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공동주최
↑ 남향집, 오지호, 1939, 캔버스에 유채, 80×6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제공=전남도립미술관 |
전남도립미술관이 오는 15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 '오지호와 인상주의 : 빛의 약동에서 색채로'전을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2025년 오지호 탄생 120주년을 맞이해,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기획으로 마련되어 오지호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회화작품 100여 점, 아카이브 100여점, 오지호의 데드 마스크와 생전에 사용하던 유품인 이젤과 팔레트, 작업복 등이 전시됩니다.
더불어 인상주의의 시대적 의미와 현대적 의의를 제고하기 위하여 오지호, 김홍식, 김용준의 동경예술대학 졸업작품인 초상화 등과 일본동경예술대학교 교수이자 일본의 대표 인상주의 화가인 구로다 세이키, 후지시마 다케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지호 작가의 화업을 이어나간 장남인 오승우, 차남 오승윤, 장손 오병욱의 대표작품을 전시해 근현대 서양 화단을 이끌어 온 오지호 일가의 회화 세계를 재조명합니다.
올해는 1874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회 인상파 전시로부터 150주년을 기념하는 큰 의미를 갖는 해입니다. 프랑스의 인상파를 소개하기 위해 이번 전시에 특별히 인상주의 대표작가인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예술세계를 VR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제공됩니다.
↑ 처의 상, 오지호, 1936, 캔버스에 유채, 72×52.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제공=전남도립미술관 |
모후산인 오지호(吳之湖, 1905~1982)는 한국의 자연과 풍토를 주제로 "빛에 의해 약동하는 생명"을 표현하고자 인상주의 기법을 도입하여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한 한국 서양화단의 선구자로 평가됩니다. 그는 맑고 밝은 색채와 빛을 통해 드러나는 자연의 생명력을 강조하며, 한국의 자연주의와 서구 인상주의 화풍을 결합한 독창적인 미학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1970년대에는 인상주의적 색채보다는 한국 자연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더 깊이 탐구하며, 동양적 정신의 우월성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마치 시처럼 내면의 감성을 통해 자연의 정신을 화폭에 담아낸 겁니다.
오지호는 "회화는 태양과 생명과의 관계이자 융합이다. 회화는 환희의 예술이다"고 언급하며, 작품 속에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담고자 했습니다.
또한, 사회사상가로서 민족주의적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말 표기와 국한문 혼용 사용, 한자교육 운동을 주창하며 사회운동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구상회화론 선언>, <순수회화론>, <피카소와 현대회화>, <현대회화의 근본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회화 관련 논문을 발표한 최초의 화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그의 문화 예술적 유산은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오 작가는 1982년 작고하기까지 무등산 아래 광주 지산동 초가에서 남도의 풍경과 정취를 담는 창작 활동을 지속했으며 특히 한국어문교육연구회 창립을 통해 국한문혼용운동뿐 아니라 '계고회(稽古會)'를 조직해 우리문화보존운동에도 앞장섰습니다. 오지호의 예술정신과 실천적 행위는 바로 주체적인 민족문화의 정립에 근간을 둔 이른바 지사적 삶의 태도와 상응합니다.
↑ 베니스, 오지호, 1978, 캔버스에 유채, 72.5×9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제공=전남도립미술관 |
이번 전시는 크게 시기별 활동 범위와 특성에 따라 '인상주의를 탐색하다(1920~1945)', '남도 서양화단을 이끌다(1946~1970)', '한국 인상주의를 구현하다(1971~1982)'로 구성됩니다.
1부, '인상주의를 탐색하다'는 1920년대 동경예술대학 유학 시절 제작한 작품과 한국 최초 서양화 미술 단체인 '녹향회'활동, 1930년대 개성 송도 시절에 출간한 한국 최초의 원색화집 『오지호‧김주경 2人畫集』(1938)에 수록된 <처의 상>, <임금원>과 국가등록 문화재로 지정된 <남향집> 등 인상주의 천착기에 제작한 대표적인 작품들이 전시됩니다.
2부, '남도 서양화단을 이끌다'는 해방 이후 산 풍경과 항구‧배를 그린 바다 풍경, 꽃과 식물, 열대어 등 남도 서양화단을 주도했던 시기로서 오지호의 화업을 이어나간 아들 오승우(1930~2023), 오승윤(1939~2006), 그리고 장손 오병욱(1958~)의 작품들이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3부, '한국 인상주의를 구현하다'는 1970년대 이후 빛과 색채로 구축한 남도의 풍경뿐만 아니라 1974년, 1980년 두 차례의 여행을 통해 담아낸 유럽풍경들과 그가 유작으로 남긴 미완의 작품 <쎄네갈 소년들>(1982)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문헌, 사진, 실물자료 등을 토대로 구성한 아카이브는 《오지호화백작품전》(1948), <아미타후불탱화>(1954)와 미술론‧미술비평, 국‧한문 혼용운동, 문화재 보전운동 등 다양한 활동 기록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오지호와 인상주의 : 빛의 약동에서 색채로' 전시 포스터 / 자료=전남도립미술관 |
전남도립미술관 이지호 관장은 "이번 전시는 자연과 대상에 대한 생명력을 한국의 빛과 색채로 완성시킨 오지호
개막식은 다음 주 19일(화) 오후 3시부터 진행됩니다. 또한, 전시연계 행사로 국제 학술세미나를 오는 28일(목) 오후 2시에 개최합니다.
[정치훈 기자 pressjeo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