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들이 재기할 수 있게 지원하는 법원 회생 제도, 최근 티메프 사태로도 많이 알려졌죠.
그런데 뜻밖의 사람들이 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습니다.
바로 전세사기범들인데요.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시간을 끄는데 회생 절차를 이용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박은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경기 화성시의 한 다가구주택에 사는 A 씨, 계약기간이 이미 끝났지만 보증금 1억 3천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전세사기를 당한 건데 가압류나 경매에 나설 수도 없습니다.
집주인이 법원에 회생을 신청해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A 씨 / 피해자
- "무서워서 회생을 하게 됐다더니…변명하는 말들도 다 달랐고…."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피해자는 돈을 받아낼 방법이 모두 차단되는데, 법원이 조사해보니 이 집주인은 회생을 제대로 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습니다.
법원은 회생을 중단하려 했지만 집주인은 연장에 재연장 신청을 하며 1년 가까이 시간을 끌었고, 그 사이 피해자들은 빚만 쌓였습니다.
▶ 인터뷰 : B 씨 / 화성 전세사기 피해자
- "모든 게 빨리 끝나야 저희도 각자 살길을 살아서 방안을 모색할 텐데 희망고문처럼 연장하고 연장하고…."
하지만 채무를 넘기는 계약을 진행 중이라는 집주인은 회생 의지를 이유로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회생을 악용하는 곳은 또 있습니다.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인천 '건축왕' 남 모 씨는 한 법원에서 회생이 기각되자 다른 법원에 또 신청했습니다.
▶ 인터뷰 : 강민석 / 피해자
- "탄원서도 제출했는데도 그게 5개월 정도 걸리더라고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고 얼마 전에 인천에다가 또 회생 신청을 했어요. 기각이 됐어요 그것도."
이처럼 회생 악용이 반복되는 건 신청만 하면 기각되더라도 결론까지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이강훈 / 변호사
- "방법이 없어요.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 손해배상 채권이 있다는 거를 입증을 해 가지고 강제집행을 한다든지…."
회생 의지 없이 시간만 끌려 한다면 재판부가 빠른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MBN뉴스 박은채입니다.
[ icecream@mbn.co.kr ]
영상취재: 김진성 기자·신성호 VJ
영상편집: 김미현
그래픽: 이새봄