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제주
야생 돌고래와 9000원 몸국으로 위로 받다
범섬 앞 인피니티풀에서 세련된 제주를 만나다
마음이 뜨끈뜨끈해지는 9000원 짜리 푸짐한 몸국과 범섬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쿠지 풀. 수면 위로 반짝이는 돌고래의 반짝이는 지느러미와 은빛 억새의 향연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제주 갈 바에야 해외 간다’고 할 정도로 비싸서 못 간다던 제주. 그런 제주가 오명을 벗어 던지고, 가성비 넘치는 매력적인 아이템들을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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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섬뷰의 더그랜드섬오름(THE GRAND SUMORUM) 그랜드 풀 |
‘가성비 갑’ 돌고래 요트 투어와 일몰
아이슬란드에서 고래의 등을 처음 마주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대자연 속 비현실적인 생명체가 선사하는 압도적인 감동에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왔었는데, 야생돌고래를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대정읍 앞바다에서 만난 돌고래는 그와는 또 다른 소박한 매력을 선사했다.
요트를 타고 너울을 즐기며 항해한 지 30분여. 일행은 선장이 방향타를 멈추고 손을 가리킬 때마다 다급하게 시선을 돌린다. 그러나 보여줄 듯 올라오지 않는 돌고래에, 아쉬운 탄성과 함께 자리에 앉는다. 그때였다. “와~! 저기다!” 선원의 외마디 외침과 함께 오래 기다린 사람들에게 인사라도 하듯 남방돌고래가 지느러미를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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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여 분간 야생 돌고래 투어가 진행된 1971 요트클럽의 배 위 풍경 |
숨바꼭질하듯 수면 위로 몸을 드러낸 녀석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 연안에서 만날 수 있는 남방큰돌고래. 인간에 대한 친화력이 강하고, 고래류 중 가장 지능이 높으며, 호기심도 강한 녀석의 몸길이는 성체의 경우 몸무게는 230kg에 달한다. 평균 수명은 30년 정도로 큰돌고래보다 더 날렵하고 부리가 길며, 복부에 반점이 있다.
“남방돌고래가 헤엄치는 속도는 시속 60km 정도입니다. 2미터 60센티미터까지 크죠. 가끔 물 밖으로 나온 재돌이를 만날 때가 있어요. 지느러미에 숫자가 있거든요.” 해설사는 호기심이 많아 배를 구경하러 온다는 남방돌고래들 덕에 가끔 눈앞에서 반짝이는 몸을 보는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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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1971요트클럽의 ‘돌고래 에코투어(선셋)’ |
운좋게 일몰 시간에 요트를 탄 일행은 돌고래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반짝이는 파도와 함께 붉게 물든 제주 하늘의 석양을 만난다. 파도가 약간 높아, 마치 놀이기구 타듯 바람을 가르며 석양의 붉은 바다를 항해하는 기분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새우과자를 들고 있지도 않았는데, 갈매기들이 사람들 머리 위를 맴돈다. 70분여 요트를 타고 돌아보는 M1971요트클럽의 ‘돌고래 에코투어(선셋)’ 가격은 1인 6만 원으로, 90% 이상의 확률로 돌고래를 만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만약 돌고래를 보지 못하면 재방문 할 수 있도록 50% 할인 쿠폰이 제공된다.
위치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최남단해안로 128 M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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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셋 시간에 맞춰 진행되는 돌고래 투어 |
9000원의 감동, 착한 몸국
돌고래 투어를 끝낸 뒤 몸을 뜨끈하게 데워줄 몸국 식당을 찾았다. ‘몸’은 제주어로 ‘모자반’을 뜻한다. 주로 남해안과 제주 연안의 암반지대에서 자라는 뿌리 해조류로 바위에 단단하게 붙어 자라난다. 제주에선 잔칫날엔 고기 삶은 육수에 몸과 수제비를 넣고 끓여 먹었는데 그중 식용으로 사용되는 참모자반은 비타민C, 칼륨과 칼슘, 알긴산 등이 풍부해 노폐물 배출과 면역력 증가, 간 기능에 좋다.
