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건달’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박신양이 선택한 것은 ‘오컬트’. 영화 ‘사흘’은, ‘운명-입관-발인’ 등 3일 동안의 장례를 지내며, 악마에게 빙의됐던 주인공 소미가 3단계에 걸쳐 진화하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공기를 압도하는 사운드의 효과가 크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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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쇼박스) |
영화는 구마 신부 ‘해신’(이민기)의 구마 의식 장면으로 시작된다. 흉부외과의사 ‘승도’(박신양)의 딸 ‘소미’(이레)는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후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다, 구마 의식을 받던 중 사망하게 된다. 장례식장에서 죽은 딸의 목소리를 듣게 된 승도는 그녀를 다시 살리려 하고, 해신은 이를 막으려 나선다.
한국형 엑소시즘 영화 ‘사흘’은 장례가 치러지는 3일의 제한된 시간 동안 죽은 딸을 살리려는 아빠 승도와 미스터리한 존재에 잠식된 딸 소미, 또 그 존재를 없애려는 구마사제 해신의 사투를 담아낸 오컬트 호러물이다. 부활하는 악마, 벌레들이 모이는 어두운 방, ‘물’을 활용한 구마 의식 등 영화 ‘콘스탄틴’을 많이 닮은 ‘사흘’은 ‘3일장’이라는 한국 고유의 문화와 가톨릭의 엑소시즘을 결합한 K형 오컬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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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쇼박스) |
영화 ‘범죄의 재구성’, ‘박수건달’, 드라마 ‘파리의 연인’, ‘쩐의 전쟁’, ‘싸인’ 등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보유한 레전드 배우 박신양이 죽은 딸을 살리려는 흉부외과의 ‘승도’ 역으로 돌아와 스크린을 뚫고 나올 듯한 절박함을 선사한다. 10년 만에 스크린으로 오랜만에 돌아온 이민기가 구마의식 과정에서 자신의 트라우마와도 마주해야 하는 복합적인 내면을 가진 구마 사제 해신 역을 맡았고, 아역 때부터 믿고 보는 연기를 선보여 온 이레가 처음 장르물에 도전, 사랑스러운 딸이었지만 심장 이식 수술 후 180도 변해버린 소미 역을 맡았다. 사흘 동안의 한정된 시간, 긴장감 넘치는 구마 의식 미장센과 사랑하는 자식을 잃는다는 공포, 그리고 자식이 다시 살아 돌아온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아버지의 절박함이 영화의 긴장감을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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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쇼박스) |
여기에 ‘잠’, ‘마녀2’ 등 장르물에서 특색 있는 사운드로 독보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온 장혁진 음악감독이 긴장감 넘치는 색다른 공포를 선사한다. 그러나 가톨릭 오컬트와 장례 문화를 오가는 서사의 전개에 빈틈이 보이는 점이 아쉽다. 그럼에도 믿고 보는 박신양의 연기, 이민기의 완벽한 사제복 핏, 긴장감 넘치는 시퀀스는 충분히 공포감을 선사한다.
악령을 물리쳐야 하는 신부의 절박함만큼 자식을 살리려는 아버지의 의욕도 강렬한
데, 익숙한 서양 엑소시즘에 한국적 ‘부성애’라는 장르를 비틀어 넣은 것이 킬 포인트다. 러닝타임 94분.
[
글 최재민
사진 ㈜쇼박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6호(24.11.2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