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축구협회장, 현대가 가업 인식…국제 무대 활동 디딤돌"
↑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왼쪽)과 정몽규 축구협회장 / 사진=연합뉴스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3선 도전의 1차 관문인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위원장 김병철) 연임 승인을 받았고, 4선 도전을 선언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스포츠공정위 심사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장 선거 출마에 대한 둘을 바라보는 내·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이기흥 회장은 직원 채용 비리와 금품 수수 등 비위 혐의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회장 직무 정지를 당하고 수사 대상에 오른 가운데 체육회 노동조합의 출마 반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몽규 회장 역시 불투명한 협회 운영과 절차를 무시한 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으로 문체부로부터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 요구받았고, 축구팬의 퇴진 압박과 노조의 연임 반대 요구도 거센 상황입니다.
이기흥 회장과 정몽규 회장 모두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와 여야 국회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았지만 3선과 4선 도전 의지는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들은 왜 이토록 연임에 대한 꿈을 접지 않는 것일까요.
↑ 취재진 질문 답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 사진=연합뉴스 |
첫 번째로는 체육회장과 축구협회장 자리에 주어지는 명예와 권한, 사적 이익이 있겠습니다.
체육회장은 '한국 체육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80여 개의 회원 종목단체를 총괄하며 연간 4,400억 원의 예산을 주무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축구협회도 연간 예산이 1,9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고, 협회장은 세계인들의 관심이 쏠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체육회장과 축구협회장은 국제 스포츠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입니다.
이기흥 회장은 지난 2019년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돼 활동 중인데, IOC 위원의 경우 국빈급 대우를 받는 의전상 특혜가 쏠쏠합니다. 해외여행 때 입국 비자가 필요 없고, 공항에서 귀빈실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IOC 총회 참석 때는 승용차와 통역, 의전 요원이 지원되며 호텔 투숙시 해당국 국기가 게양됩니다.
정몽규 회장은 올해 5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으로 복귀한 가운데, FIFA 집행부의 핵심 기구인 평의회 재진입을 시도해 왔습니다. 정 회장이 2017년부터 2년간 의원으로 활동했던 FIFA 평의회의 경우 중동 지역의 석유재벌 AFC 회장들과도 교류 할 기회가 마련됩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수장인 정 회장으로서는 축구협회장이 기업가로서 해외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는 '기회의 장'인 셈입니다.
IOC 위원과 AFC 집행위원은 체육회장과 축구협회장 연임의 안전판으로 작용합니다. 이기흥 회장은 IOC 위원 현직 프리미엄으로 스포츠공정위의 연임 제한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국제기구 임원으로 활동할 경우 연임 승인 심사에서 정량·정성평가를 합쳐 기준점(60점)을 넘기는 데 충분한 점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 회장 역시 AFC 집행위원이라는 이점 때문에 스포츠공정위 심사 통과가 유력한 상황입니다. 그는 3선에 도전했던 4년 전 공정위로부터 100점 만점에 96점을 받아 승인됐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둘 다 출마하기만 하면 당선이 '떼어놓은 당상'이라고 할 정도로 연임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 회장은 재임 기간 시도체육회장을 체육회 이사로 선임하고, 지역 체육회의 각종 민원을 해결해 주는 방법 등을 동원해 바닥 표를 다져왔습니다. 종목별 대표자와 지역 체육 관계자들로 꾸려지는 선거인단 구성의 한계 탓에 현직 프리미엄을 가진 이 회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 회장 역시 현대 계열의 남녀 구단 4개를 보유하고 있는 등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어 대항마로 등장한 허정무(69)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 지난달 29일 K리그 대상 시상식이 열린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 입장하는 정몽규 회장 / 사진 = 연합뉴스 |
이 외에도 처해진 상황과 이해관계가 그들이 연임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체육기자 출신의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오늘(1일) "이기흥 회장과 정몽규 회장은 연임 도전 이유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있다. 이 회장은 직무 정지를 당하고 수사를 받고 있어 3선 성공만이 사법 리스크를 피하는 바람막이가 될 수 있다. 일종의 '벼랑 끝 전술'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이 회장이 당선을 도와줬던 경기단체장 및 시도체육회장과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고, 그들로부터 주로 의견을 듣기 때문에 출마 포기를 생각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볼
정몽규 회장에 대해선 "정 회장은 축구협회장을 일종의 현대가(家) 가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기업가로서 FIFA 등 국제 무대에서 얻을 수 있는 유·무형의 이익도 4선 도전에 집착하는 빼놓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