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부터 수리가 종일 뒤쪽 베란다에 시선을 꽂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는데, 내가 뒤 베란다에 나가면 더 안절부절못했다. 수리가 혼자 있을 때 바람이 불어 베란다 문이 쾅 닫혔던 듯한데, 이후로 문이 살짝만 덜컹거려도 몸을 떨며 소파 밑으로 들어갔다. 이사까지 했으니 괜찮아지려나 했지만, 이번엔 거실 커튼이 펄럭이는 소리에 신경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 (사진 프리픽) |
개들이 특히 불안해하는 소리가 있단다. 영국 반려동물 웹사이트 ‘래브라도 파이(labrador.fyi)’ 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불안하게 만드는 소리 1위는 ‘폭죽 소리(47%)’다. 미국에서는 독립기념일에 유기견이 급증하는데, 독립을 기념하는 폭죽 소리에 크게 놀란 개들이 집을 뛰쳐나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청소기 소리(37%)’다. 반려인이라면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뒤를 이어 ‘풍선 터지는 소리(25%)’, 반려인의 ‘방귀 소리(19%)’, ‘주전자 물 끓는 소리(9%)’, ‘냉장고 문 여는 소리(7%)’ 등이 개가 싫어하는 소리로 꼽혔다. 이런 소리는 개의 신경을 자극해 피로와 불안, 두통, 불면증, 어지럼증, 떨림, 기억력 감퇴 등을 부른다고 하니, 평소 방귀가 잦은 나는 이제부터 개 상전을 위해 방귀가 마려울 때마다 조용히 화장실에 들어가는 걸로.
↑ (사진 프리픽) |
청력대왕 고양이도 생활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체로는 시끄럽거나 예측하지 못한 소리를 질색한다. 갑작스런 큰소리, 요란한 웃음소리, 재채기 소리에도 공포를 느끼며, 박수 소리나 쿵쾅거리는 발소리도 고양이를 긴장시킨다. 초인종 소리, 진공 청소기와 드라이어 소리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양이는 금속성 소리에 예민하다. 쇠가 부딪히는 소리, 깡통이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기본이고 알루미늄 포일 구기는 소리까지 극혐이라고. 10살 이상의 노령묘라면 금
한편,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는 호랑이나 사자 같은 포식자를 연상케 해 고양이를 긴장시킨다고 하니, 고양이 모시기 역시 만만치 않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5호(24.11.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