제주시 용담레포츠공원 인근의 ‘착한가격업소’ 김희선몸국은 9000원에 20시간 이상 끓인 돼지사골이 들어간 몸국을 만나볼 수 있는 곳. 식당 벽 한쪽에는 ‘콜라겐 합성을 촉진해 노화 방지에도 좋으며 항산화작용이 있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혈액 순환을 좋게 한다’는 몸의 항산화 작용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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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00원의 몸국(좌)과 별미인 고등어구이 |
이윽고 주인공인 제주 몸국이 나온다. 수제비 국물에 모자반을 넣었다기보다는 모자반 뭉치에 수제비를 첨가한 듯, 양이 많은 것이 김희선몸국 식당의 특징. 몸이 들어간 고사리 육개장의 가격 역시 단돈 9,000원. 대부분 만 원대를 훌쩍 넘겨 15,000원 이상인 제주 한 끼 가격을 생각하면 압도적 가성비다. 매콤하고 산뜻한 양파무침을 등에 얹고 나오는 고등어구이도 별미이니 꼭 시켜먹어볼 것. 이름이 ‘김희선’인 사람에게 고등어 한 마리를 제공한다는 알림판이 재기 발랄하다. 몸국과 성게미역국 모두 택배가 가능하다.
위치 제주 제주시 어영길 45-6
숨겨 놓고 싶은 이국의 리조트, 더그랜드섬오름
검은 현무암 위로 투명하고 푸른 바닷물이 일렁인다. 객실, 레스토랑 등 호텔의 모든 공간에서 범섬을 볼 수 있는 더그랜드섬오름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범섬과 섶섬, 문섬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와 맞닿은 듯한 인피니티풀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바다길 코스로 유명한 제주 올레길 7코스에 위치, 제주에서도 더 이국적인 특유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10만 원대에서 시작해 마니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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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섬, 섶섬, 문섬이 한눈에 들어오는 더그랜드섬오름의 인피니티풀 |
3개의 수영장, 오션뷰 피트니스와 연회장, 라이브러리 휴식 공간, 전용 사우나까지 갖춘 호텔에서 투숙객들이 가장 높은 별점을 주는 부분은 바로 수영장. 바다 바다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33미터의 인피니티풀이과 자쿠지 온수풀이 있는 더그랜드 인피니티풀, 해안 곡선을 그대로 담은 부채꼴 모양의 이국적인 휴양지 느낌의 가든 풀, 예측 불가능한 제주 날씨에도 언제든 이용 가능한 실내 수영장까지 연중 상시 운영된다. 특히 ‘야외수영장-사우나-객실’까지 이어지는 편리한 동선이 특징.
본관과 신관으로 구분되는 넓고 편리한 동선 덕에 체크인 시 인파 때문에 피로해질 일이 없다. 객실은 반려견과 함께 투숙 가능하며, 마루바닥을 깔아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패밀리∙펫 프렌들리’ 호텔이기도 하다. ‘더그랜드섬오름’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조식’이 뜬다. 통유리 너머 파노라마로 펼쳐진 범섬을 보며 조식을 먹을 수 있는 바솔트(BASALT) 레스토랑의 오션뷰 조식 뷔페는 이미 유명하다. 라이브 스테이션에서는 인기 메뉴인 쌀국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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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랜드섬오름의 디럭스 트윈룸 |
조식 뷔페 외에 시그니처 메뉴는 중식 타임에 맛볼 수 있는 해물짬뽕. 수영 후 먹는 해물 짬뽕의 맛은 말해 무엇 할까. 왕새우와 제주고사리가 입 속에서 헤엄 치는 느낌이다. 올인클루시브 2박 시에는 연박 혜택으로 조식 2인(1회), 시그니처 메뉴 2종(1회), 레이트체크아웃(월~목)과 함께 제주의 밤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와인 1병이 제공된다. 가장 세련된 방법으로 제주의 자연을 느껴보고 싶거나 외국의 휴양지 느낌이 나는 가성비 제주 숙소를 찾고 있다면 추천.
