·부장급 48.3%, 임원급 50.0%로 연령이 많을수록, 직급이 높을수록 유비의 리더십을 선호했다. 이들이 꼽은 유비의 장점은 ‘포용력’과 ‘겸손’이다. 유비가 리더로서 적합한 이유는 ‘주변 인재를 잘 대우하고’ 45.2%, ‘조언과 충언을 귀 담아 들으며’ 44.7%, ‘신중하고 겸손하다’가 36.9%이다.
유비 리더십은 한마디로 ‘서번트 리더십’, 즉 ‘섬김과 겸손의 리더십’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정에 맞거나 부러져야 할 위기의 순간이 있다. 그때 그리 아름답지 않지만 휘거나, 굽히는 모양새도 필요하다. 즉 목표를 향해 꾸준히 걸어가되 자존감을 잃지 않는 겸손과 굽힘의 유연함이다. 유비는 많은 이에게 머리를 굽혔다. 워낙 가진 것이 없이 출발했기 때문이다. 유비가 조조, 손권과 맞서 정립할 수 있었던 요인은 인재 등용과 그들의 자발적 충성심이었다. 유비는 겸손과 신의, 그리고 포용력으로 사람을 모으고, 사람을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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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연령층은 목표지향, 성과를 내는 ‘조조 리더십’
유비와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조조는 어떨까. 직장 상사로 조조를 선택한 응답자는 28.4%이다. 이는 2020년 21.9%보다 많이 올라간 수치다. 조조를 선택한 이유는 ‘목표와 전략을 뚜렷하게 알고’가 54.9%, ‘냉철하다’에 31.3%가 선택했다. 정확한 목표 제시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냉철하지만 효율적인 업무 집행, 그리고 그에 따른 성과의 달성 역시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리더십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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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진심을 숨기고 가면을 쓰는 리더십’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지만 수많은 부하들이 진심으로 그에게 충복했다. 조조는 승리의 공을 장수들에게 돌렸다. 조조는 승리하면 대장부터 병졸까지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상을 주고 공을 치하했다. 패전 시에는 장수를 질책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책임을 돌려 부하들의 마음을 헤아렸다. 즉 조조의 리더십은 ‘결과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고, 공은 부하에게 나누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부하에 대한 ‘믿음과 포용’이 있었다.
삼국지의 또 하나의 주인공 손권을 보자. 유비나 조조에 비해 ‘유명세’가 덜하다는 이유로 그동안은 그의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덜했고, 인물에 대한 선호도 역시 두 사람에 비해 떨어졌다. 설문조사에서 손권은 8.3%의 리더십 선호도가 나왔다. 하지만 유비, 조조, 손권 등 3인의 리더십을 블라인드 테스트한 결과 손권이 매우 높은 36.7%의 선택을 받았다. 손권은 ‘신중하고 겸손하지만 안정감 있는 리더’로 평가된다. 그는 주변인에게서 배우지만 반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도 잘 지키는 리더이다. 이 같은 손권의 리더십에 대해 직장인들은 ‘업무에 대한 인정’, ‘안정감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리더십으로 평가했다.
손권은 형 손책의 죽음으로 리더가 되었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환경은 좋지 않았다. 나라는 권문세가, 토호 등등에게 세력이 나누어져 있었다. 그러나 손권은 이를 급하게 풀지 않았다. 그는 주유와 장소 등 선배를 극진히 모시면서 통합을 위해 남의 의견을 경청했다. 손권 리더십은 ‘리더는 조심스럽고 참을성 있게 의견을 듣고 말해야 하며 말보다 듣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선배에 대한 존경심과 후배에 대한 배려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상사나 부하에 대한 장점은 기억하되 단점은 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정리해 보자면 유비의 리더십은 ‘주변인들에게 항상 배우려 하고, 신중하고 겸손한 스타일이지만 자신의 야망을 펼쳐 일을 벌이기보다는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지키는 스타일이다. 가끔은 신중하다 못해 우유부단하게 보이지기도 하지만 반면에 안정감이 있는 리더’다. 이에 대해 응답자의 36.7%가 선택했다.
조조의 리더십 스타일은 ‘야망이 크고 냉철하며 분명한 원칙과 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적 수준과 예술적 재능이 매우 높고, 항상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알고 있으며 주변에 인재를 잘 발굴하나 자신의 목표와 전략하에서만 인재를 활용하는 스타일의 리더’로 31.7%를 차지했다.
손권의 리더십은 ‘사람이 좋고 정이 많고 도덕적인 감수성이 높으나 가끔 정에 이끌려 실리보다 명분을 앞세우기도 하며 일을 크게 벌리기도 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주변에 실력과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잘 대우하고 조언을 귀담아듣는 리더’로 31.6%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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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시대의 영웅이었던 유비의 촉나라는 개국 42년 만에, 조조의 위나라는 45년 만에, 손권의 오나라는 51년 만에 멸망했다는 것이다. 즉 아무리
[※ 자료 출처 및 인용 ‘2024 삼국지 소설 및 인물 관련 인식 조사’(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글 권이현(라이프 칼럼니스트) 이미지 픽사베이,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