위치 제주 서귀포시 막숙포로 118
가성비 제주 여행, 그 외 가볼 만한 곳
‘자연 속 힐링’ 목장카페 드르쿰다 ‘드르’는 ‘넓은 들판’, ‘쿰다’는 ‘품다’라는 제주도 방언이다. 슈렉 조형물, 피아노, 말, 하얀 계단 등 각종 조형물과 함께 토끼, 염소 등 동물 먹이주기 체험도 할 수 있어 아이들과 들르기 좋은 목장카페 드르쿰다(Cafe de le koomda)는 표선면에 위치한 초대형 카페다. 밖으로 나가 드넓은 초원을 품어보라는 그 이름의 뜻처럼 승마, 카트, 사격, 파크골프, 짚라인 등 각종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원데이 쿰다 패스를 이용하면 1일 1만9000원(3일권 39,000원)으로 짜릿한 카트 드라이브, 이국적인 초원 위에서의 승마, 스트레스 날려줄 사격,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에 볼링까지 각종 액티비티와 함께 지역 초신상 카페, 깁밥 및 음료도 즐길 수 있다.
위치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번영로 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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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장카페 드르쿰다 |
‘제주의 숨구멍’ 산굼부리 ‘굼부리’는 화산체의 분화구를 일컫는 제주말이다. 천연기념물 제263호로 지정된 산굼부리는 360여 개의 한라산 기생화산 중의 하나이지만, 깊이가 100~146m에 달하고 화구의 크기가 백록담보다 클 정도로 다른 기생화산보다 크다는 것이 특징. 화구가 큰 만큼 한라산 동부의 원식생을 유추할 수 있는 다양한 희귀식물을 한데 보유하고 있어 ‘분화구 식물원’으로도 불린다. 산굼부리를 찾은 10월 말에는 가득 피어난 억새가 이루는 은빛 물결이 푸른 하늘과 어우러지고 있었다. 겨울에도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니 방문해볼 것. 해발 400m에 위치한 산굼부리는 정상으로 가는 길도 가파르지 않다. 탐방로를 따라 내려오는 제주 돌길과 함께 입구 근처의 해녀갤러리도 들여다보자. 하루 7회 해설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입장료 7,000원.
위치 제주 제주시 조천읍 비자림로 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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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굼부리의 억새 물결 |
‘숨이 모여 쉼이 되는 곳’ 숨도, 귤림성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긴 현무암 위에 풍란과 야생화를 심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멍에 고인 물기를 머금은 초록 뿌리가 투박한 돌덩이를 굽이굽이 휘감으며 자라나는데 이가 바로 ‘석부작’이다. ‘숨도, 귤림성’으로 이름을 바꾼 서귀포 석부작박물관에는 풍란을 비롯해 복수초와 고란초, 죽백란 등 제주에서만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야생화들과 분재 작품이 가득하다. 1997년 이곳의 문을 연 민명원 회장은 석부작박물관 외에도 밭에서 바로 따 나눠 먹는 감귤체험장, 억새와 팜파스가 넘실대는 가을정원, 붉게 물든 동백정원, 귤밭에 위치한 펜션인 귤림성, 갤러리, 숨도카페 를 만들어놨다. 음악 애호가라면 15만 장의 LP가 있는 ‘사운드오브아일랜드홀’에서 골드문트의 하이엔드 스피커의 웅장한 소리와 함께, 민 회장의 컬렉션 중 신청곡을 듣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이맘때면 붉은 동백으로 가득하니 겨울에 꼭 한 번 방문해 볼 것. 입장료는 6,000원이다.
위치 제주 서귀포시 일주동로 8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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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도, 귤림성의 동백정원 |
[글 박찬은 기자]
[사진 박찬은, 제주도관광협회, 수도권제주관광홍보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